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역시 내가 별 걱정을 다 하고 있었다.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나는 내가 왜 칼퇴를 해야 하는지 바로 깨달았다. 회사는 참 신기한 곳이었다. 내 인생에 뭐가 중요하고 뭐가 중요하지 않은지 바로 깨닫게 해주는 성스러운 곳이었다. 문제라면, 깨달은 바를 바로 실천하기에는 당장 업무가 많다는 것 정도?
내 마음은 출근하다 말고 여지없이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똑똑한 녀석. 무겁고 어리석은 내 몸뚱이만 사무실에 앉아 있었다. 그나마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며 교육원 합격의 기쁨을 누리니 살 것 같았다. 어떻게든 30분 안에 양재에서 여의도 가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러나 버스도 지하철도 불가능에 가까웠다.
할 수 없이 팀장님께 교육원 가는 날 딱 10분만... 일찍 퇴근하게 해달라고 빌어야 말씀드려야 했다. 교육원도 5분 정도 늦는 것은 티 안 나겠지 싶었다. 그건 교육원의 약간 느린 엘리베이터가 도와줄 거다. 그럼 총 45분... 물리적으로 가능할 수도 있는 시간이었다.
"팀장님, 사실 이것은 "진짜 제가 하고 싶었던" 단순한 퇴근 후 취미 활동으로, 업무에 지장 없게 하겠습니다."
이럴 땐 의외로 호탕하신 팀장님이었다. 쿨한 허락이 떨어졌다.
'팀장님, 제 드라마에 좋은 캐릭터로 써드릴게요.'
나도 마음 후하게 썼다. 남은 팀원들을 바라봤다. 모두가 내 드라마의 소재가 될 살아있는 캐릭터들이었다. 역시 회사는 신성한 일터였다. 모든 걱정이 깔끔하게 해결되는 성스러운 곳이었다.
6시 10분 전, 나는 팀장님께 진심을 담은 눈인사를 드리고 그렇게 칼퇴-10분을 성공했다.
자 이제, 달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