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달리는 어두컴컴한 침대 기차 안.
20대 중반, 함께 떠난 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라이프 스토리(Life Story)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온전한 나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시간. 내가 지나온 삶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시간.
"아. 내 이야기는 눈물 없이 들을 수 없을 텐데...."로 시작하였다.
하지만 난 자동적으로 ‘내 이야기를 온전히 다 할 수 있을까? 어디까지 이야기하고, 어느 부분은 각색하고 빼야 할까?’ 고심하였다. 그땐 아마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된다면, 나를 불쌍하고 어딘가 부족한 아이로 볼까 봐 두려웠다. 그래서 적당히 빼야 할 이야기는 빼고 더할 이야기를 찾아 헤맸다.
몽환적인 분위기, 어떤 이야기를 해도 수용해줄 것 같은 동료들 마저도 나로 하여금 완전한 몰입에 젖어들게 하진 못했다. 누구나 삶의 이야기가 녹록지만은 않고, 눈물 없이 들을 순 없겠지만... 특히 내 이야기를 온전히 담아내는 건 나에게 어려운 작업이었다.
만약 상담을 공부하지 못했다면.. 더욱더 내 이야기를 풀어내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때로부터 15년이 지난 지금에야 조금은 담담하게 나의 이야기를 세상에 꺼내놓을 수 있게 되었다.
말이 아닌, 글로.
여전히 두렵고 힘들지만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이야기가 하나, 둘 펼쳐진다면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단 한 명이라도.
누군가 나의 삶을 통해 위로를 얻을 수 있다면..
아빠나 가족을 잃은 상실의 폭풍우 속에서 두려운 이에게 용기를 줄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작은 일을 하는 이가 용기를 냈다.
그럭저럭 잘 지나갈 거라고. 그럭저럭 괜찮은 어른이 될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