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의 경고음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가 나온 지 하루 만에 시장에 AI 거품론이 다시 고개를 들었고, 글로벌 증시는 검은 금요일을 맞이했다. 하지만 이상한 점이 하나 있다. 코스피, 나스닥, 닛케이 등 대부분의 자산은 3~4% 내외의 조정에 그쳤지만, 비트코인은 단독으로 30% 가까이 급락했다.
이 현상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하다. 비트코인의 내재 가치에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라면, 다른 근본적인 요인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핵심은 유동성이다.
위 기사에서 언급된 ‘역환매조건부채권(RRP)’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시장의 유동성을 가늠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다. 줄여서 ‘역레포’라고 부른다.
역레포란, 연준이 시중 금융기관들에게 “너희 돈을 나한테 맡기면, 국채 담보를 주고 이자도 얹어줄게”라고 제안하는 구조다. 이 거래가 많아질수록 시장에 풀린 돈이 연준으로 흡수되어 사라지게 된다. 즉, 유동성을 걷어들이는 장치다.
중요한 점은 역레포 잔고가 줄어든다는 것 자체가 시중 유동성이 다시 풀리기 시작했다는 신호라는 점이다.
역레포 잔고 감소 → 연준에 맡긴 돈이 빠져나옴 → 시중 유동성 증가 → 주식시장에 호재
2023년 하반기부터 2024년 중반까지, 역레포 잔고는 약 2조 달러에서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그 시기 미국 증시는 어떻게 반응했을까?
S&P500: 사상 최고치 갱신
나스닥: AI·빅테크 중심으로 강력한 상승
즉, 역레포 잔고의 감소가 위험자산 상승의 선행 지표로 작용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문제는 지금이다. 역레포 잔고가 '0'에 근접하고 있다. 이는 더 이상 시장에 공급할 수 있는 유동성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유동성 공급의 끝
자금 순환의 정체
시장은 포화 상태에 도달
이런 상황에서 가장 먼저 반응하는 자산은 극단적으로 민감한 위험자산, 바로 비트코인이다. 즉, 이번 비트코인의 폭락은 가치의 붕괴가 아니라, 유동성 한계의 시그널로 해석할 수 있다.
비트코인이 기술적, 구조적 가치 면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다.
공급량은 여전히 2,100만 개로 제한되어 있고,
블록체인은 멈추지 않았으며,
탈중앙성은 유지되고 있다.
단지 시장은 유동성에 대한 경고음을 감지했고, 가장 민감한 자산부터 반응한 것일 뿐이다.
단기적으로 연준이 다시 긴축 사이클로 전환할 가능성은 낮다. 그 이유는 다음 두 가지다.
1) 양적긴축(QT)의 종료 시점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
양적긴축은 연준이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중앙은행이 채권을 사들이면서 시중에 통화를 공급하는 양적완화(QE)의 반대 개념이다. 양적긴축 중단은 결국 유동성을 더 이상 줄이지 않겠다는 의미다. 양적긴축은 공식적으로 오는 12월 1일 종료될 예정이다.
2) 금리는 인상보다는 인하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
연준이 12월에 금리를 인하할지 여부는 불확실하지만, 정책의 큰 흐름은 금리 인하 기조에 맞춰져 있다. 시장에서는 2026년 상반기 이후 금리 인하 가능성에 점점 무게를 두고 있으며, 이는 더 이상의 긴축 강화보다는, 점진적인 완화 전환이 예상되는 환경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8. 지금이야말로 분할 매수를 고려할 타이밍
시장은 공포에 반응하지만, 장기 투자는 본질에 반응해야 한다. 비트코인의 본질은 훼손되지 않았고, 유동성의 일시적 경색에 대한 반응일 뿐이다. 따라서 지금 같은 시기에는 비트코인을 일정 금액씩 분할 매수하는 전략이 장기적 수익을 위한 현명한 대응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