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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종영 Mar 02. 2021

악플러 처벌, 솜방망이로는 부족하다

법치주의가 그 기능을 다하길

어떤 행위가 되풀이되면 이를 습관 혹은 버릇이라고 부릅니다. 잘못된 행동 한 번은 실수라며 무마할 수 있지만, 같은 행동이 반복되면 동일선상에서 보기 어렵습니다. 반복적인 행태가 '범죄'에 속한다면, 그리고 그 범죄가 재산상의 손실을 넘어 다수의 생명을 위협한다면. 사회가 이를 억제해야 합니다.


불완전한 인간을 조율하는 약속


과거에는 선택된 한 사람이 모든 존재 위에 군림했습니다. 절대권력이죠. 하지만 특정한 개인에게 과도한 특권이 쏠리면,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간의 기본권을 철저히 묵살하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졌습니다.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대다수 민주주의는 '사람의 의한 지배'에서 '법에 의한 지배'를 선택합니다.


이를 법치주의라고 합니다. 불완전한 인간이 야기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를 법을 통해 조율하고, 사회의 안녕과 체제를 유지하는 겁니다. 대다수 국가가 이 법치주의를 통해 각종 혼란과 분쟁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헌법이라는 모체에서 파생된 다양한 법 조항이 국가와 국민을 일차적으로 수호합니다. 그럼에도 범죄는 끊임없이 벌어집니다. 극단적인 성향의 범죄자들은 이를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적발되지 않으리라는 근거 없는 확신을 바탕으로 각종 피해를 야기하고 자신의 이익을 도모합니다.


만약 법조차 없었다면 우리의 일상은 매번 위협받고 위태로웠을 겁니다. 법이 충동적인 일탈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기에 우리는 그나마 안전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습니다.


법이라는 장치가 인권을 보호하는 목적을 지니는 만큼 범죄자더라도 최소한의 인권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간혹 범죄자의 인권을 존중하는 게 맞느냐 하는 문제로 사회적인 논의가 펼쳐지기도 합니다. 그중 하나가 성범죄자의 전자발찌 착용입니다.


전자발찌 착용의 근거는 '반복 범죄의 가능성'입니다. 성범죄자가 재차 범행을 감행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에 주변인들이 대비할 수 있도록 한 거죠. 하지만 출소 후 착용하는 전자발찌가 이들의 기본권을 강제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종종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먼저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반복 범죄들. 우리나라 사법 체계가 이를 원활하게 통제하고 있느냐 하는 겁니다. 분명 손 봐야 하는 부분이 존재합니다. 반복 범죄는 말 그대로 하나의 습관으로 굳어진 행동 양상으로 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습관성 범죄가 '음주운전'입니다. 어쩌면 음주운전은 악플과 색깔이 매우 유사한 유형의 범죄라 할 수 있습니다. '무슨 일 생기겠어'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벌인 일이 누군가의 재산이나 안위에 심각한 위협을 끼치니까요. 그리고 이들 범죄는 일상에서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절실한 반복 범죄의 억제

음주운전은 고질적인 사회 병폐 중 하나입니다. 과거보다 음주운전자에게 가해지는 강도가 강해졌음에도 아직 부족하다고 느껴집니다. 체감될 만큼 줄어들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음주운전자에게 이 범죄 행위는 분명 습관입니다. 한 번이 어려울 뿐입니다. 별 사고 없이 첫 음주운전에 성공했다면 그다음부터는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됩니다.


우리 사회에서 뿌리 뽑아야 하는 대표적인 범죄가 음주운전입니다. 직위·명성·부 등 모든 사회적 잣대를 막론하고 음주운전이 습관화된 사람 중 상당수가 재차 저촉되곤 합니다. 음주운전으로 인명 피해를 낸 운전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고, 음주운전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 등을 담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 개정안' 및 '도로교통법 개정안', 일명 '윤창호법'이 시행됐음에도 음주운전 재발은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삼성화재 부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는 2020년 1월부터 8월까지 당사에 접수된 교통사고를 분석한 결과를 내놨습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가관입니다.


보험사에 접수된 음주사고만 해도 2015년부터 꾸준히 5000건을 넘었습니다. 윤창호법이 시행된 2019년 3787건으로 감소하는 듯했지만 2020년에 들어서 단 8개월 만에 2019년 대비 22.2%가 늘었죠.


코로나19 여파로 높은 단계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됐습니다. 당연히 2019년보다 술을 마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을 텐데 음주운전자는 폭증했습니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최근 거리두기가 완화됐을 때에도 전국 각지에서 음주운전자가 검거됐습니다. 심지어 며칠 전에는 무려 3차례나 처벌을 받은 뒤 집행유예 중이던 사람이 또다시 음주운전을 해 물의를 일으켰습니다.


연구소 측은 이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됐다가 2015년에 재취득한 사람(15만 8000명) 중 무려 14%가 다시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됐다는 것입니다. 이는 동일하게 2015년에 신규 발급받은 뒤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된 초범보다 3배 높은 수치였습니다.


통계에서도 드러납니다만 우리나라는 운전에 있어 관대합니다. 면허 취득이 쉬울 뿐 아니라 이런 음주운전자가 재발급받는 것도 수월합니다. 여러 선진국이 강력한 잣대를 두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일상에서의 실수 대부분은 가벼이 넘길 수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으니까요. 그렇지만 범죄라는 틀 안에 속한 실수에 과한 기회를 주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요?


재발 위험성이 매우 높은 범죄, 악플

음주운전과 마찬가지로 악플 역시 재발 위험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악플러들의 온·오프라인 언어습관이 굳어져 도출된 행동이 악플이기 때문입니다.


잘못된 운전 습관으로 벌점 초과자가 되면 각종 교육을 이수해야 합니다. 계도 프로그램을 통해 인식과 행동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함이죠. 초범 모두가 재범이 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이에 의의를 둘 수 있을까요? 부족한 감이 있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는다면 더욱 확산될 따름일 겁니다.


악플러들 역시 경우에 따라 유사한 형식의 교육을 이수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악플 관련 범죄자들에게는 보다 세밀하고 현실적인 변화를 줘야만 합니다.


운전에는 몇몇 '조건'이 붙습니다. 취득 가능 연령이 돼야 운전을 할 수 있으며, 범죄 역시 운전대를 잡고 있어야만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악플은 어떤 조건이 필요치 않습니다. 그만큼 저지를 가능성이 더 높은 범죄죠. 매일, 매 순간 굳어지는 습관을 깨야합니다. 특정 조건 없이 발현되는 행동에서 기인하는 만큼 다각적으로 개선해야만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겁니다.


형식적인 프로그램으로는 괄목할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법치주의가 온전히 실현될 수 있도록 그 법을 강화해야만 합니다. 개선의 여지가 크지 않으면서도 꾸준하게 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면 해당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더 강하게 짓눌러야만 합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인권. 그 무게를 감히 저울질할 수는 없습니다. 모든 인권은 동등하게 존중받아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잠재적 가해자의 그것과 잠재적 피해자의 인권 중에서 후자가 '우선'돼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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