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도 못 넘봐
오래전 기억이 있다.
내 나이 세 살 무렵 여동생이 태어났고, 다섯 살 때 막냇동생이 태어났다.
막냇동생의 탄생은 내 기억 속에 생생하다. 배부른 엄마의 모습도 생각나고 갑자기 작고 귀여운 아기가 누워있던 모습도. 하지만 이 기억은 막냇동생이 태어나기 전, 그러니까 나의 다섯 살 이전의 아주 오래된 기억이라 할 수 있다.
여동생은 엄마젖을 뗄 때가 됐는데도 엄마에게 들러붙어(?) 젖을 빨고 있었다.
가난했기에 요즘에 흔한 분유나 공갈젖꼭지 그런 것도 없었던 시절이었다.
그때 모유가 계속 나왔는지 어쨌는지는 모르지만 동생은 늘 엄마 품에서 젖을 먹고 있었다. 엄마는 젖을 떼기 위해 본인의 가슴에 빨간 립스틱을 바르거나 테이프로 막아보기도 했는데 모두 허사였다.
그 후로 꽤 오랫동안 동생은 엄마의 젖을 먹었던 것 같다.
2년 뒤에 남동생이 태어났으니 바로 직전에 젖을 뗐으려나.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엄마가 하늘나라에 가시고 코로나가 온 가족을 휩쓸고 지나갔다.
한 명이 걸려서 집에 오면 나머지 가족도 당연하다는 듯 다 전염이 되었다.
작년까지 우리 가족은 두 번씩이나 걸렸다.
결혼한 여동생 집에도 코로나19와 독감으로 제부와 조카들까지 모두 고생했다.
하지만 동생은 지금까지 코로나는 물론 호흡기 질환에 단 한차례도 걸리지 않았다.
우리 가족들 중에서 유일하다.
회사에 다니면서 코로나와 감기, 독감에 걸린 가족들을 수발들며 여태껏 무사히 잘 지내왔다.
"난 코로나19 한 번도 안 걸렸고 감기도 잘 안 걸려.
아마 내가 엄마 젖을 오래 먹었기 때문에 면역이 좋아서 그런 것 같아."
동생이 웃으며 말했다.
요즘 역대급 독감과 감기로 모두 골골 한 중에도 엄마가 물려주신 면역력 덕택에 건강한 내 동생.
엄마 몫까지 늘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길 기도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