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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기자 Oct 24. 2021

우리 부부가 부암동에 살기까지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온전히 쉴 수 있는 공간이 집이 되었으면...

 우리 부부가 부암동으로 신혼집의 터를 잡은 건 오랜 고민 끝이었다. 한국 사회에서 맞벌이 부부로 빠듯한 생활을 이어 가기에는 도심 근처의 아파트가 합리적이라고 생각해 온 나에게 남편은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집"이었으면 한다고 했다. 역사와 문화가 공존하고 편집샵이 가까이 있어 소소한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장소였으면 좋겠다고. 처음에는 "까다롭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 공간이 있기는 한 건가.


 이렇게 각자 다른 생각을 가진 우리는 꽤 오랫동안 집을 알아봤다. 나는 남편을 데리고 서울 혹은 서울에 인접한 경기도에 있는 아파트를 보러 다녔다. 심지어 결혼해서 아파트에 살고 있는 지인들 집에도 남편을 데리고 놀러 가기도 했다. 그럼에도 남편은 흔들리지 않았다. 남편은 합정, 망원동, 연희동, 성미산 마을, 삼청동, 성북동 그리고 부암동에 집을 보러 나를 데리고 다녔다. 딱히 집을 보지 않아도 주말이면 동네 드라이브를 하면서 이런 공간이 가진 운치에 대해 설명을 하고는 했다.


 어느 날, 남편은 부암동에 집이 나왔다며 가보자 했다. 언덕길을 한참 올라가 도착한 빌라는 외관부터 오래된 빌라는 많이 낡아있었다. 보나 마나라고 생각하며 올라갔다. 인테리어를 한 집 내부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뭐 생각보다는 내부는 괜찮네' 그런데... 거실로 들어서는 순간 나는 그만 창문 밖으로 펼쳐진 풍경에 반해버렸다. 아기자기한 집들이 흩어 뿌려진 풍경은 이곳이 우리나라 풍경 맞나 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래, 이곳이야'라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됐다. 그렇게 뭔가에 홀린 듯 그날 집을 가계약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부암동에 살게 된 것이다.  


우리 집 거실에서 바라본 부암동 전경


 대치동 높은 빌딩 사이에서 독립을 하고 살았던 내가 생김새부터 전혀 다른 공간, 부암동에서 살게 되면서 서서히 삶은 변해갔다. 도심에 나가 일을 하며 사람과 부대끼고 살다가도 자하문 터널을 지나 산 능선을 보면 이내 마음이 편해졌다. 집을 나서면 잔잔하게 볼거리가 있는 동네 산책길과 골목길은 걷는 걸 즐기게 했다. 재미있는 가게도 많았고 동네 사람들도 재미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아름 닸던 공간이 아이를 낳자 완전 다른 곳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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