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디자인등록, 많을 수록 좋다.
다만 치밀하게 전략적으로 등록하자
제품의 외형을 보호하는 디자인권은 특허나 상표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취급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디자이너들조차 디자인등록의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사실 디자인권은 유사범위가 매우 좁아서 거의 동일하지 않으면 디자인권 침해 인정이 잘 되지 않습니다. 또, 등록은 쉽고 반대로 무효율 역시 매우 높습니다. 디자인등록의 필요성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것도 100% 이해가 됩니다.
디자인등록신청의 등록율은 거의 99%에 달하는데 기간을 넘긴 자기 공지에 의한 신규성 상실이 아닌 한 거의 등록됩니다. 선행디자인과 동일하지 않는 한 거의 등록되는 셈입니다.
이를 다르게 말하면 선행디자인등록이 있더라도 아주 조금만 변경하면 쉽게 디자인권침해를 피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거의 권리가 있다는 사실이 유명무실할 정도로요.
음식을 담는 원형 용기의 뚜껑 디자인이 문제가 된 사건이 있었는데, 선행디자인은 뚜껑이 전체적으로 밋밋한 반면, 등록디자인은 뚜껑 가운데에 1mm 정도의 돌기가 있었습니다. 그 돌기 외에는 완전히 동일한 디자인이었는데, 단지 1mm짜리 돌기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양 디자인은 결국 비유사로 판단되었습니다.
반지처럼 수 천년 전부터 있어온 제품의 유사범위는 특히 매우 좁은데, 스톤을 얹는 발이 두 개인지 세 개인지, 발의 구부러진 각도가 어느 정도냐에 따라 유사 비유사를 판단할 정도입니다.
반면 디자인등록의 무효율은 타 권리에 비해 다소 높은 편입니다.
등록심사 과정에서는 높게 요구하지 않던 창작성을 무효심판에서는 다소 높게 요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많은 디자인등록이 창작성 결여를 이유로 무효됩니다. 등록결정 할때는 언제고 말이죠.
또한 아무래도 제품이미지의 검색이 아직까지는 기술적으로 쉽지 않아 심사관이 찾아내지 못한 선행디자인이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분쟁이 생기거나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생겼을 때는 동종업자라 그런지 정말 귀신 같이 유사한 디자인을 찾아옵니다. 유사한 디자인이 있다는 강한 믿음을 가지고 검색하면 어디에선가 반드시 유사 선행 디자인을 찾을 수 있다는 루머가 생길 정도입니다.
이렇게 디자인등록을 하더라도 막상 디자인권을 행사하려고 하면 쉽게 비유사로 판단하거나 무효되기 십상이니 디자인등록의 효용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디자인권의 효율이 다른 권리에 비해 약하다고 해서 절대 디자인권 등록을 소홀히 해서는 안됩니다.
권리범위가 아무리 좁을지언정 권리는 권리입니다. 그거라도 없으면 모방제품이 생겼을 경우에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디자인등록을 해봐야 큰 의미가 없다며 등록을 망설이다가 결국 신청하지 않았는데, 제품 개시 후 몇 개월 안에 똑같은 모방제품이 생겨 분명히 나의 창작물인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권리도 없어 어떻게 하지도 못하고 시장을 뺏긴 사례가 얼마든지 있습니다.
한 프랜차이즈 빵집은 새로 나오는 모든 빵의 형태를 디자인등록합니다. 빵이라는 것이 인류가 오랫동안 먹어온 음식이므로 신제품이 기존 제품에 비해 형태적으로 큰 차이가 있기 어렵고 약간 다르게 만들어도 권리 행사가 어려울텐데도 전부 등록합니다. 최소한 동일한 형태로 만드는 것을 막을 수 있으니까요.
제품디자인은 유행에 민감하고 모방이 쉽습니다. 반면, 브랜딩의 1요소로 상표처럼 기능하는 면도 분명히 있기 때문에 모방 제품이 생겼을 경우 소비자들에게 혼동을 일으킬 염려는 충분합니다.
또한 디자인의 유사범위가 아무리 좁다해도 이때의 유사란 ‘심미적’으로 혼동가능성이 있는 것을 말하므로 이론상으로는 소비자가 일견 같은 제품으로 혼동할 수만 있어도 디자인권 침해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유사는 판단의 문제이므로 일단 등록해두고 판단은 나중에 받는 것이 낫습니다.
게다가, 디자인권은 특허가 커버해주지 못하는 제품의 지식재산권의 빈틈을 메꾸어주는 훌륭한 수단입니다.
특히 제품의 외형으로부터 기술적 특징과 제품의 차별점이 생기는 경우에는 반드시 디자인권으로도 보호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제품의 외형은 디자인으로, 기술적 특징은 특허나 실용신안으로 보호하는 것이지만, 이런 경우는 제품의 외형 자체와 그것으로부터 발생하는 기술적 특징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에, 특허와 디자인 모두로 울타리를 쳐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무릎관절 재활 보조장치의 힌지(hinge)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재활장치의 특성상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한 환자가 반복적으로 같은 동작을 할 수 있도록 돕는 특별한 형태의 힌지가 개발되었습니다.
이럴 때는 힌지의 형태구성에 대한 특허를 신청해두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기술적 특징이 제품 형태에서 비롯되는 것이므로 디자인으로도 등록 받아 2중으로 보호해두어야 합니다.
힌지 모방품이 생겨 소송을 하게 된다면 하나의 권리보다는 두 개의 권리 침해를 주장하는 편이 당연히 성공율이 높아집니다. 둘 중 하나만 침해여도 침해니까요. 또 행여 특허에 기재 하자가 있어서 무효가 된다고 해도 디자인권이 여전히 살아 있으므로 그것으로라도 권리 침해를 주장해볼 수 있습니다. 침해자측에도 하나의 권리 침해보다는 두 개의 권리 침해가 부담스럽고 무효를 시키고자해도 두 개 다 무효시켜야하니 더 부담을 줄 수 있게 되죠.
특히 미국에서는 디자인도 특허의 일종으로 취급하고 있으며 애플의 아이폰처럼 저명해진 제품의 디자인은 일종의 상표로 기능할 수도 있기 때문에 (trade dress) 제품을 해외 판매까지 고려하고 있다면 디자인등록은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등록은 무엇이든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좋고, 이왕이면 많을수록 무조건 좋습니다.
다만 어떻게 하면 최대한 넓은 권리를 확보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십시오.
전체보다는 부분디자인이, 사진보다는 충분한 정도의 도면이 넓은 권리 확보에 유리할 수 있습니다. 관련디자인 제도나 비밀디자인 제도, 조기공개 신청, 국제등록 등을 이용해서 어떻게 하면 최대한 효율적으로 디자인등록을 확보할지 적극적으로 고민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