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금연 도전기
금연 30일 차 – 같이하는 금연도 후유증은 다르다?!
이제 진짜 어디 가서 금연한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금연 한 달 차가 되었다. 물론 그전에도 금연한다고 사방팔방에 외치고 다니긴 했지만 얼마 안 되는 금연기간에 나의 자신감은 좀 떨어졌는데 한 달 차가 되니 그 자신감은 풀로 충전되었다. 담배를 한 달이나 안 폈는데 앞으로 피겠어? 란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차 있으며 여태껏 참은 한 달이라는 이 기간이 너무나 대단하게 느껴지고 다시 피기에는 아까운 생각이 들어 아마 노담의 생활을 계속 이어가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사실 이번 금연은 여지까지 내가 도전했던 다른 무수한 경험과 달리 너무 쉽게 한 달에 도달한 느낌이다. 물론 중간에 고비가 없었다면 거짓말이지만 그 고비가 예전엔 넘을 수 없는 에베레스트 산처럼 느껴졌다면 이번엔 운동복을 입고도 오를 수 있는 동네 뒷산으로 느껴졌다고나 할까? 내가 그렇기에 당연히 나는 신랑도 똑같이 느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나의 크나큰 오산이었다.
금연 이후 평소에도 음식을 좋아하는 내 입은 터지고야 말았다. 살만 찌지 않는다면 하루 종일 음식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먹고 싶은 음식이 많아졌다. 그래도 나름 살찌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있어서 조절하고 있었으나 며칠 전 유튜브에서 본 스테이크는 너무너무 내 식욕을 자극하였다. 그래서 휴일인 3월 1일 신랑을 꼬셔서 아웃백에 가기로 했다. 나보다 음식을 더 좋아하는 신랑은 단박에 콜을 외쳤다.
사실 평소 일을 마치고 집에 온 신랑은 종종 담배 피우고 싶다는 말을 했었고 어떤 날은 오늘 편의점까지 들어갔었어!라는 말을 나에게 하기도 했었다. 근데 왜 담배 안 샀어?라고 물으면 신랑은 라이터 사기 돈 아까워 담배를 사지 않았다고 항상 답했다. 그렇기에 나는 그걸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진짜 담배가 피우고 싶었음 라이터 따위는 신경 쓰지도 않았겠지라고 생각함은 물론 나는 담배가 그렇게 피우고 싶었던 적이 없었기에(물론 거짓말이다.) 신랑도 당연히 없을 것이라고 치부해 버렸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나의 착각이었음을 신랑은 여전히 흡연의 욕구와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는 것을 3월 1일 나는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우리가 가고자 했던 아웃백은 지하철로 한 정거장만 가면 있었다. 신랑과 나는 그곳에 가기 위해 지하철역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역에 다다른 우리에 눈엔 흡연부스가 들어왔다. 예전 같았으면 지하철을 타기 전 반드시 들렸을 그곳을 쳐다보자 다른 흡연자들이 하나같이 즐거운 표정을 지으며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냥 나의 착각이겠지?)
나 담배 피우고 싶어! 신랑은 나를 보고 외쳤다. 나도! 나는 웃으며 대답했고 우리는 걸음을 재촉하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신랑의 담배 피우고 싶다는 저 말이 장난인 줄 알았지..
휴일의 아웃백은 사람이 너무 많아 약 한 시간의 대기를 해야 했다. 또한, 코로나의 영향으로 가게 앞에서 대기할 수 조차 없었다. 스테이크가 너무 먹고 싶었던 우리는 기나긴 고민 끝에 예약대기 명단에 이름을 적어놓고 우리의 예약 시간이 빨리 오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터덜터덜 우리가 가게 밑으로 내려온 순간 한 무더기의 아저씨들이 있었는데 그 아저씨들은 출입구를 막고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평소 같으면 그냥 지나갔을 온순한(?) 신랑은 그들을 보고 쌍욕을 내뱉기 시작했다. 길막 하고 담배를 피우면 어떻게 이 썅&%^&*(*%*()
나는 깜짝 놀라 신랑을 쳐다봤고 신랑은 저들 때문에 담배가 너무 피우고 싶어서 그랬다고 했다. 안 그래도 대기시간 때문에 예민했던 나는 신랑을 이해했다. 배가 고프면 예민해지는 나는 신랑도 그런 것이라고 치부해버렸다. 암! 배가 고픈데 담배까지 피우고 싶으면 욕 할 수도 있지 뭐..
한 시간의 대기시간은 빠르게 흘러갔고 우리는 오랜만에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 스테이크와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까지 두둑하게 먹은 나는 행복한 포만감을 느끼며 가게를 나왔다. 오랜만에 신랑과 집 밖에 나와 기분이 좋았던 나는 그냥 집에 가기 아쉬워 근처 마트에서 장까지 보고 집에 들어가길 제안했고 신랑도 알았다고 했다. 그냥 기분 좋게 집에 가면 더 좋았을 것을..
장을 보는 내내 나는 신랑에게 먹고 싶은 음식은 없는지 사고 싶은 것은 없는지 물었다. 그러자 신랑은 담배!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그 대답에 나도 공감했기에 웃으면서 나도! 근데 그거 말고 다른 건 뭐가 먹고 싶은데?라고 물었으나 신랑은 한결같이 담배라고 말했다. 한두 번은 장난으로 같이 웃어넘길 수 있었으나 한 번이 두 번이 되고 두 번이 세 번이 되니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나의 웃음은 점점 짜증으로 변했고 결국은 소리를 지르게 되었다.
한 번만 더 담배 소리 하면 죽여 버린다!!!
그 이후는 어떻게 되었냐고? 신랑은 약 1000번 정도 더 담배를 사달라고 말했고(아니 자기가 사면되는데 굳이 나한테 사달라고 하는 심리는 뭔지...) 나는 신랑을 죽이고 싶었지만 그의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깨달아 죽이지는 못했다. 그리고 더 이상 신랑의 말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닌 진짜 담배를 피우고 싶어서 하는 발악의 말이라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내가 괜찮다고 해서 신랑이 괜찮지 않음을 나에게는 괜찮아진 한 달이 신랑에게는 아직 고비인 한 달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또한, 나는 집에 있어서 담배를 참기 조금은 수월했지만 신랑은 밖에서 일을 하면서 조금 더 힘든 한 달을 보냈음을 깨달았다. 그래도 참은 우리 신랑 믓지다 믓쪄!!
진짜 사회생활하면서 금연을 실현하신 많은 형제자매 여러분들! 존경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