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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울타리 Jan 16. 2021

단독주택 10년(겨울) - 따뜻함, 그 고마움

북극 한파가 지나갔다 했더니만 다시 추위가 온다. 작년에 추울 것을 대비해서 롱패딩이 있어도 아들들도 같이 입자며 한 사이즈 큰 을 또 다. 그때는 날이 너무  따뜻해, 내가 왜 롱패딩을 샀을까 하며 후회다. 반대로 올해는 너무 추워, 나보다 키가 커버린 첫째와 나만해진 둘째에게 롱패딩을 줬다. 대신에 난 그냥 내복 두둑이 입고 코트를 입고 다닌다. 폭풍 성장하는 아이들이 크면 그때 내 차지가 될 텐데, 굳이 같은 사이즈 옷을 또 사느라 돈 쓰지  말아야겠다. 내년에 키가 날로 크고 있는 큰아들을 사주고 나는 둘째 아들한테 물려 입어야지. 그래도 퇴근하고 난 후 저녁에는 둘 중 한 아들 꺼 입고 맘껏 마트에 갈 수 있으니 이렇게 그냥저냥 겨울은 지나갈 것이다. 좀 춥더라도 견뎌 볼 수밖에….

 작년에 사서 이월 상품이 되어버린 롱패딩이라도 아들들이 잘 입고 다니니 고마울 따름이다.

퇴근 후 현관문에 들어서면 따뜻한 온기가 있어, 우리 집의 따뜻함에 감사를 느낀다. 코로나로 연일 아이들이 집에 있다 보니 따뜻한 것이 아니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꼭 그렇지가 않다. 평년 같은 경우, 외출을 누르고 나갔다가 저녁에 집에 돌아와 보면, 아침 열기를 그때까지 머금고 있어서 그것 만으로도 충분히 온기를 느낄 수 있다. 그래서일까 집이 따뜻하다 보니 웬만해서 우리 집 남자들은 나가려 들지 않는다. 아마 온도차가 너무 나서 생기는 반작용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내가 며칠 전 눈이 와 마당에 나가 있는 세 남자들을 보면서, 큰아들 성인 되기 전에 자주 눈이 왔으면 좋겠다고 한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 집은 목조주택이다. 이 목조주택의 장점 중에는 단열이 있다. 기둥과 기둥 사이에는 많은 나무가 들어가는데, 그 사이사이에 단열재를 넣어주어 하나의 벽체를 만든다. 단열재를 넣을 때는 꼼꼼히 시공사가 넣었는지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어떤 집의 경우 목조주택 이어도 이 단열재를 대충 집어넣어 그 성능을 제대로 발휘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우리 집 지을 적엔 이 집과 나의 회사와 원래 살던 집이 가까워서 자주 드나들어, 그 부분은 놓치지 않으려고 무지 애를 썼던 거 같다.

남편은 추운 것을 엄청 싫어한다. 노는 것을 좋아해 봄, 여름, 가을까지 엄청 놀러 다녀도 차가운 겨울이 되면 담배 피우러 나갈 때 빼고는 꼼짝을 안 한다. 이런 사람인지라, 그렇게 단열, 단열했던 모양이다. 아무리 그래도, 반팔을 입고 춥다고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로 인해 처음 몇 년은 엄청 신경전을 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남편은 나 몰래 보일러 온도를 계속 높이고(26~28도), 그걸 보고 결코 지나치지 않는 나는 남편보고 옷 좀 입으라고 잔소리를 연신 해댔.  살다 보면 서로 맞춰진다고 했던가, 처음엔 보일러 온도를 곧 죽어도 23도 만을 고집하던 나는, 때(주로 흐린 날)에 따라 24도도 했다가 25도 하기도 하고, 남편은 이제 반팔 아닌 긴팔을 입고 웬만해선 나한테 혼날까 봐 보일러는 안 건드린다. ^^

그나마 우리 집은 단열에 신경 써서인지 이번 달 청구된 가스비가(실평수 48평) 12만 원(겨울 최대 17만 원 미만)이 채 안 나왔다, 도시가스비라는 것이 난방+가스레인지+온수가 합쳐져서 나온 것이라, 겨울엔 저리 나와도 여름은 많이 나와봐야 2만 원 미만으로 나온다. 그러나, 모든 집이 우리 집 같지는 않다. 몇 년 전 앞집 할머니 댁은 얼마 쓰지도 않았는데(2층은 보일러 가동을 거의 안 한다고 했다.) 60만 원(우리 집보다 좀 넓긴 하다)이 나왔다고 푸념하시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겨울에는 늘 그렇다고 하시니 겨울이 되는 것이 무섭다고 하셨다.  우리 집처럼 한 달 벌어 한 달 겨우 살아가는 사람들한테, 처음 신축할 때 철저한 단열시공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했다.

단열의 하나로 현관의 중문을 빼놓을 수가 없다. 현관의 공간을 작게 만들었어도 현관문 자체에는 단열재가 없다 보니 마치 현관이 깔때기가 되어 온갖 차가운 공기가 들어오는 듯하다. 중문을 닫았을 때와 열었을 때의 온도차가 너무 크다 보니, 누군가가 중문을 열고 드나드는 경우 우린 일제히 한소리를 한다. ‘중문 닫아!’
 
창문도 중요하다. 창문 역시 단열재가 아니다 보니 창문의 크기와 성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 집은 여느 집과는 달리 창문이 두줄(보통 집은 투명창 한 줄과 반투명 창 한 줄이 있다.)이 아니다. 그냥 투명창 한 줄만 있을 뿐이다. 그럼 정말 춥지 않을까 의심이 든다. 우리 또한 그랬으니까. 나 지내본 바에 의하면 보일러를 가동할 때 거실 창 바로 앞에만 바닥이 차가울뿐 전체 집 온도를 좌지우지하지는 않는다. 그 비결이 창문 유리가 보이는 것처럼 한 장이 아니라, 3장이 겹쳐있어서 바깥 온도를 차단해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겨울철 그 흔한 '결로'도 발생하지 않았다.

창문의 크기도 중요하다. 인테리어로 통유리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럼 엄청 춥다는 걸 간과해서는 안된다. 우리 집은 기본으로 두 쪽 창문이고, 곳곳에 작은 창문이 있다. 창문이 작아서 통풍이 안될까 봐 걱정이 될 수 있으나 작은 창문 여러 개가 공기 순환에는 더욱 좋단다. 그렇다고 이 작은 창문에 단점이 없진 않다. 한번 창문을 열었다 닫으려면 정말 많은 수의 창문을 열고 닫아야 하기에 수고와 시간이 든다는 거다.

이번 겨울 이렇게 추워 코로나로 집콕만 했는데도 불구하고, 이 어미가 게을러서 집에 겨울 커튼이 있는데도 아직 못 바꿨다(심지어 거실에는 커튼도 없다). 아들들이 이젠 커서 춥지 않단다. ‘더러운데... 바꿔야 하는데…’ 하며 매주 시간만 가는데도 아직 못 바꾼 채로 있다. 흠… 말 나온 김에 이따 바꿔야겠다. ^^;;;;

단열을 그리 잘했다 해도 계단에서 내려오는 냉기는 어떻게 막을 수가 없나 보다. 계단 앞에 1인용 소파가 있는데 유독 그 자리에만 앉아 있다 보면 발이 차가워진다. 9번째 겨울을 보내고 있지만 혹시 위층에 많은 창문 중 하나가 열렸나 싶어 종종 확인해 보게 되는데, 창문은 늘 닫혀 있을 뿐이다. ‘찬 공기는 아래로 이동한다’는 그 기본적인 과학의 원리(이 원리로 인해 애들이 자주 쓰는 다락이라도 거의 난방을 하지 않는다)를 자꾸 잊고, 위층 창문의 개폐 여부를 확인하려고 오르고 있는 나는, 정녕 망각의 동물인가 보다.^^

게다가 흐린 날은 여지없이 한기가 돈다. 10년째 살면서 나는 계단의 찬바람은 자꾸 잊어도, 햇살의 고마움은 절대 잊을 수가 없다. 흐린 날이면 여지없이 평소보다 추워져 버리니 그럴 때면 손목 근육통이 더 심해지기 때문이다. 햇살 좋은 날이면 나는 편한 소파를 놔두고 굳이 거실 커다란 창문 앞에서 광합성하는 커다란 식물처럼 그냥 앉아 있는다.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햇빛만으로는 비타민D 섭취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게다가 나이가 점점 들어 얼굴에 기미가 생긴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따뜻함에 모든 것을 잠시 잊고 그냥 앉아 있는 것이다. 북향 땅을 싸게 사서 남향으로 집을 짓기(우리 집은 도로를 등지고 있다)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드는 계절이다. 그래서일까 워킹맘이라 평일에는 햇살을 맞아가며 멍하니 앉아 있음을 즐길 수 없으니, 주말이라도 햇살 좋은 하루가 되었으면 하는 작은 기대를 매주 해본다.

동네에 보면 벽난로를 설치한 집을 종종 볼 수 있다. 우리 집이야 워낙에 좁아 벽난로 설치는 엄두도 못 내지만 벽로의 분위기가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니 부럽기도 하다. 하지만 속내를 보면 추위를 막기 위해 설치하는 집이 많다고 한다. 트럭 한차에 얼마를 주고 주문한 나무가 한겨울을 지탱해줘서 가스료를 절약할 수 있다고 했다.(그러고 보니 얼마 전 본 ‘효리네 민박’에 벽난로가 그런 역할이었던 것 같다.) 벽난로가 분위기와 따듯함을 동시에 주니, 단열에 취약하다 해서 아예 방법이 없지 않은 것이다.

지난 크리스마스 때였다. 성탄절이라 해도 어디를 마음대로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보니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던 차였다. 남편과 아이들은 식탁에서 내가 못하는 카드놀이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남편이 리모컨을 들고 TV를 켠다. 뜬금없이 놀다가 영화를 왜 틀었나 했는데 제목이 ‘벽난로’라는 것이었다. 그 영화(?)가 이상한 것은 음악과 함께 장작 타는 소리를 듣고, 거기서 나오는 벽난로 불빛을 보며 불멍을 하다 보면 정말 따뜻해지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나무 타는 그 특유의 향이 없어 아쉽기는 했지만, 한참을 그렇게 앉아서 벽난로 분위기를 즐겼던 성탄절로 기억한다.

그렇게 벽난로를 대체할만한 무언가가 생겼으니, 벽난로를 부러워만 할 것이 아니라, 그냥 따뜻한 집에 만족하며 살아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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