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 근육을 써라 닝겐아!
자랑 같지만 회사를 다닐 때 많이 들은 소리가 있는데 바로 일머리가 좋아 습득이 빠르고 일처리도 알아서 깔끔하게 잘한다는 이야기이다. 그런 말들을 들을 때마다 역시!라고 혼자 흐뭇하게 미소 지으며 내가 못 하는 게 어디 있어?라고 생각한 내가 바로 ENTP의 표본이다.
이제와 생각해 보면 다른 운동을 할 때 잘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 그렇기에 스쳐 지나간 다양한 학원 선생님들의 사탕발린 말인 “잘하시네요.”를 1도 의심하지 않은 채 단어 그대로 듣고 맞아 역시 난 뭐든 잘한다니까?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이런 자신감 넘치는 인생에 끝없는 좌절을 맞이하게 되었으니 바로 클라이밍이다. 클라이밍을 하지 않았다면 아마 나는 평생 모르고 살았을 것이다. 내 몸에 근육이란 게 없다는 것을.. 내 몸이 내 의지대로 움직이지 못한다는 것을.. 그리고 생각보다 내가 머리가 나쁠지도 모른다는 것을 말이다.
약 1년 6개월 전 어느 날 대뜸 센터장님께서 여자 회원들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는 턱걸이를 해보라 하셨다. 당연히 나는 한 개도 하지 못했고 나보다 6개월 정도 먼저 다닌 다른 회원은 1개를 간신히 했고 우리 암장 최고 에이스 S는 5개를 했다. 센터장님은 간신히 한 개를 한 회원을 보며 1년을 다녔는데 그게 뭐냐 하고 타박하시며, 좌절하는 나에게 너도 1년이 지나면 한 개 정도는 가뿐히 할 수 있다고 위로해 주셨다.
그리고 운동을 한 지 2년이 넘은 지금 전 몇 개의 턱걸이를 할까요? 이 글의 제목이 스포이니 여러분들은 다 아시겠죠.. 0개... 그렇습니다. 전 여전히 한 개도 못하는 바보입니다.
사실 올해가 될 때까지 이것이 문제란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진짜 문득 무려 1년 6개월 전 저 상황이 생각난 것이다. 센터장님의 말씀대로 라면 난 이미 1개를 해야 마땅하다. 아니 2년이 되었으니 최소 2개는 해야겠지.. 근데 왜 여전히 난 0개인 것인가? 내가 운동을 가끔 가냐? 그것도 아니다. 주 5일 매일매일 출근 한다. (물론 요즘은 주 4회 갈 때가 더 많지만..) 그리고 한 번 가면 최소한 2시간 이상은 암장에서 운동을 한다. (물론 수다가 반이긴 하지만..) 그런데 왜 때문에 아직도 턱걸이를 1개 도하지 못하는 것이냐!! 이건 무엇이 잘못되어도 대단히 잘못되었다.
나는 센터장님께 이 이유에 대해 물었다. 넌 어깨를 너무 안 써! 그러니 어깨 힘이 안느니 턱걸이를 못하지. 넌 너무 팔 힘으로만 운동해!! 너무나 당연하지만 나에게 충격으로 다가온 말이었다. 물론 나도 알고 있다. 내가 어깨를 잘 쓰지 못한다는 점은 근데 그렇다고 내 전완근이 겁나 멋진 것도 아니다. (다른 회원들에 비해 여전히 애기이다) 근데 팔 힘으로만 운동한다니 이건 말이 되지 않는다. 그렇담 도대체 나는 무슨 근육으로 운동하는 거냐? 이거 참 희한하다. 희한해. 세계 7대 불가사의가 8대가 되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노릇이다.
아무튼 그래서 올해 나는 변화하기로 했다. 바로 매일 집에서 턱걸이 연습을 하기로 한 것. 풀업 바를 사고 풀업 밴드도 사고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영상들을 보며 열심히 연습하기 시작한 것이다. 거기다 내가 연습한 영상도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다양한 사람들의 조언과 응원을 받으며 단 하루도 빼먹지 않고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
그렇게 연습한 지 어언 30일.
드디어 풀업 한 개를 성공하였습니다!!
와!! 나시끼 겁나 멋있어!
사실 낚시였습니다. 연습 30일 해서 턱걸이하면 누구나 다 턱걸이하죠.. 이런 이야기는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나오는 이야기라고요.ㅠㅠ 현실에 사는 저는 여전히 턱걸이 한 개를 위해 아등바등 난리를 치고 있으나 여전히 1개도 못 하고 있답니다. 댓글로 사람들이 등을 쪼이라고 견갑골을 어쩌고 저쩌고 하는데 진심 하나도 못 알아먹겠습니다. 같은 한국말을 쓰는 한국인인데 이렇게 말을 못 알아 들어도 되는 건지..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요즘 문해력이 딸린다고 하는데 괜히 그 말이 나를 두고 하는 말 같고 뭐 그렇습니다. 회사에서 일머리 좋다고 들은 나는 이미 죽었나 봅니다...
그래도 가뭄에 콩 나듯 가끔 달리는 등 근육이 늘었다는 댓글과 자세가 좋아졌단 댓글을 보며 비실비실 쪼개며 그래 포기하지 말자! 하며 열심히 도전하고 있습니다. 포기만 안 하면 성공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저는 그렇게 믿습니다. (대신 풀업 연습 때문에 클라이밍을 더 못하고 있다는 건 안 비밀) 그리고 반드시 올해는 단 한 개의 풀업을 성공할 것입니다. 올해가 가기 전 반드시 성공담을 가지고 돌아오지요 아하하하하!!
PS. 이렇게 열심히 풀업 연습을 하고 있었는데 최근 나 혼자 산다에 나온 설현 씨는 클라이밍 7개월 차인데 풀업 7개 하는 거 보고 또 심한 좌절감에 빠졌다는.. (물론 설현 씨는 나와 같은 몸치도 아니고 그전에 운동도 많이 하셨지만... 아.. 나 시끼 왜 사니...?)
40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풀업바 근처에도 가지 못하는 몸을 못쓰는 멍청이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