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문제.
나의 치밀한 계획에 의하면 엘리베이터가 한 번 정도만 협조해 주면 되는 거였다. 갑자기 고장이 나거나 사람이 많아서 못탈지경에 이르러 나를 두 번 이상 기다리게 하면 안 됐다. 아무리 여의도까지 애를 쓰고 달려와도 끝에서 엘리베이터가 심술을 부리면 확실한 지각이었다.
그건 일종의 사인이기도 했다.
그런 날은 내 작품이 선생님과 동기들의 비평에 산산조각이 나버리기 일쑤였다. 어제의 칭찬은 오늘의 비판을 두배로 아프게 만드는 효과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전혀 맥락을 잡지 못했다. 이 패턴은 매주 반복됐다.
그나마 잘한 것이라면, 칼퇴? '이 순간 과정에 충실하자.'라고 수업 시간 시작에 맞춰 알람을 걸어 둔 것이었다. 과거의 내가 미래의 나에게 주는 선물이었달까? 중도 포기를 미덕으로 삼지 않는 과거의 내가 미래의 나에게 그렇게 칼 같이 족쇄를 걸어주었다.
그때쯤 내 분수를 깨달았으면 좋았겠지만, 이십 대의 내 열정과 깨달음은 물과 기름 같았다. 바로 옆에 있어도 섞이지 못하는 그런. 게다가 멍청한 사람이 열심히 하는 건 위험한데, 나는 그렇게도 열심히 밤새 글을 쓰고 고쳤다.
그때 나를 말려줄 사람 아무도 없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