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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종영 Mar 03. 2021

악플로 도배된 유튜브, 댓글창 폐쇄는 대안이 아니다

소통을 거부할 수 없는 이들의 운명

"유튜브 라이브는 욕도 많이 올라오고 이상한 말들도 많이 올라오네요.", "하지만 전 괜찮아요. 10년 활동했는데요 뭐."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하던 중 가수 강민경 씨가 했던 이야기입니다. 그녀는 이렇게 반응하면서 울먹였습니다.


유명해지기 위한 필수 관문, 유튜브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최근에는 유튜브 구독자수가 그 사람의 인기를 가늠하는 척도가 됐습니다. 구독자가 많은 크리에이터는 웬만한 연예인보다 큰 영향력을 과시합니다. 부와 명성은 덤으로 따라오죠. 온라인 이용자들의 유튜브 의존도가 커짐에 따라 유명인들도 속속들이 유튜브에 뛰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연예인은 각자의 본업과 성향에 맞게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해내고 있습니다. 이미 창작 환경이 조성돼있는 만큼 일반인보다 특색 있는 콘텐츠를 업로드하기 수월합니다. 연예인의 유튜브 진출에 가속도를 붙이는 이점 중 하나라 할 수 있죠. 가수라면 연습실에서 녹화한 동영상을 그대로 게시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이들에겐 일상을 공개하는 '브이로그' 역시 매력적인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스타의 일상을 공유하고 싶어 하는 팬들을 고스란히 저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음식을 만든다거나 개와 산책을 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관심을 끌 수 있습니다. 자신의 평상시 모습을 알리면서 팬들에게 만족감을 선사할 수 있고, 화제가 된다면 자신의 채널 구독자도 증가하니 상부상조할 수 있는 최고의 콘텐츠입니다.


그러면서 두각을 드러내는 이들도 등장했죠. 요리 전문가인 백종원 대표의 채널, '생태계 파괴자'라 불리며 100만 구독자를 돌파한 배우 신세경 씨 등 여러 분야에서 대중의 큰 반응을 이끄는 공룡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의 화제성과 긍정적인 효과는 연예기획사가 꿈에 그리던 것들이었습니다. 큰 비용을 들여 대관을 해 팬미팅을 하는 것만큼, 혹은 그 이상의 결과물을 팬들에게 제공할 수 있음과 동시에 소속사와 소속 연예인의 영향력을 공고히 할 수 있으니 말이죠.


온라인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면서 대중과의 소통이 중요한 연예계에서는 SNS와 유튜브 활동이 필수적인 사안으로 떠올랐습니다. 아직 전성기를 맞지 않았거나 재기를 바라는 이들에게는 더욱 필요한 '조건'이 됐습니다. 또한 공개 채용 제도가 사라져 버린 희극인들에겐 새로운 활동의 장이자 유일한 활로로 비치고 있습니다.


단순히 현상만을 본다면 도전하는 이가 많아질수록 볼거리가 더욱 풍부해진다는 측면에서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하지만 늘어난 구독자만큼 비례해 증가하는 폭언에 무방비하게 노출되는 사례도 자주 목격되고 있습니다. 라이브 방송의 경우에는 당사자 입장에서 대처하기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여과 없이 받아내야 하는 언어의 칼부림

오염된 커뮤니케이션이 기승을 부리자 국내 포털 사업자들은 연예, 스포츠 기사 하단의 댓글란을 폐쇄하는 결정을 내립니다.


악플을 봉쇄하겠다는 조치지만 단점도 존재했습니다. 대중의 반응을 살필 수 있던 주요 채널 하나가 사라진 셈이니까요. 그렇지만 이 단점은 SNS와 동영상 플랫폼으로 대체되면서 사라졌습니다. 그와 동시에 문제 하나가 크게 부각됐습니다. 


여러 번 강조했지만, SNS와 동영상 플랫폼을 통한 언어폭력은 피해자에게 더욱 직접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포털 사이트를 통해 확인하는 악플은 형식적이나마 여과 장치가 있었으니까요.


하나, 자신과 관련된 기사가 존재해야만 공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기사가 생산되지 않았다면 회피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거죠. 둘, 포털 사이트에 게재된 기사를 통하다 보니 한 번은 부적절한 언어를 걸러낼 수 있었죠. 댓글 작성 과정에서 부적절한 언어가 포함돼있다면 등록이 제한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적발하기도 수월했습니다.


현재 유행하고 있는 채널들에는 그만큼의 제재 기능이 없습니다. 특히 다이렉트 메시지나 라이브 채팅처럼 직접적으로 당사자에게 향하는 장치들은 위협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일정한 여과마저 되지 않는 만큼 치명적인 내적 동요가 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최적의 홍보 채널을 포기할 수 있을까요? 활동을 접고 은퇴하지 않는 이상 쉽사리 고를 수 없는 선택지입니다. 답보 상태를 반전시킬 수 있지만 그만큼 심리적 지옥의 수렁으로 빠질 수 있는 양날의 칼이 된 겁니다. 


본질에서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완화될 기미가 없는 커뮤니케이션의 질적 저하 현상과 그로 인한 피해 사례 증가. 우리는 누군가 나서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사회적 차원의 고뇌와 합의가 없다면 어떠한 대안도 언 발에 오줌 누는 식으로 끝나고 말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초 카카오의 행보는 의미가 있습니다. 카카오는 지난 1월 국내 기업 중 최초로 온라인 혐오표현에 대한 대응 의지를 천명했습니다.


IT 기업이자 큰 규모의 포털 사이트와 SNS를 운영하고 있는 회사인 만큼 가볍지 않은 고민의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혐오표현을 정의 내림과 동시에 강한 규제 의사를 드러냈습니다.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카카오는 출신(국가, 지역 등)·인종·외양·장애 및 질병 유무·사회 경제적 상황 및 지위·종교·연령·성별·성 정체성·성적 지향 또는 정체성 요인 등을 이유로 특정 대상을 차별하거나, 이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며, 일방적으로 모욕하거나 배척하는 행위에 반대합니다.


2. 카카오는 이러한 차별에 기반해 특정인과 특정 집단을 공격하는 발언을 증오발언으로 정의합니다. 증오발언은 이용자의 정서적 안전을 위협할 뿐 아니라, 사회적 배척과 물리적 폭력을 유발합니다. 증오발언은 다양한 이용자가 발언에 나설 자유를 위축시킬 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신뢰와 건강성을 저해합니다. 카카오는 이용자의 인권과 존엄성을 훼손하고 안전을 위협하는 증오발언에 강경하게 대처하겠습니다.


3. 이용자는 카카오 서비스 내 공개된 공간에서 특정인과 특정 집단에 대한 폭력을 선동하거나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발언에 유의하여야 합니다. 이용자는 타인의 존엄성과 안전을 위협하지 않는 한 여전히 공공정책이나 자신의 신념 등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습니다.


4. 카카오는 증오발언을 근절하기 위해 앞으로도 정책 기술, 서비스 기획 및 디자인을 고도화해 나가겠습니다. 더불어 사내 교육과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내부로부터의 차별과 증오발언을 경계하겠습니다.


이는 표현·이용의 자유와 공공 이익 논쟁을 재점화시킬 수 있을 만큼 의미 있는 성명문입니다. 이미 악플 저지 노력은 한 차례 수포로 돌아간 바 있습니다.


2002년 인터넷 실명제가 도입됐었지만 10년 후인 2012년 위헌 판결이 났습니다. 지금도 합법적 사이트에서는 개인 인증 절차를 거쳐 가입하는 만큼 명맥은 이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당시에는 표현의 자유 침해, 해외사이트 도피 등 실명제로 도출된 문제점이 공익적 측면보다 크다는 이유로 이 같은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그로부터 또다시 10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났습니다. 다시금 저울질할 필요성이 있다고 느껴질 만큼 온라인 언어폭력, 오염된 커뮤니케이션의 위험성이 확산됐습니다. SNS의 일상화로 인한 일반인의 신상 노출. 이로 인해 일반인이 악플에 희생되는 사례가 급증했습니다. 


최근에도 일반인이 악플에 피해를 입었죠. 방송인 사유리 씨와 스타벅스 종업원 문제로 말이죠. 자신이 거주하던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아이와 함께 인근 스타벅스로 급히 대피한 사유리 씨는 전자출입부 명부 기재가 어려워 매장 직원과 실랑이를 벌였습니다.


양측이 상대방의 상황을 인지하지 못해 일어났던 일종의 해프닝이었습니다. 그저 양측이 이 부분을 인정하고 사과하면 마무리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일을 공론화한 것에 사과를 함과 동시에 사유리 씨가 해당 매장까지 찾아가 그 뜻을 전했습니다. 


당사자들 사이의 사과가 오고 갔지만 해당 직원은 악플 세례를 받아야 했습니다. 해당 매장 직원이 SNS를 통해 비난을 멈춰달라고 호소했을 만큼 악플러들은 지독하게 유희를 즐겼습니다.


이처럼 크게 번질 사건이 아니더라도 악플러들은 집요하게 공격 대상을 물어뜯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피해사례가 누적되고 있는 것이죠. 이제는 공공의 이익을 충분히 침해하고도 남을 만큼 관련 사례가 차고 넘칩니다.


이제는 다시 한번 측정해야 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봅니다. 앞으로는 온라인이 우리 삶에 더 크게 개입할 겁니다. 시대 흐름에 발맞춰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온라인에서의 탈선에 가중치를 둬야 마땅합니다. 


지금까지 악플과 관련된 직접적인 부분들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이제는 좀 더 확장된 시선으로 바라보려 합니다. 오염된 커뮤니케이션 근절의 또 다른 근거들을 제시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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