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반고양이, 아수라 백작?

반으로 나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by sweet little kitty

동네 공원에 길냥이가 새끼를 낳았습니다. 그런데 무리 중에 눈에 띄는 녀석이 있습니다. 바로 반반고양이입니다.


가족으로 추정되는 고양이들


왼쪽 얼굴과 오른쪽 앞다리가 검은색, 오른쪽 얼굴과 왼쪽 앞다리가 노란색, 얼굴은 경계선이 명확함.



이 고양이를 보고 떠올린 캐릭터는 아수라백작이지요. 아수라 백작은 애니메이션 <마징가 Z>에 등장하는 인물로 반은 남자, 반은 여자로 만들어진 존재입니다. 아수라백작은 어떤 상황이 벌어지면 토론하거나 싸우듯 각자의 의견을 제시합니다. 그리고 합의를 보면 서로 다른 목소리로 동일한 대사를 합니다.


색깔이 반으로 나뉜 고양이를 보며 생각합니다. 반으로 나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대상관계이론에는 분열(Splitting)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Jacobson에 의하면 유아의 경험은 쾌-불쾌로 나뉘어 있기에 세상을 좋은 것과 나쁜 것으로 구분합니다. 생후 1-3개월. 아기는 엄마와 나의 구분이 없어 좋은 엄마와 나, 그렇지 않은 엄마와 나로 뭉뚱그려 관계를 맺습니다. 4개월에서 1년 사이, 엄마와 나를 별개로 인식할 수 있지만 여전히 좋은 엄마와 그렇지 않은 엄마, 좋은 나와 그렇지 않은 나로 나누어 인식합니다.


생후 1-2년부터 아동기 성장과정까지는 좋은 나와 그렇지 않은 나의 모습이 모두 나라는 것을 통합하여 인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통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면, 경계성 인격장애처럼 나와 대상을 좋은 것과 나쁜 것으로 지속적으로 나누게 되고, 통합된 자기 개념이 없기 때문에 늘 외부 대상에 과하게 의존하는 관계를 맺게 됩니다. 1)


이 고양이는 삼색고양이면서 얼굴뿐 아니라 앞다리도 색이 반반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처음엔 정말 신기했고, 한편으로는 무리 중에 외모가 달라 따돌림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녀석은 성격이 가장 활발하고 적극적이네요. 분리된 외모에도 불구하고 통합된 자기 개념을 형성한 것일까요?


이 반반고양이와 아수라백작의 나뉨에는 좋고 나쁨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 나뉨은 <자아>라는 개념을 통해 통합됩니다. 검은색은 나쁘고 노란색이 예쁜 것은 아니니까요. 게다가 이 녀석은 흰색까지 있는 삼색 고양이입니다.


내 안에 서로 다른 내가 존재함을 받아들이고 통합할 수 있는 성숙함이 부럽습니다. 분열(splitting)은 생애초기 양육자가 불쾌의 경험을 하는 아기를 다독이고 진정시키는 경험을 통해 차차 극복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오늘날 일어나는 수많은 비극적 사건이 분열이라는 방어기제로부터 비롯된 것임을 생각할 때, 양육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돌아보게 됩니다. 반반고양이의 건강한 성장을 기원합니다.


참고한 책

1. 최영민, 대상관계 이론을 중심으로 쉽게 쓴 정신분석이론,학지사,2010,pp.270-272.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