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온유 Jun 02. 2023

나를 스쳐 지나간 모든 이들에게

토막 에세이-성찰

문득문득 당신들이 생각이 날 때가 있습니다. 잘 지내는가, 하고요. 그것이 맞지 않아 틀어지게 되어버린 우정이었든. 사랑이었든, 사랑이 아니었든, 사랑 비슷한 것이었든 상관없이 말이에요.

내가 그대를 떠난 적도, 그대가 나를 떠난 적도 있었죠. 어떻게 끝이 나고 떠나게 되었든 간에. 그때의 우리들에겐 그것이 최선이었던 것이라. 우리들은 그러한 끝맺음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기대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쓰나미가 부지불식간에 밀려 들어와 세간을 집어삼킬 듯이 닥쳐오는. 적막 속에 나 홀로 둥둥 떠다니다 한없이 침잠하는 것만 같은. 익숙지 않아, 더욱 서글픈 감정들을 느껴야만 한다는 사실을 극복하기 위해 나는 꽤나 오랜 시간을 들여야만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란스러운 마음과는 뚝 동떨어진 채로 시간은 달리가 그린 <기억의 지속> 속 뚝뚝 떨어져 흘러내리는 시계들만큼이나 애처롭게 흘러갔고 나는 그러한 시간 속에서 나의 일들을 하며 가끔씩 당신들을 떠올리다 보니, 어느새 당신들의 잔상은 잡을 수 없이 흐릿한 것이 되어 떠올리면 쓴웃음을 짓게 되는. 안개 같은 추억이 되어가더군요.


되짚어보면, 어쩌면 내가 그리워하는 것은, 당신들이 아니라 당신들과 함께 지내며 당신의 모양을 조금씩 닮아가고, 새롭게 다가오는 나의 조각들을 받아들이며 행복해했던 나 자신의 모습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때의 나 자신에게. 나는 다시는 돌아갈 수 없기에, 우리들의 기억은 더욱 애틋하고, 소중하게 느껴지게 되는 것이죠.

허나 분명히 해야 할 것은. 끝나야만 아름다운 관계라는 것이 확연히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그 관계가 그렇게 마무리되지 않았다면.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서로를 향한 분노와 증오만 가득한 채로 그럴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상처를 입히는 끔찍한 과오를 저질렀을지도 모르겠어요.


맞지 않는 관계를 떠올리다 보면 말입니다. 나는 한없이 마음의 그릇이 좁디좁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다만 이제 알게 된 것이 있다면. 그 당시에 죽도록 미워하며 이해할 수 없는 마음들에 눈물을 펑펑 쏟으며 원망하곤 했던 당신의 모습도, 시간이 흐르고 나면 나의 아주 자그마한 부분이라도 성숙하게 만들어주었다는 사실에, 당신과 함께하였다는 경험에 감사를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신기하게도, 만나야 할 관계는 10년이 지나서라도 다시 만나게 되더군요.

그것이 우리가 원했던 형태의 관계가 아니더라도 그렇습니다.

만약 우리들이 다시 마주칠 기회가 있다면, 그때는 우리들의 마음 밭이 지금보다 넓어져 미숙해 서로에게 쓰라림을 남겼던 젊은 날의 우리들을 조금은 다독이고, 포옹하고 예쁘게 바라봐주며, 증오보다는 연민의 눈길로 서로를 대할 수 있을까요.

나 또한 어린 마음에,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고 뒤늦게야 깨닫곤 했던 유년 시절의 나를 떠올리며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상처받고, 상처 주는 연약한 존재라는 사실을 지금보다 더 확장해 체화하는 형태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각자의 사랑에는 각자마다의 색깔과 모양이라는 것이 존재하니. 내가 원하는 사랑의 형태를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더욱 소중히 여기고. 감사하자는 마음가짐으로 다가오고 떠나가는 많은 것들을 그대로 받아들여 줄 수 있을까요.

아직 잘 모르는 나이지만.

내가 스쳐 지나갔던. 애석하게도 맞지 않았던 많은 관계들 중에.

어쩌면 단 한 사람과 만이라도 그럴 수 있다면, 참 좋겠다고.

마음이 저려오는 날에 나는 이따금씩 생각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추억과 현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