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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종영 Mar 30. 2021

'함께'의 힘은 '각개전투' 악플보다 강하다

악플을 해결하기 위한 사견 - 이용자

이제는 '우리'가 나서야만 합니다. 우리 중 누군가가 또 다른 피해자로 이름을 올리기 전에 우리가 나서야 합니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다 한들 집 떠난 소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지금도 흘러가는 시간이 더 이상 무의미해지지 않도록 모두의 손을 모아 손에서 빚어지고 있는 범죄를 몰아냅시다.


미세한 관심과 행동만으로도 큰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우리'


우리 모두는 어떤 연결고리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국민, 대중 등 여러 이름으로 묶여 있는 이해관계자입니다. 우리는 서로의 이름이나 얼굴을 알지 못합니다. 그저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지만 아주 작은 목표를 함께 바라보는 순간 강력한 결속으로 뭉치게 됩니다. 그리고 전혀 다른 집단이 됩니다. 일순간 형성된 연대의 힘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추운 겨울이 되면 어김없이 시작되는 연탄 배달 봉사활동. 언론을 통해 보도도 자주 되는 봉사활동의 한 형태입니다. 유명인, 일반인 구분 없이 많은 사람이 겨울이 되면 연탄을 짊어지곤 합니다. 봉사자들은 열악한 곳에 거주하는 분들이 조금이나마 따듯한 겨울을 날 수 있도록 부지런히 연탄을 나릅니다. 척박한 환경은 봉사자들의 포근한 마음씨와 대비되며, 선한 영향력은 곧 대중의 움츠러든 마음까지도 녹입니다.

작은 움직임 하나는 보잘것없을 수 있지만 그 마음이 조금만 모여도 큰 변화의 주춧돌이 될 수 있습니다. 무언가를 '함께' 이뤄나간다는 건 그만큼 파급력이 있죠. 심지어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것조차 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 힘이 '우리' 안에 있습니다.


두, 세 명만 공통된 행동을 하더라도 절대다수를 움직일 수 있다는 실험 이야기를 했던 거 기억하시죠? 우리에게 익숙한 '나비효과'입니다. 나비의 날갯짓 한 번이 지구 반대편에서 태풍으로 확산되는 현상. 이 효과는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도 발현될 수 있죠.


특정한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매듭짓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공통된 목표를 명확히 인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어떤 사건에 직면했을 때 이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고,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야 하는지를 '공유'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해당사자들이 함께 고민을 나눠야 하죠. 그렇지 않으면 의도치 않은 피해를 낳을 수 있습니다.


30여 년 전 미국에서 일어났던 풍선 사건은 맹목적인 대중의 행동이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걸 여실히 보여줍니다. 


1986년 9월 미국의 자선단체인 'United way of Cleveland'는 독특한 기부행사를 기획했습니다. 사람들을 광장에 모아 150만 개의 풍선을 동시에 날리는 것이었는데요. 한 번에 150만 개의 풍선을 하늘로 날리는 건 기네스북에 등재될 만한 유래 없는 단체 행동이었고, 그만큼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자선단체에서 기획한 선의의 행사였고, 이목을 끌기엔 좋은 기획이었습니다. 결국 대규모 인파가 클리브랜드 광장에 모여들었고, 단체의 의도처럼 모인 사람들은 동시에 헬륨가스가 가득한 풍선을 하늘로 날려 보냈습니다. 하늘을 가득 메운 풍선은 대대적으로 보도됐을 만큼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자랑했습니다.


그렇게 성공적으로 끝나는 듯했습니다. 자선사업을 목적으로 이뤄진 행사였지만, 의도와 다르게 엄청난 사회적 피해가 뒤이었습니다. 풍선을 날리는 건 단순한 행동에 불과했을 뿐이었으니까요. 광장에 모인 사람들이 자선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겠다는 공통의 소망을 가진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재미로 풍선을 하늘로 보낸 사람이 더 많았을 테죠.


당시 기상 상황의 영향으로 풍선이 멀리 퍼져나가지 못했습니다. 150만 개의 풍선은 클리브랜드 상공에 장시간 머물렀습니다. 이로 인해 하늘길이 삽시간에 막혔죠. 공항은 마비됐고, 어떠한 항공 운송수단도 운행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인근 호수에서는 배가 전복되는 사고가 벌어졌습니다. 두 명이 물에 빠졌는데, 공중에 잔류하고 있는 풍선 때문에 구조헬기가 뜨지 못해 사고자들은 그대로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터진 풍선들은 고스란히 자연 파괴로 이어졌습니다. 사용된 풍선이 150만 개였으니 치우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리고 풍선 잔해는 수많은 야생동물의 생명까지 앗아가고 말았습니다. 수년간 의도치 않았던 행사의 악영향은 이어졌습니다. 


자선사업을 위한 최초 목적이 있었지만 그곳에 운집한 이들은 목적을 공유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행동의 이유도 일치하지 않았죠. 순수한 목적을 흐릿하게 만드는 '보여주기'식 집단행동이 결국 상상을 초월한 피해만 남긴 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목표를 단순화하고, 명확히 그리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치열하게 이뤄질 이 과정은 '순수함'에 기반을 둬야 합니다. 사적인 무언가를 바라는 게 아닌, 오로지 공공의 이익만이 전제돼야 합니다. 논공행상이 주가 되선 안 됩니다.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19로 삶의 무게가 무거워졌는데, 또 다른 부정적 파장이 우리를 감싼다면 많이 버거울 겁니다. 더 나아가 '삶이 고단한데 굳이 보이지 않는, 근접하지 않은 위협을 경계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으로 무관심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것이 두려워 행동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더 큰 아픔을 감내해야 할 겁니다.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의 악화일로, 기형적인 행태를 제어하기 위해서는 모두의 관심과 행동이 절실합니다. 그렇지만 공공재와 관련된 문제인 만큼 우리 모두가 이해관계자입니다. 이 때문에 그 무엇보다 오로지 정화하겠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문제를 직시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미국의 사례처럼 순순한 의도로 시작했지만, 의도와 전혀 다른 결과를 낳아서는 더더욱 안 됩니다. 그만큼 모두가 하나 된 마음으로 악플 문제를 바라봐야 합니다.


'모든' 이용자의 과제


해결을 위한 이해당사자 중 대다수에 해당하는 이용자 모두가 가장 먼저 움직여야 합니다. 대다수가 조금만 더 선의를 담아 이용하려는 마음을 가진다면 빠른 오염 속도를 충분히 억제할 수 있습니다. 


우리 이용자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뭘까요? 가상세계를 바라보는 인식부터 바로잡아야 합니다. 악플을 포함한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은 현실 속에서 이뤄지는 대화 양상보다 가볍습니다. 익명의 상대 혹은 특정 대상을 존중하기보다는 동일선상에 두거나 하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가 누군지 상대가 모르고, 상대 역시 나를 모르기 때문에 서로를 낮게 보며 대화를 이어갑니다. 이러한 인식이 조금만 엇나가거나 선을 넘으면 곧장 악플로 이어지곤 합니다.


최근의 존댓말은 고지식하고 의사소통에 불편함을 끼치는 허례허식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서로 별명 등의 호칭을 사용해 편히 의견을 주고받자는 직장 내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죠. 어쩌면 이 사회적 흐름에 반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논점의 핵심은 '존댓말'이 아닌 '존중'에 있습니다. 친구처럼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건 부담감 없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암묵적인 환경을 조성해줍니다. 그렇지만 그 안에 존중이 없다면 어떤 식으로든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필연적으로 말이죠. 


빈번하게 선을 넘는 악플들은 공통적으로 존중이 '부재'합니다. 우리는 누군지 모르는 익명의 누리꾼을 존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만 합니다. 가상세계 속에서 맺은 인연이더라도 그들 모두 하나의 소중한 주체입니다. 상대방을 가볍게 여기지 맙시다. 어떤 말이든지 다 해도 되는 그저 그런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인터넷망을 통해 스치는 인연 모두 소중한 존재라는 마음가짐만 가지고 있어도 함부로 욕설, 악의적 비난을 억제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가상세계를 현실과 동일시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온라인에 퍼져있는 잘못된 대화 양상들을 살펴보면 현실의 자신은 전혀 상관없다는 듯합니다. 눈앞의 대상을 그저 먹잇감으로 인식해 최대한 고통스럽게 하겠다는 의지만이 가득합니다.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최대한의 필력을 악플이라는 형태로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는 명백한 오판입니다. 비록 인간이 만들어낸 공간 속에서 생성·전달되는 메시지지만 실존에, 특히 심리적으로 큰 영향을 줍니다. 악플을 단 사람, 공격 대상이 되는 사람, 이를 보게 되는 제삼자 모두에게 말이죠. 


온라인에서 우리가 하는 언행이 그 즉시 현실에 영향을 준다는 인식 전환은 그만큼 중요합니다. 


점차 다채로워지는 사회적 물의를 바라보곤 하면 인식 전환이 얼마나 필요하며, 시급한지를 알 수 있습니다.

최근 들어 성장세가 무서운 온라인 중고거래 시장을 살펴봅시다. 최초 시장 형성 목적에 맞게 양심적인 거래가 주로 이뤄지고 있지만 기이한 거래 목록들도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급기야 사람을 판매한다는 자까지 등장했습니다. 얼마 전 장애인을 팔겠다고 게시물을 올린 사람은 대중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습니다. 중학생으로 밝혀진 게시자는 자신은 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당당하게 게시물에 쏠리는 관심을 즐겼습니다. 또한 게시물과 함께 올린 사진(판매 대상)이 친구의 사진이라고 자랑하듯 설명하기까지 했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급증한 온라인 강의 중에도 비인격적인 일들이 종종 발생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한 대학 온라인 강의에 미성년자라고 주장하는 누리꾼이 침입해 음란한 내용을 게재하고, 부적절한 내용들을 채팅창에 적어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각자의 언행이 현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이와 같은 비상식적인 일을 벌일 수 있었을까요? 주목을 받게 되면 이들은 변명하곤 합니다. 장난이었다, 호기심이었다와 같은 식으로 말이죠. 


특히 청소년 중 일부는 그들이 성장하면서 보게 되는 부적절한 온라인 행태를 마치 해도 되는 것인 양 인식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점점 가벼워지는 온라인 속에서의 행동들.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가 그릇된 인식을 멀리 해야 합니다. 그리고 인식의 오류에 노출되는 걸 방어해야 합니다. 


가상세계는 결코 현실과는 다른, 독립된 공간이 아닙니다. 그곳에서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현실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오류는 매우 부적절하고 잘못된 전제입니다. 


누리꾼 모두의 인식 전환과 존중은 우리가 앞으로 하게 될 악플과의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될 것입니다. 이 두 개념이 밑바탕이 되면 실질적으로 악플을 다는 게 불가능해집니다. 


현실에서 지인이나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함부로 욕을 하거나 비난하는 게 쉬운 사람이 있을까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법적으로는 이미 처벌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음에도 아직 무의식이 여기에 닿지 못하기 때문에 악플러들의 만행이 계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건강한 정신을 가진 우리부터 건강한 대화를 시작해야만 합니다. 


긍정적인 전재들과 더불어 여럿의 적극성도 필요합니다.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사람이 불어넣은 선한 분위기는 긍정적인 변화가 가속화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유명인의 언행이 대중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평범한 몇 사람이 특정 흐름에 적극적으로 앞장서는 것 역시 큰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각 개인이 주변을 독려해야 합니다. 혹시 어긋난 사람을 발견한다면 올바로 인도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향해가자고 외쳐야 합니다.


좀 더 많은 사람이 움직이기 전까지는 온라인 대화 참여도가 높은 사람들이나 오피니언 리더들이 감시·감독자 역할을 담당해야 합니다. 악플을 발견하면 서비스 운영자에게 즉각 신고해 다른 누리꾼에게 노출되는 시간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간혹 악플러와 시비가 붙을지도 모릅니다. 그들과의 대화는 회피할수록 좋습니다. 이성적인 커뮤니케이션을 거부하는 자들과의 합리적 논쟁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저 묵묵한 감시·감독만 병행하면서 악플보다는 건전하고 건강한 대화 양상을 다른 이들에게 노출시키려는 노력만 하면 됩니다. 


적극성을 가진 몇몇이 선순환을 일으킬 수 있다면 악플러들이 설 자리는 머지않아 크게 줄어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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