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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피 Jan 13. 2023

1. 내가 바라는 건 오직, 칼퇴


칼퇴.


목표는 6시 칼 같은 퇴근이었다. 딱히 6시 이후에 일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다. 회사에 그 이상 있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정해진 약속, 누군가는 이걸 법정근로시간이라고 하는 그런 거다. 어쨌든, 4시부터 동동거리는 마음으로 일을 마무리한다. 큰 할 일은 내일로 미루고, 작은 일 적당히 처리하면서 칼퇴를 기다린다. 


처음부터 회사를 싫어했던 건 아니다. 취업해서 신용카드 만들 때까지는 괜찮았다. 그러나 점점 회사는 내가 받아야 할 월급보다 더 많은 스트레스를 주고 있었다. 예전에는 이런 류의 스트레스를 퇴근 후 술자리에서 풀기도 했는데, 나는 전혀 그쪽 취향이 아니었다. 스트레스받을 때면 이 회사를 떠나야만 하는 하늘의 계시가 온 것으로 생각하는 게 차라리 내 스타일이었다.


 '내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얼마 큼의 스트레스가 모이면 이 회사를 떠날 수 있을까?' 


그날그날 회사에서 받았던 스트레스를 블로그에 기록하며 하루를 마감했다.


지치지도 않고 매일매일 잘난 척하는 팀장님, 하는 말마다 부정적인 차장님, 뭐든지 예예 하는 과장님, 하루 종일 아무 말도 안 하는 대리님 (승진 누락의 영향이 크다.), 나랑 잘 안 맞는 옆 자리 사원, 그리고 나... 탄산수 마시며 갑자기 찾아오시는 이사님. 이 기묘한 조합은 단 하루도 불협화음을 만들어내지 않은 날이 없었다. 다행히 그 시끄러운 소리가 밖으로 새지는 않아서, 겉으로는 하하 호호했다. 


그게 더 싫었다. 


회사에 들어간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던 어느 날, 마침내 그 순간이 왔다. 일주일 정도 고민했던 것 같다. 내 마음은 회사에 사직서를 내버렸다. 아차차, 몸은? 사직서를 내고 떠난 마음을 잡지 못하고 남겨진 빈 몸뚱이는 그렇게 6년을 그 회사에 더 다녔다. 그래서라도, 내가 간절히 원했던 것은 오로지 칼퇴뿐이었다. 


그런데, 칼퇴하고 어디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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