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금연 도전기

금연 28일 차 – 생각보다 무탈해서 해보는 과거 회상

by Writer J

생각했던 것보다 나의 금연은 순탄하게 진행 중이다. 마지막 일기 이후 담배가 막 미친 듯이 생각나거나 피우고 싶은 적도 단 한 번도 없었다. (나 자신 너무 멋지다!!) 금연이 이렇게 쉬웠던 건가 가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아직도 무기력증과 졸음과의 싸움에서는 이기지 못하기에 언제까지 금연을 계속할 수 있을지는 아직도 미지수이다.


하지만 이전과는 다르게 특별한 증상도 사건도 없는 금연의 나날들이라 딱히 쓸 이야기가 없다. 그래서 오늘은 호주에서 경험한 담배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말해볼까 한다. 금연을 한 나에게 앞으로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일들을 추억하며 오늘 하루도 또 버텨봐야지..!


20대 초반 더 넓은 세계를 경험한다는 그럴듯한 핑계를 기반으로 현실도피를 하고 싶었던 나는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 호주는 내가 예상한 것보다 더더욱 좋았고 날씨마저 환상이었다. 연일 호주를 극찬하던 내가 호주를 싫어하는 감정이 생기기 시작한 건 사 가지고 간 면세점 담배를 다 피워 담배를 새로 사야 할 순간이었다.


호주의 담배 값은 전 세계적으로 높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나는 담배를 사기 전까지 그 사실을 몰랐고 그랬기에 첫 담배를 사면서 내가 사기를 당한 건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다. 또한, 서양 사람들은 동양 사람들의 나이를 잘 구분하지 못하고 본래의 나이보다 어리게 보는 경향이 있는데 그래서인지 내가 담배를 사러 가면 여권을 요구했고 심지어 어떤 곳은 여권을 보여줘도 어려 보인단 이유로 담배를 팔지 않았다.


담배를 사러 가는 과정의 번거로움 뿐 아니라 감당하지 못할 가격에 금연을 시도했지만 언제나 3일 이상 금연을 하지 못했던 그때의 나는 당연히 3일 뒤 그 모든 것을 잊고 다시 담배를 피기 시작했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그 귀찮은 절차 역시 적응이 되었고 가격도 뭐 원래 이런 가격이지 생각하게 되었다.


그날 역시 평소와 똑같이 담배를 사고 뒤를 돌아 가게를 나오고 있었다. 나와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아 보이는 남자아이가 나를 불렀다. (안타깝게도 얼굴로 나이 구분은 나도 못했다.)


“우리나라에 온 지 얼마나 되었니? 호주는 마음에 드니?”


그 아이는 끊임없이 나에게 질문했다. 나는 영어를 잘하지도 못했고 그 상황이 어색했기에 대충 대답을 하고 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 아이는 나를 보내줄 생각이 없었다. 그는 상냥하지만 무서운 얼굴로 알 수 없는 질문들을 계속했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그는 씩 웃으며 본심을 내뱉었다.


“미안한데 난 고등학생이라 담배를 못 사. 내가 돈은 줄게. 담배 좀 사다 줄래?”


헉..

우리나라에서도 안 당해본 담배 셔틀을 이 나라에서 당하게 될 줄이야. 그것도 저 어리고 어린 고등학생 따위에게 이런 취급을 당하다니.. 난 글로벌 호구였던 것인가? 근데 이런 셔틀을 시키는 게 우리나라 말고 호주에서도 존재했구나.. 역시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네.. 이걸 사줘야 해? 말아야 해? 짧은 시간 동안 내 머릿속은 이 생각 저 생각들이 동해 번쩍 서해 번쩍 했다.


그 와중에 나는 담배는 사주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 이유는 정의감도 그 고등학생의 건강을 걱정한 것도 아니었다. 갑자기 머릿속에 그에게 담배를 사주고 남에 나라에서 불법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경찰이 나타나 나를 호주에서 쫓아내는 모습이 그려졌기 때문이다. 결론은 냈으니 이제 문제는 저 고등학생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려 나는 바쁘게 머리를 돌렸으나 시간은 내 편이 아니었다. 그 고등학생은 눈짓으로 나의 답변을 강요하였다.

나는 결국 그 고등학생을 쳐다보고 담배를 사주겠다고 말했다. 그 고등학생은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고맙다고 했고 나는 담배를 사기 위해 가게로 향했다. 그리고 그 고등학생과 약 50m쯤 거리가 벌어졌을 때 나는 그 고등학생에게 아임쏘리를 외치고 그 학생의 반대편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체력장에서도 100m 30초 정도 나오는 느림보 거북이인 나는 그날 내 인생의 최대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놈 자식 나한테 돈도 안 줬었네?)


다행히 그 학생은 나를 쫓아오지 않았다. (사실 너무 무서워 기억이 나지 않으나, 느린 내가 잡히지 않았으니 쫓아오지 않았을 거라 짐작할 뿐..) 집까지 달려가면서 내 숨은 턱까지 차올랐지만 두려움에 속도를 줄이지는 않았다. 간신히 집에 도착해서야 나는 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뿌듯함과 함께 나는 행복의 담배를 피웠다. 엄마! 나 착한 짓 한 것 같아!


하지만 뿌듯함은 잠시 뿐 나는 한 달 넘게 그 고등학생을 다시 만날까 봐 그 쇼핑센터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집 근처에 쇼핑센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인의 차를 빌려 타고 멀리 위치한 쇼핑센터를 다녔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그 쇼핑센터에 갔을 때도 그 아이를 다시 만나지 않게 해달라고 계속 빌었다.


지금은 이 이야기를 웃으면서 추억할 수 있었지만 그때에 나에게는 나름대로 심각한 사건이었다. 담배를 피웠기에 경험할 수 있었던 추억의 사건! 내가 나이가 먹기도 했고 금연을 하고 있기에 이런 경험은 앞으로는 절대 내 인생에 다시없을 것을 알기에 오늘도 이 추억을 곱씹으며 흡연 욕구를 참아내 본다.

keyword
이전 07화나의 금연 도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