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금연 도전기

금연 34일 차 – 금연 시 부부싸움은 절대 비추합니다.

by Writer J


여전히 무탈한 금연 생활을 보내고 있는 나와 이제야 다양한 금연 금단현상으로 고생하고 있는 신랑은 여느 때와 다른 주말을 보내고 있었다. 평소와 조금 다른 게 있다면 신랑은 금단현상으로 예민해져 있었고 나는 그 예민함이 상당히 거슬렸다는 것?!


신랑과 나는 같은 날 금연을 했지만 금단 현상은 내가 먼저 심하게 왔다. 알다시피 다양한 금단현상으로 처음 한 달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는데 그때마다 신랑은 나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었다. 내가 짜증을 내도 다 받아줬고 예민하게 반응해도 허허실실 웃어 넘겨주었다. 아마 그래서 내가 지금까지 금연을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이 든다. 고마워 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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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금연 한 달이 지나자 어느새부턴가 나의 예민함은 점점 사그라들고 있는 반면(진짜??) 신랑은 없던 예민함이 스멀스멀 생성되고 있다. 평소 우리 신랑은 어딜 가서나 1등 남편이라고 소리를 들을 만큼 나에게 잘하고 화도 잘 안내는 사람이었는데 요즘 내가 무슨 말만 하면 얄밉다고 한다. 나는 분명 예전과 똑같이 말하고 똑같이 행동했을 뿐인데 신랑은 요즘 내가 다르다고 한다. 신랑! 이건 내가 아니고 신랑이 이상한 거라니까?

아무튼 이래저래 우리 부부는 싸움의 위험을 본능적으로 잘 피하고 있었는데 이번 주말 저녁 결국 본능을 이긴 두 금연자의 예민함은 대폭발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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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근래 내 주변 코로나19 감염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었다. 그래서 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주말 동안 신랑은 내 기준에 꽤나 자주 기침을 해댔다. 그래서 나는 신랑에게 코로나 19 아니야? 검사받아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 물어보았다. 그에 신랑은 사레들린 것이라고 말을 했고 나는 그렇군! 하고 그냥 넘어갔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난 저녁 시간, 입이 심심한 신랑과 나는 쥐포를 구워 먹고 있었는데 신랑이 또 엄청난 기침을 시작하는 거 아닌가? 이번에도 나는 또 신랑 코로나 19 아니야? 검사받아야 하는 거 아니야? 를 외쳤다. 그에 신랑은 급 성질을 내면서 사레들린 거라고!! 를 외쳤다.


자랑은 아니지만 갑자기 성질을 내는 사람에게 나는 온순히 듣고만 있는 성격의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나도 하루에 사레가 몇 번이 들리는 게 말이 돼! 하면서 빽 소리를 쳤다. (그렇다 부부싸움은 다 이런 사소한 일로 일어난다!) 그러자 신랑은 자기가 사레에 들렸는데 괜찮냐 는 말 대신 하루 종일 코로나 19를 의심한다고 꿍시렁 거리기 시작했다.


평소 같음 우리 부부는 한 사람의 그런 꿍시렁에 웃음이 터지며 싸움이 되지 않는데 그날따라 나는 꿍시렁이 꿍시렁으로 들리지 않아 결국 신랑에게 싸움을 걸었다. 신랑은 나와 싸우다가 중간에 싸움이 심해질 것 같아 중간에 1차 휴전을 요구했으나 이미 화가 단단히 난 나는 그 휴전을 무시하고 무차별 광역 도발을 시전 했다.(나도 아직 예민하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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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광역 도발에 신랑은 엄청난 화가 나서 나와 말을 하지 않는 최고 단계의 화를 내고야 말았다. 처음에는 말하지 마! 나도 안 해!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갈수록 내가 막말을 했음이 틀림없기에 나는 신랑에게 사과하기로 마음먹었다. (나의 광역 도발은 꽤 심한 막말이었다.) 하지만 신랑은 나의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집을 나가 버렸다. 여지까지 몇 번의 부부 싸움이 있었지만 싸움 이후 신랑이 집 밖으로 나간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처음에 든 감정은 당혹감이었다. 그러나 그 당혹감이 점점 사라지자 내 머릿속은 단 한 가지 생각으로 가득했다.


아!! ㅅㅂ 담배 피우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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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담배를 피울까? 이런 딥빡 상황에는 담배가 직빵인데? 한 번 담배가 피우고 싶다고 생각하니 내 머리는 담배 생각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신랑이 나간 상황에 나까지 나가면 안 된다는 생각에 나는 분노를 다스리며 보건소에서 받아온 사탕을 오독오독 씹어 대며 신랑에게 전화하기 시작했다.


신랑은 정확히 30분 뒤에 들어왔고 그리고 그 이후 우리는 금방 화해했다. (사실 풀 스토리가 있으나 너무 길어 패스하겠다.) 그리고 신랑에게 들은 스토리는 나와 너무 닮아서 빵 터지기 충분했다. 집을 나간 신랑은 담배를 너무 피고 싶어서 편의점 앞에 갔다고 한다. 담배를 사려고 했으나 나와의 금연 약속 덕택에 신랑은 담배를 사지 못하고 그 앞을 계속 서성이다가 결국 집에 들어왔다고 한다. 극심한 스트레스에 담배가 너무 피고 싶다던 신랑은 너 때문에 담배 피우고 싶으니 네가 책임져!! 를 외쳐대기 시작했다.


니코틴 껌 씹어!! 나는 신랑에게 니코틴 껌을 건넸다. 신랑은 이런 건 필요 없다고! 를 외쳤지만 사실 별다른 대안이 없기에 결국은 그 니코틴 껌을 받아 들었다. 보건소에서 껌 1개의 니코틴 양이 너무 많아 반개만 씹으라고 했지만 화가 덜 풀린 신랑은 보건소의 말을 무시한 채 껌 1개를 다 씹었다. 괜찮아? 나는 신랑을 향해 물었고 신랑은 괜찮아!라고 대답했지만 몸이 괜찮지가 않았다. 극심한 어지러움에 신랑은 몸을 흔들거리기 시작했고 결국 어지러움이 없어질 때까지 누워있어야 했다. (그 모습이 귀여웠다면 이것은 찐 사랑?ㅋㅋ)


결국 부부 싸움으로 한 부부의 금연은 끝이 날 뻔했다. 아마 니코틴 껌이 없었더라면 신랑은 담배를 피웠을 것이고 담배를 피우는 신랑을 본 나는 아마 100% 담배를 다시 피웠을 것이라 예상한다. 이렇게나 무서운 부부싸움!! 당분간은 웬만하면 신랑과 서로를 이해하며 살아야지 그것만이 금연의 살 길이다.


근데 오늘의 마지막 의문..

도대체 담배를 왜 끊어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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