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마프로디테, 남성과 여성 사이

성정체성이 남다른 아이, 어떻게 키워야 하나요?

by sweet little kitty

심리학 온라인 수업 중의 일입니다. 한 상담사분이 이런 질문을 하였습니다.

"교수님, 반음양이라는 것이 무엇인지요?

한 젊은 부부가 다른 문제로 상담을 받으러 왔는데, 상담 중 아이가 아프다고 했습니다.'외양은 여아인데 자궁이 없고 몸 안에 남아의 정소(정자를 만드는 기관)가 일부 존재하며 XY 염색체를 가졌다. 이제 2달 된 아기인데 어떻게 위로하고 어떻게 키워야 할까요?'라고 었다는 것입니다.


질문은 정신건강의학 전공인 교수님이 받으셨지만 이 경우는 특별한 질환이기에 사실 저도 선뜻 대답 수 없었습니다. 전공의 시절 반음양이라고 불리는 성분화 이상은 까다로운 분야에 속했고, 원인으로 호르몬 이상은 흔하지만 이와 같은 염색체 이상은 드물기 때문입니다.


성염색체, 생식샘(난소 또는 정소), 외부 및 내부생식기 3가지 중 어느 한 가지라도 남성 또는 여성으로 일치하지 않는 경우를 반음양, hermaphroditism이라고 부릅니다.


그리스 신화에 헤르메스와 아프로디테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헤르마프로디테(또는 헤르마프로디토스)라는 인물이 있습니다. 물의 요정 살마키스의 구애를 받아들이지 않자 살마키스가 신에게 그와 한 몸이 되게 해달라고 하여 남자와 여자의 몸이 함께 존재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헤르마프로디테와 같은 캐릭터가 신화에 존재한다는 것은 아주 오래전부터 반음양이라는 질환이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사람들은 전형적인 성을 갖지 않은 사람을 경계했을 것이고 명확한 원인을 모르니 신화를 통해 두려움을 희석시키고자 하지 않았을까요?



왼쪽, 프랑수아조지프 나베즈, 살마키스와 헤르마프로디토스.

오른쪽 페르가몬의 헤르마프로디토스 조각상.

(출처, 위키백과; 헤르마프로디토스)


그러나 최근에는 그 용어가 모호하다고 하여 반음양이라는 용어 대신 그냥 성발달 또는 성분화 장애(Disorder of sex development)라고 부릅니다. 저는 장애라는 용어를 선호하지 않아 성분화 이상이라고 하겠습니다.


대개 출생 후 외부생식기 모양이 전형적 남아, 또는 여아와 다를 때 의심하게 됩니다. 여러가지 개별질환에 따라 나타나는 증상군이 성분화이상입니다. 가장 흔한 원인은 부신이라는 기관에서 형성되는 성호르몬의 이상으로 인해 여아가 남성화되는 것입니다.(선천성 부신과다형성, congenital adrenal hyperplasia) 이는 시간을 두고 약물치료를 하면 되지만, 남아의 경우 출생 초기부터 급성 부신기능부전이 생길 수 있어 선천성 대사이상 검사라는 신생아 필수 검진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발뒤꿈치에서 혈액을 한 두 방울을 채취하고 종이에 떨어뜨려 측정합니다.


성분화 이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기에 아이의 성을 결정해 주는 것입니다. 아이가 가지고 살아갈 <사회적 성>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겠지요. 요즘은 일찍부터 어린이집에 가기도 하고, 만 3세 이후가 되면 성별을 의식하기 시작하니 그전에 아이의 성을 결정해 주어야 정체성 혼란이나 낙인으로 인한 불필요한 상처를 피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대개 외부생식기의 모양이 어느 성에 가까운가에 따라 사회적 성을 결정합니다.


이 아이의 경우 분명 외부생식기의 모양이 여아에 가까우나 모호했기 때문에(음핵비대, 요도위치 이상 등) 검사를 하고 발견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갓 태어난 신생아에게 성염색체를 확인하거나 내부에 자궁이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 때만 하게 되니까요. 일찍 발견하게 되어 다행이지만 만약 외부생식기까지 전형적 여아였다면 이 아이는 사춘기가 될 때까지도 자신이 XY 성염색체를 가졌다는 것을 몰랐을 것입니다.


성분화 이상에서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정상 남아의 정상 고환조직위치에 있지 않은 정소를 제거해 주는 것입니다. Y염색체는 본래 생식샘모세포종이라는 종양이 생길 가능성을 가진 염색체입니다. 흔히 말하는 암이라고 보아도 좋습니다. 여아가 복강 내 정소를 가지고 있다면, 또 남아가 고환 위치가 아닌 복강 등에 정소를 가지고 있다면 종양이 생길 가능성을 고려하여 적절한 시기에 제거해 주어야 합니다. 초응급은 아니나 아이에게 성분화 이상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면 시기를 놓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부모는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또 어떻게 위로해 주어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하였습니다. 저 역시 신생아실에서 성분화 이상을 마주쳤지만 염색체 이상의 경우 1-2건 정도의 경험이 있고 아이가 성장한 후에는 만난 일이 없기에 이론만 알 뿐입니다. 교과서에는 성결정은 부모, 소아청소년과 의사 및 비뇨기과 의사 등의 합의하에 이루어져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 정신 심리치료, 호르몬 치료가 필요하다고 되어 있습니다. 1)


저는 '아이가 조기진단 되었고 부모님이 적절한 의학적 개입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므로 이미 부모로서 해야 할 중요한 일을 해 주셨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이 아이의 경우 사회적 성별은 여성으로 결정될 것이고 동시에 임신, 출산이 불가능할 것이 예상됩니다. 그러나 생후 2달 된 아이가 지금 해야 할 고민은 아닙니다.


터너 증후군, 또는 클라인펠터 증후군 등은 같은 염색체 이상은 X, 또는 XXY이므로 다른 기관 및 전반적 발달에 이상이 동반됩니다. 그러나 단순 성분화이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제 생각엔 "이 아이는 여느 아이와 다르지 않게 키우시면 됩니다."라고 말씀드리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나머지는 아이가 성장해 감에 따라 전문가와 상의해서 필요한 치료를 보충해 주어야겠지요.


불과 100년 전만 해도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성은 사회에서 낙인찍히고 불행한 삶을 살았습니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그렇지 않아요. 동물학자 최재천 교수님은 <출산하지 않는 것>에 대해 이렇게 얘기합니다.

본래 진화론적 입장에서 생명체는 다음 세대에 자신의 유전자를 남겨야 하므로, 출산은 선택할 일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인간은 집단이 아닌 개인 수준에서 출산 여부를 결정할 만큼 진화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이 아이가 겉으로 보기에 여아로 잘 자라남에도 불구하고 남아의 염색체를 가졌다는 사실로, 출산을 할 수 없다는 사실로 누군가 낙인찍으려 한다면 그건 왜일까요?

사실 성분화 이상을 가진 사람이 사회적으로 누군가에게 피해를 끼친다고 볼 수 없습니다. 결혼할 배우자 정도 되지 않고서야 그와 그녀의 애매모호한 성별이 뭐 그렇게 중요하겠습니까?


성분화 이상을 가진 사람을 비난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첫째로 고정된 성역할에 따른 사회적 인습에 순종할 수밖에 없었던 삶에 대한 자신의 분노는 아닐지, 둘째로 조금이라도 틀에 박힌 것에서 벗어나면 두려워 정형화된 범주 안에 사람을 가두고 싶은 원시적 방어는 아닌지 돌아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여느 아이와 다를 바 없이 당당하게 키우십시오>라고 감히 말씀드려 봅니다.


커버 이미지 출처: 루브르의 잠자는 헤르마프로디토스, 위키백과


참고한 책


1. 안효섭,신희영,홍창의 소아과학.12판.미래엔,2020; 115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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