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심리학의 대가 코헛(Heinz Kohut)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나르시시즘에 해당하는 자기애 욕구를 3가지 요소로 나누어 설명하였습니다. 첫째, '내가 제일 잘 나가'에 해당하는 과대 자기 욕구, 둘째, 나를 진정시켜 주고 롤모델이 되는 이상적인 부모님을 꿈꾸는 이상화 부모 이마고(욕구), 마지막으로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쌍둥이 자기 대상을 갖고 싶은 욕구입니다.
과대 자기 욕구
생애 초기, 아이는 '내가 제일 잘 나가' 와도 같은 마음을 인정받고 싶어 합니다. 역설적이지만 아이는 사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한 존재입니다. 그러니 아이가 초라하고 연약해 보이는 순간에도 부모는 과대 자기 욕구에 반응해 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좌절로 가득한 현실 속에서도 자존감을 가질 수 있게 됩니다. 그런 면에서 부모란 신용이 없는 아이에게 대출을 내어주는 존재입니다. 부모에게 사랑받기 위해서 신용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아들이어야, 혹은 딸이어야, 공부를 잘해야, 외모가 뛰어나야, 부모를 빛나게 해야 할 필요가 없습니다. 신용이 있어야 인정해 주는 것은 사회에 나가서 만나게 될 교사나 직장 상사, 고객들일 테지요.
이상화부모 이마고(imago=image라는 뜻)
'내가 제일 잘 나가'가 과대 자기 욕구를 이룬다면, <당신은 완벽하고, 나는 당신의 일부예요>라는 욕구가 바로 이상화 부모 이마고를 만들어 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내가 제일 잘 나가'라고 외치던 아이는 결국 제일 잘 나가지 못하는 순간이 있음을 깨닫고, 완벽한 대상과 연합하려는 환상을 갖게 됩니다. 이상화 부모 이마고란 모든 것을 알고도 친절하고. 동시에 강하면서도 아이를 진정시켜 주는 완벽한 존재입니다. 아이는 이상화 부모 이마고를 통해서 긴장을 조절하고 소망했던 이상들을 형성하게 됩니다. 1)
반면 이상화 부모 이마고가 결핍되면 자기 진정 능력, 또는 이상과 가치가 결여된 사람이 되기 쉽습니다. 이상화 부모 이마고는 적절한 양육, 최적의 좌절을 거쳐 현실에 맞게 수정됩니다.
그러나 아이가 이상화 대상을 상실하거나, 견딜 수 없는 수준의 좌절이 주어지면 자기 대상에 대한 갈망만 남게 됩니다. 그 결과일생 동안 대상에 굶주린 사람(Object Hunger)처럼 의존하는 성격을 가진 사람으로 살아가게 됩니다. 1) 사이비 교주를 신봉하는 심리, 혹은 특정 종교에 필요 이상으로 몰두하여 자기 파괴적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마음속에는 이러한 결핍이 있는지도 모릅니다.
쌍둥이 자기 대상 욕구
쌍둥이 자기 대상 욕구는 후기 아동기에 경험하게 되는 '우리는 서로 유사하다'는 경험을 말합니다. Freud 식으로 따지면 초기 잠복기, 6-7세에 해당하는 시기인데, 쌍둥이 자기 대상 욕구가 적절한 반응을 경험하면 타고난 재능과 기술이 발달됩니다.
드라마 <치즈 인 더 트랩>의 손민수는 외모도 예쁘고 공부도 잘하는 인기 많은 홍설을 따라 했습니다. 헤어스타일도, 그녀가 가진 물건도, 남자 친구가 있다는 사실마저도 거짓 사진으로 따라 했습니다.
그녀의 심리가 반드시 쌍둥이 자기 대상 욕구인지는 알 수 없지만, 성인이 되어 같은 성별의 친구를 맹목적으로 따라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의심해 볼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결국은 원초적 자기애의 손상이고 결핍입니다.
우리는 아이의 재능을 키워주기 위해 일찍부터 교육을 시작하지만, 어찌 보면 큰돈 들이지 않고 재능을 키워줄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쌍둥이 자기 대상 욕구에 반응해 주는 것입니다. 할머니의 부엌에서 말없이 같은 일을 하는 소녀, 면도하는 아버지 옆에서 면도를 흉내 내는 아이, 공구로 무언가를 만드는 아버지 옆에서 같이 두드리고 자르는 아이들......
이 모든 것은 억지로 따라 하라고, 가르치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옆에 있어주고 말없이 같은 행동을 하도록 허락해 주는 것입니다. 그 고요하고 편안한 상황 속에 아이는 누군가를 모방하고 자신에게 몰두하며 재능을 키워나가게 됩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