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니.
여의도 교육원 근처에 프랜차이즈 만두집이 하나 있었다. 여러 가지의 만두가 있지만, 내게는 갈비 만두가 최고였다. 단, 그 맛을 보려면 하루 종일 회사에서 일을 하고, 뒤통수 따끔하게 칼퇴근을 하고, 퇴근길 지하철에서 신나게 달리기 한판 하고, 2-3시간 정도 굶으면서 수업 듣고 나서 먹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수업 끝나고 그 집에 가서 갈비 만두를 먹고 있으면, 만두 먹다 재산 탕진한 사람이라고 불려도 상관없을 만큼 행복했다.
만두집 수증기만 맡아도 어떤 만두인지 알게 될 때쯤, 나는 마지막 단계인 창작반 진급을 눈앞에 두게 되었다. 창작반에 간다는 것은, 거기서 잘만하면 내가 쓴 드라마로 돈을 벌어 끼니를 때울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그렇게 되면 걱정 없이 갈비 만두 5판은 먹어도 되는 거였다. 혼자서 만두 5판은 좀 과한 경향이 있는 것 같아 괜히 참고 있던 차였다.
그러나 중요한 결정은 생각보다 쉬웠다. 난 창작반 진급을 포기하기로 했다. 누군가는 나에게 배가 덜 고파서 꿈을 포기하는 거라고 했다. 그러나 나는 정확히 반박할 수 있었다. 칼퇴하고 굶으면서 수업 들으면 정말 진짜 배고프다고... 더 이상 굶어가며 공부할 수 없었다. 난 정말로 배가 고파서 포기하는 거였다. 게다가 나보다 더 절실하고 더 잘 쓰는 사람들 가운데 확실하게 깨달은 게 있었다.
거긴 내가 있을 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그날 밤, 시놉시스를 쓰던 노트북을 덮었다. 그리고 이제는 남편이 되어버린, 내 옆에서 '졸작을 읽을 준비를 하고 있던 만만한 도비'를 해방시켜 줬다. 그때 집 나갔던 내 마음이 늘어진 몸뚱이를 찾아와 말했다.
이제 할 만큼 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