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문을 연 남자는 왜 그랬나?

충동조절과 이상화부모 이마고 욕구

by sweet little kitty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7208575

얼마 전 아시아나 항공 국내선 비행기에서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아직 비행 중인 비행기의 비상구 문을 연 승객이라니. 탑승해 있던 초등학생들은 려움에 울었고 몇 명은 호흡곤란을 호소했습니다.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경찰조사에서 그는 '최근 실직 후 우울하고 스트레스를 받았다. 답답해서 빨리 내리고 싶었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실직 스트레스와 빨리 내리고 싶은 마음에 비행기 비상문을 여는 사람은 없습니다. 저는 범인의 심가 자기 파괴적 행동을 반복하는 자극결핍 자기와 닮아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Kohut은 자기애성 인격장애 환자들의 병리적 특징을, 정신병 또는 경계선(현실과 환상의 경계) 상태, 고전적 신경증 환자들과 비교하여 설명하고자 하였습니다. 자기애성 인격장애 환자들은 기존의 정신분석으로 잘 치료되지 않았고, Kohut은 그들에게 무엇이 결핍되었는지를 설명하여 공감적 태도를 강조한 치료를 하고자 했습니다.


첫째, Kohut이 보기에 정신병/경계선 상태의 환자들은 견디기 어려운 심리적 상실감을 망상으로 대체하려고 하여, 정신병적 과대망상을 보입니다. 정신의학에서 망상이란 논리적 설명으로 교정되지 않고 그 사람의 교육 수준이나 환경에 맞지 않는 잘못된 생각, 믿음입니다. 반면 자기애성 인격장애 환자들은 과대망상이 아닌 건강한 과대주의의 모습을 보인다고 하였습니다.


둘째, 프로이트가 설명한 고전적 신경증 환자들은 공포증, 강박증, 히스테리 증상등으로 나타납니다. 면 자기애적 정신병리는 성도착적 환상 또는 성적인 흥미 결핍, 사회적 업무에 대한 흥미 결핍, 비행행동, 유머와 공감능력 부족, 건강염려증적 집착과 다양한 신체기관 장애등으로 나타난다고 보았습니다.


그는 이 모든 것이 자기 대상의 비공감적 반응 때문이라고 보았으며, 증상에 따라 4가지 군으로 분류하였습니다. 상의 반응이 결핍된 경우 자극결핍 자기, 파편화 자기, 과부담 자기로. 진정한 공감 없이 과한 반응을 받은 과자극자기입니다. 이는 DSM-5처럼 임상적 진단에 의한 질환이라기보다 학문적 분류임을 밝혀둡니다.


최영민, 쉽게 쓴 자기 심리학, 학지사 2011, p.133


그중 첫 번째인 자극결핍 자기 대상이 필요한 적절한 자극을 주지 못했을 경우, 만성적인 자극 결핍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이 성격은 활기가 없습니다. 대신 무모한 행동의 이면에는 공허우울증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1)


‘자극’이라는 단어가 다소 어색하게 들릴 수도 있겠습니다. '부모는 아이에게 어떤 자극을 주어야 하는가?' 라고 질문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적절한 자극이란 Winnicott 식으로 말하자면, ‘아이의 자발적인 욕구와 몸짓에 따라 아이가 대상으로서의 엄마를 원할 때에는 함께 놀아주고, 환경으로서의 엄마를 원할 때에는 홀로 있을 수 있도록 옆에 있어주는 엄마’입니다. Kohut 식으로 설명한다면 ‘나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야(과대 자기 욕구)’와 ‘엄마 아빠 같은 어른이 나를 이끌어주고 진정시켜 줬으면 좋겠어(이상화부모 이마고)’ ‘나도 엄마, 아빠를 닮고 싶어요(쌍둥이 자기애 욕구)’에 부응해 주는 것이겠지요.


아이에게 이러한 자극을 양적, 질적으로 충분히 주지 못한 채 생존, 또는 학습에 대한 필요만 채워 준다면 아이의 마음에는 공허함이 자리 잡습니다. 이것은 무기력함, 즉 우울을 불러일으킵니다. 아이는 공허함을 채우고 살아 있음을 느끼고자 비행, 중독, 도착적 행동을 하게 됩니다.




나중에 발각된 사실이지만, 그는 착륙 전까지 열린 문으로 뛰어내리려고 해서 제지당한 승객이었습니다. 항공사 직원들은 그가 문을 연 범인이라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소동이 있은 후 승객들이 모두 내리고 근처 버스 정류장에 홀로 앉아 있는 그에게 항공사 직원이 다가갔습니다.


직원이 괜찮은지를 묻자, 그는 '기내 비상출입구 레버를 당기면 어떻게 되는지 아느냐'라고 물었다고 합니다.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직원이 그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당국에 신고하면서 그가 문을 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수많은 사람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어이없는 행동을 하고 나서도 왜 그는 공허한 표정으로 정류장에 앉아 있었을까요? 왜 도망치지 않고 자신이 범인이라는 단서를 흘리듯 말했을까요?


제가 최근에 읽은 <ALONE> 2) 이라는 책에 실린 한 작가의 에세이입니다. 멜리사 페보스라는 작가의 어린 시절 도벽에 관한 장면이 나옵니다.

23살, 내가 막 정신을 차렸을 무렵 후견인은 내게 더 이상 도둑질을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내가 여전히 물건을 훔치고 있다는 사실을 그녀가 알았다면 진즉에 잔소리를 했을 것이다. 나는 이런 사실을 절대 말하지 않았다. 후견인과 통화를 하며 빌딩의 세탁실에 들어갔을 때, 때마침 누군가 동전 교환기 옆 테이블에 두고 간 동전 한 뭉치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저 돈 가져도 돼요?"
내가 물었다.
"당연히 안 되지."
그녀가 대답했다.
"물건을 훔치면 안 되니까."

당시엔 굳이 왜 그런 얘기를 꺼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이젠 이해할 수 있다. 나는 멈추고 싶었다. 그녀가 물건을 훔치면 안 된다고 말하는 순간, 나는 엄청난 OOO을 느꼈다. 마치 누가 시켜서 훔치기라도 하는 것처럼, 뭔가를 슬쩍하려 할 때마다 불안과 공포가 거대한 파도가 되어 밀려들었기 때문이다.

<멜리사 페보스, '금욕서약' 중에서>

비행기 문을 연 남자와 어릴 때 도벽이 있었던 작가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자신의 행동에 관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말했다는 점입니다. 대놓고 '제가 그랬어요.'라고 하진 않았지만 충분히 행동을 암시하는 내용이 있었지요. 아마도 그들은 '그러면 안 된다.'는 말을 듣고 싶어서 그랬는지도 모릅니다. 윗글의 빈칸에 들어갈 말은 <안도감> 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여름이면 시원한 것을 찾습니다. 아이스크림이나 음료는 우리의 목을 축이며 입을 즐겁게 하지요. 그러나 정말로 갈증이 날 때는 물이 필요합니다. 물이 극도로 부족한 상태에서 음료는 결국 우리를 더욱 목마르게 만들 뿐입니다. 비행, 도착, 중독이 유난히 많은 시대입니다. 우리를 유혹하는 자극에는 쉽게 접근할 수 있지만 건강한 자기애를 채워줄 자극은 돈으로도 살 수 없으니까요. 더 이상 사회가 병들지 않도록 과 같은 근본적 해결책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참고문헌>

1. 최영민, 쉽게 쓴 자기 심리학- 중 <양극성 자기>, 학지사, 2011

2. 줌파 라히리 외 21명 지음, 정윤희 옮김 <ALONE>, 혜다,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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