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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을 따라가는 사람 Jul 06. 2022

[일상] 좌충우돌 텃밭 가꾸기 (4)

토마토 부자의 꿈은 멀기만 하고, 뭐든 쉽게는 되지 않는다

총각무를 다 뽑아낸 5월을 기점으로 우리 텃밭을 토마토 농장으로 전환하였다.  

원래는 씨앗을 심었는데, 내 기대와는 달리 좀처럼 싹이 트지 않아서 모종을 인터넷으로 주문하여 심었는데, 다행스럽게도 꽃도 제때 폈고, 조금씩 열매를 맺는 녀석도 있었다. 어떤 토마토가 좋을지 몰라서 미니토마토(방울토마토와 그냥 토마토의 중간 사이즈라고 한다), 방울토마토, 대추방울토마토, 그리고 노란 방울토마토까지 종류별로 사서 심었다. 생각보다 꽃이 예쁘다. 보다 보니 나도 모르게 기대를 하게 된다.


영글어가는 토마토 농장주의 꿈
아... 이제 토마토 부자가 되겠구나. 많이 열리면 동네 벼룩시장에 내다 팔아볼까?


안타깝게도 기대는 그저 기대일 뿐이다. 어제 피운 꽃이 5개라면, 오늘 말 그대로 뚝뚝 떨어진 꽃이 3-4개다.

이것도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


갑자기 심난해진다. 우리 세 아들들은 아빠가 쳤던 큰소리에 잔뜩 고무되어 있는데..

뭐가 문제지? 퇴비도 사다가 뿌리고, 물도 적잖게 뿌려준다. 웃자란 잎을 떼어주기도 한다. 그러다가 햇볕을 못 쬐어서 그런가 싶어서 좀 더 볕이 잘 드는 곳으로 옮겨 심어보기도 한다. 다행스럽게도 옮겨 심은 토마토가 빨갛게 익기 시작한다.




조금씩 빨갛게 익어가는 토마토들


이 중, 가장 열심히 꽃을 피우고, 계속 열매를 늘려가는 녀석은 요란한 이름을 가진 토마토가 아니라 (평범한) 방울토마토다. 대추방울토마토는 아직 몇 개 열리지 않았고, 노란 방울토마토는 계속 꽃이 뚝뚝 떨어지더니 이제는 영토 확장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미니 토마토는 다섯 개가 열리더니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영양분을 모두 열매에 집중해서인지 줄기와 잎이 시들시들하다. 좀 더 비싼 모종을 사다 심지 않은 것이 신의 한 수였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래도 조금만 버텨주지 않겠니?



잎과 줄기를 주고 열매를 취하는 전략인가 보다


그래도 꾸준히 열매를 맺어주고 있어 고맙다. 아직은 토마토 농장주의 꿈을 포기하지는 않아도 될 듯 하다

지금은 꽃 하나 피울 때마다 응원을 하고 쪼그리고 앉아서 멍~ 하니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자꾸 응원하게 된다. 그래도 꽃은 떨어지고 또다시 핀다. 뭐 하나 마음대로, 기대대로 되지 않는다. 세상일이 다 그렇고, 사회인으로 살다 보면 역시 그렇다. 토마토 농사(까지는 아니고, 그냥 키우기..)도 예외가 아니다. 심지어는 지난주 폭우가 쏟아진 다음 날에는 익다 만 열매들과 피다 만 꽃들이 여기저기 떨어져 있었다. 이건 내가 어쩔 수 있는 것이 아닌 외부성이다.거저 키울 수 있을 줄 알았던 토마토 키우기에도 역시 내적 요인과 외적 요인이 모두 작용하고 있다.


무엇이 부족한가?라는 생각에 스스로 답해본다. 뭐든지 마음대로 안되면 나의 정성이, 나의 진심이 닿았는지 생각하게 된다. 강의를 할 때도, 외부 기관과 함께 과제를 수행할 때도, 학생들과 만날 때도, 그리고 연구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결국 답은 이 하나다.

아직도 정성이 부족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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