읽지 못한 책이 참 많습니다. 인스타그램 친구분들 중 특별히 푼푼한 사람 내음새가 좋아 호기심에 이끌려 사거나 받은 책이 여러 권.
덕분에 책장에는 책이 가득가득 꽂혀있고, 저는 그 책들을 읽어내기 위해 애씁니다. 그래서, 제 일상은 책들을 붙잡아 읽어내려 하는 나와 요리조리 치열하게 손아귀를 벗어나려 하는 책들 사이의 전쟁입니다. 최근에는 괴테의 '파우스트'를 읽고 있습니다. 파우스트가 현실을 부정한 채 환상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대목을 읽고 있는데요. 저는 그것이 너무 서글퍼 보였습니다.
밤에 꾸는 꿈이 아름다운 까닭은 그것이 찰나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현실이 아무리 끔찍하다 해도,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영원히 자라지 않는 피터팬처럼 살아간다면. 그것은 너무나 서글픈 삶이 아닐까요.
그래서, 눈을 크게 뜨고 때때론 두려움이 닥쳐와도 용기 있게 살아가려 노력합니다. 세상이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라지만, 그 세상 속에 나의 이상을 조금이나마 쌓아 나갈 때 삶은 비로소 의미 있어지는 것일 테니까요.
마음 깊이 품은 이상을 현실에 적용하여 조금씩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책을 읽는 것 외에 영화를 보거나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평소 쉴 때엔 책을 읽고, 할 일을 하다 중간중간 시간이 남을 때에는 피드를 넘겨가며 주로 좋아하는 영화 클립을 봅니다. 저는 옛날의 로맨스와, 사람 냄새나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가 가득 담긴 영화들을 참 좋아합니다.
영화 <노팅힐> 속의 줄리아 로버츠는 다음과 같이 말해요.
'Don't forget. I'm also just a girl, standing in front of a boy, asking him to love her...'
또,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속 줄리아 로버츠는 다음과 같은 조언을 듣죠.
'맘껏 그리워해, 사랑도 그리움도 결국엔 바닥나, 당신 가슴에서 그 감정을 다 끌어내면 새 세상이 열린다고, 그럼 꿈꾸던 사랑으로 그 공간을 채워봐, 나중엔 용량이 커져서 이 세상도 사랑하게 돼.'
커다란 입을 삐죽거리며, 반짝이는 눈으로 말하는 줄리아 로버츠는 어느 영화에서건 참 많이 귀엽습니다.
사랑에 빠진 여인은 누구나 소녀가 된다고 하죠.
줄리아 로버츠는 특히, '여인이 사랑에 빠져서 소녀 같아질 때'의 감정선을 명확히 이해하고 잘 녹여내어 연기하는 배우 중 하나인데요,
그녀의 그런 면 덕분일까, 자신은 소년 앞에 서서 사랑을 갈구하는 소녀일 뿐이라고, 잊지 말아 달라고 휴 그랜트에게 애원하듯 말하는, 노팅힐 속의 줄리아 로버츠의 명대사가 참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사랑에 빠지게 되는 계기는 매우 단순하죠. 누군가에게 진심을 다해 빠져들었다면, 그 사람의 지위나 명예 같은 커다란 것 때문이 아니라,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감정의 불씨가 지펴졌을 확률이 높습니다.
어쩌면 열정을 다해 일을 하는 그 사람의 모습이라던가, 진심이 잔뜩 담긴 그 사람의 눈빛, 상냥한 말씨 같은 것들이 마음에 와닿아서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시작되는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사랑의 힘은 실로 놀랍죠. 아픈 사랑을 겪었든, 행복한 사랑을 겪고 있든 간에, 당신이 사랑에 빠져봤다면 아마 잘 알 겁니다.
사랑에 빠지는 것은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을 훨씬 더 재미있게 만들고, 재미없는 일을 기대되게 만들뿐더러, 나아가 세상과 사람, 그리고 삶을 사랑하게 만듭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사랑하고 있습니까, 그게 아니면 남몰래 당신만의 불꽃처럼 타오르는 이상을 맘속에 간직하고 있나요.
어느 쪽이든,
나는 당신과 내가 결국엔 아름다운 사랑을 했으면, 우리만의 꿈을 펼쳐나갈 수 있었으면, 그래서 결국엔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예뻐진다고들 하죠.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과, 도파민이 사람을 더 활기차고 밝게 만들어주니까요.
글쎄요, 부정적인 면도 있겠지만, 어쨌든,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을 하고 있다는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사람을 그리도 어여쁘게 보이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 참 보기 흐뭇합니다.
자, 지금 예쁜 사랑을 하고, 꿈을 꾸는 당신은 그렇게 어여쁘도록 하세요,
저 또한, 내내 어여쁘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