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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피 Jan 14. 2023

10. 그 무엇을 향한 나의, 달리기


난 도대체 퇴근 후 무엇을 위해 그렇게 달렸던 걸까?


나는 이 미스터리 한 문제의 답을 그때부터 10년이 넘도록 찾지 못하고 있다. 드라마 작가라는 꿈? 젊음의 객기? 회사로부터의 도피? 도전? 희망? 재능? 아니면 아무 이유 없이? 여러 가지 답안들이 나왔지만 내 마음속의 확실한 정답은 아니었다.


그러다 우연히 '고도'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을 다시 만났다. 20년 전에 대학교 강의실에서 만났던 사람들이었다. 그 사람들은 아직도 '고도'를 기다리며 헛소리를 하고 있었다.  그 사람들 이상하기로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고도'가 누구냐 물어도 끝까지 안 알려주는 굉장히 짜증 나는 스타일이다.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근데 중요한 건 그 사람들, 아직도 '고도'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거였다!


저 질문에 대한 답은 어차피 찾을 수 없는 거였다. 내 생각이 계속 바뀌기 때문이다. 괜히 그 '무엇'을 꿈이나 희망 따위로 정해놓고 '꿈을 향한 도전기'로 꾸민다거나, '희망이 깨진 실패담'으로 만들지 말기로 했다. 남들이 이상하게 보든지 말든지, 나 스스로에게 또는 남에게 내 삶을 어떤 안전한 형태로 각색할 필요가 없었다. (난 왜 그런 의무감이 있었을까?) '나는 퇴근 후에 무엇을 위해서였든 즐겁게 달렸다.' 정도로 마무리하는 것이 딱 좋을 것 같았다.  


돌이켜보면 교육원을 그만둔 뒤, 나는 인생의 사이클에 따라 시시각각 바뀌는 '무엇'을 향해 달리고 또 달렸다. 그 덕분에 결국 지긋지긋했던 그 회사는 그만두었다. (야호~~~) 또 드라마 작가는 꿈꾸지 않지만 결국 이렇게 브런치에 소소한 글을 쓰고 있다. 용두사-망 드라마 보고 작가 욕도 하고... 앞으로도 또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새로운 '무엇'이 생기면 그것을 달리고 있을 거라는데 한 표 던져놓는다.


무엇을 위해서든, 숨차게 달려보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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