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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피 Jan 14. 2023

3. 감히 꿈꿀 수 있을까, 드라마 작가


드라마 작가.


글쓰기를 배우고 싶은 내가 찾은 곳은 여의도에 있는 '한국방송작가협회 교육원'이었다. 학원이라는 보다는 교육원으로서 대한민국의 드라마/방송작가를 길러내는 곳이라고 보면 맞았다. 갑자기 연예인이라도 보면 어쩌나 싶어.. 설레었다. 


학원을 찾았으니 필요한 서류와 에세이 한 편을 준비해 드라마 반에 지원만 하면 됐다. 문제는 합격 후였다. 저녁반 수업이 6시 30분부터였다. 제 아무리 6시 칼퇴를 한다고 해도 양재에서 여의도까지 30분 안에 갈 수 없었다. 게다가 퇴근 시간! 지각 당첨이었다. 현직 드라마 작가님이 진행하시는 수업은 꽤 엄격해서 이렇게 상습 지각을 했다간 좋은 결과 내기 어려웠다. 


그러나 태도가 중요한 것은 교육원만은 아니었다. 회사에서의 태도 또한 망가질 수 없었다. 영혼이 출근하지 않은 것 빼고는, 난 아니 내 몸뚱이는 나름 모범적인 직원이었다. 이미 많은 배려를 받고 있지 않나? 심지어 회사는 월급을 주는 곳 아닌가? 칼퇴가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일하다 보면 사람 사는 게 딱 그렇게 되지 않는다는 거 느낌 아니까... 바로 결정하지 못했다. 일전에 사표 내고 먼 길 떠나버린 내 마음이, 다시 몸을 찾아와 정신 차린 느낌이었다. 


고민도 고민도 그렇게 진지 할 수 없었다. 시나리오 한 편만 잘 쓰면, 유명한 연예인과 매일 작업해야 하는 인생이라 생각하니 좋아서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교육원 합격과 동시에 갑자기 '드라마 작가'가 인생의 목표가 돼버린 나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여전히 글쓰기 하고 싶은가? 아니면 이번에도 그냥 포기할 건가? 이번 갈등은 꽤 심각했다. 두 번째여서 더 그랬다. 


근데 잠깐, 나 애초에 무엇 때문에 칼퇴를 하려 했던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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