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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종영 Mar 04. 2021

환경, 그리고 우리

악플과의 전쟁을 시작해야 하는 이유 1 - 환경과 언어 1

2017년, 지구촌에 경종을 울리는 연구결과가 발표됐습니다. 전 세계에서 매년 900만 명이 환경오염의 영향으로 조기 사망한다는 게 주요 골자입니다. 의학저널 랜싯이 후원하는 랜싯 환경오염·보건 위원회는 2년간의 연구를 통해 이 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와 더불어 수천 조원에 달하는 경제적 피해를 낳는다고 위원회는 강조했습니다.


구성원들에게 절대적 영향을 끼치는 환경


환경(環境). 사람을 비롯한 동·식물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자연적 혹은 사회적 조건을 일컫는 단어입니다. 일차원적으로 자연을 환경으로 해석하곤 하지만,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들 모두 환경의 범주에 속합니다.


우선, 랜싯 위원회의 결과가 언급해주듯이 자연환경의 오염은 인류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지난 수 십 년간 환경오염으로 인한 이상 현상을 우리는 목격해왔습니다. 여러 재산·인명 피해가 발생했으며, 기상 이변은 연일 악화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가 그러하듯 사계절이 뚜렷했던 우리나라 자연 역시 급변하고 있습니다. 봄·여름·가을·겨울 구분이 뚜렷했지만, 봄과 가을은 눈 깜빡할 사이에 지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열대 기후에서 주로 볼 수 있었던 동·식물이 정착하기 시작했습니다. 피서철 여러 피해를 야기하는 해파리가 기후 변화를 대표하는 사례겠죠.


자연의 파괴·오염으로 인한 부작용은 거침없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 사안이 가볍다면 바뀐 기후에 적응할 수 있느냐를 고민하겠지만, 이미 그 수준을 넘어선 지 오랩니다. 인류의 존폐 자체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죠. 우주를 개척하는 선진국들, 단지 미지의 세계에 다가가고자 하는 과학적 호기심만으로 행하는 연구가 아닙니다. '지구의 대체재'를 찾는 목적도 있습니다.


연구 결과에서도 소개됐지만 자연에서 파생되는 만큼 막대한 피해가 끊임없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추세다 보니 세계 각국은 환경 파괴를 지연시키기 위한 다양한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지구 상에 존재하는 한 완전한 보존은 어렵겠지만, 이를 최대한 늦추면서 일부는 복원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 중입니다.


지구촌 경제의 청사진을 그리는 세계경제포럼에서도 매년 환경 문제를 주요 사안으로 두고 논의하고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개발'을 주창하던 시절도 이미 과거가 됐습니다. 이제는 실질적인 대안을 현실화시키고, 주요한 사안들에 대해서는 모든 국가의 참여를 독려하는 방식으로 현재 위기를 타계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여러모로 과도기에 처한 우리의 현실입니다.


자연뿐 아니라 다른 국내 환경 역시 위태롭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정치는 가장 좋지 않은 국면으로 굳어지고 있습니다. 양극단으로 반목하거나 아예 등지는 형국입니다. 특정 정당을 지지하면 극단주의자로 비치기 일쑤며, 그런 시선과 인식으로 인해 정치 자체에 환멸을 느끼기까지 합니다. 이중 유권자가 어떤 선택을 한국 정치의 미래에는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뿐입니다.


국가가 위태로울 때마다 등장하는 현상인 '군소정당 난립'은 정치가 그간 심어준 불신의 산물일 겁니다. 그만큼 국민의 이권 곳곳이 침해받고 있으며 이를 반영하고자 하는 목소리가 많아졌다는 뜻이니까요.


경제는 '헬조선'이라는 기존 인식에 코로나19로 참담한 상황을 맞았습니다. 실질적인 청년실업률은 말도 못 할 상황이며, 최근 일본이 그랬듯 무기력 속에 빠져 당장의 취업 자체를 포기하는 움직임까지 등장하고 있습니다. 과거 주요하게 여겨지던 것들을 포기하는 'N포 세대'라 하지만 경제활동마저 포기하기에 이른 겁니다. 


코로나19 시대가 종식되면 빈부격차는 더욱 심해질 거라는 예측이 파다합니다. 그렇다면 경제 환경은 악화일로를 걷게 될 겁니다. 이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과 여기에서 파생되는 범죄 발생 빈도 역시 급증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낳을 만큼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되면서 사회 환경 역시 급속도로 탁해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학교 폭력, 아동 학대 등 국가의 근간이 되는 가정·학교가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흔들리고 있습니다. 특히 아동학대 문제는 우리 사회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출산율 저하, 비혼주의자 증가, 서민 경제 붕괴 등을 이유로 유래 없는 인구 절벽을 겪고 있는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인 만큼 뼈아픕니다.


또한 극단주의자가 벌이는 각종 범죄는 인명·재산에 큰 손실을 안기고 있으며, 이제는 일상으로 침투한 마약 범죄도 점차 증가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진 치안이 좋은 나라겠지만 곳곳에 뚫리고 있는 구멍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사회 환경 역시 그만큼 오염된 셈입니다.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맞는 갈림길

환경이 오염되면 살아가기 위한 조건이 까다로워집니다. 다양한 질병이 발생해 여러 개체를 공격하기도 합니다. 인간 사회만 놓고 보자면 그 과정에서 불거지는 인간성 상실이 악순환을 형성합니다.


여러 문제가 연쇄적으로 발생하다 보니 이 안에 살아가는 구성원인 우리는 적응과 생존이라는 과제를 떠안게 됐습니다. 이미 세상에 태어나 발을 디딘 이상 살아남아야 하는 게 인간의 숙명이니 만큼 우리 모두는 갈림길 앞에 서있습니다.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선택지는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첫째, 환경을 주도하는 자가 되는 겁니다. 흔히 성공하는 사람이라 일컫는 이들은 환경을 본인의 의지대로 응용합니다. 어떤 변화가 다가와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뜻을 관철시킬 능력이 있습니다. 타고난 DNA 덕을 보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피나는 노력으로 이를 이뤄냅니다.


풍파가 지나고 나면 이들은 막대한 부와 명예를 쟁취하게 됩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극한의 자아실현으로 인한 성취감이 향후를 도모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또 다른 환경 변화 혹은 붕괴가 찾아오더라도 경험을 자산 삼아 도약하게 됩니다.


둘째, 강제적으로 환경 변화를 억제할 수 있는 배경이나 힘이 없는 평범한 우리 대다수는 그 환경에 고스란히 몸을 맡깁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 악영향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합니다. 심신이 쇠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상황에 따라 숭고한 가치의 포기, 현실 안주 및 권태, 무기력과 같은 부작용을 겪게 됩니다.


이 현상이 지속되거나 심화될 경우 최악의 선택지를 바라보는 사람이 등장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는 인간성이 실종된 형태로 발현되곤 합니다.


마지막 선택지는 환경의 부정, 파괴의 가속화, 일탈로 귀결됩니다. 이전 송동호 교수 인터뷰 내용에서 언급했듯이 사회나 환경이 병들게 되면 소속된 인간의 병리 역시 심화됩니다. 병리는 곧 스트레스와 같으며, 내적인 무게를 덜어내지 못한다면 무너지게 됩니다. 그렇기에 어떤 식으로든 누적된 부정적 감정을 쏟아내려 합니다.


하지만 긍정적인 방법으로 순화해내지 못한다면 곧장 범죄와 맞닿게 됩니다. 종종 발생하고 있는 묻지마 범죄가 이 유형에 속합니다. 각종 혐오 행위 역시 마찬가지죠. 


이렇듯 무의식 중에 쌓였던 병리가 그릇된 방식으로 표출된다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오염은 더 빨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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