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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myum Sep 02. 2022

39 나 스스로를 정성스럽게 잘해 먹이는 일

혼자만의 식사시간

네일 샵에서 대기를 하다가 손님과 원장님의 대화가 들렸다. 신랑이 출근하고, 아이에게 아침 먹인 후 유치원에 등원하고 혼자 식사를 하면 차려먹는 것조차 귀찮아서 김치랑 햇반으로 먹는다고 했다. 대화 없이 혼자 식사를 하다 보면 대충 먹게 된다고..


출근 안 하는 금요일은 늘 혼자 식사를 하게 되는데, 식습관을 바꾸기 전엔 아침은 안 먹고 브런치로 배달을 시켜먹게 된다. 반찬이라고는 집에서 보내주신 김치와 참치, 햄, 김자반이 유일했기에 나 또한 밥하는 것도 귀찮아 햇반을 먹자니 반찬이 없어 배달을 시키게 되었다. 최소 금액이 있는 배달음식은 늘 양이 많았지만, 남기는 음식이 아까워 과식을 하게 된다. 샐러드를 먹기보다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햄버거+어니언 링 또는 감자칩, 떡볶이와 순대, 찜닭 등 혼자 먹으면서도 간단하게 먹기보단 잘 먹어야 된다고 생각했던 건지 늘 과하게 주문해서 먹었다.


퇴근 후에도 혼자 식사하게 되는 날이면, 간단하게 먹는다는 음식이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묶음으로 판매하는 떡으로 먹었다. 배만 채워지면 된다고 생각했었다.


20대부터 지금까지 습관이 이어져 온 것 같다. 성인이 되었다는 생각에 늦잠도 자고, 밤을 새우며 술을 마시거나 과제, 동아리에서 공모전으로 열정을 불태우기도 했었다. 밤을 새울 때면, 돈 없는 대학생이라 컵라면과 김밥으로 버티기도 했고, 하루 세 끼를 제대로 챙겨 먹은 기억이 없다. 그래도 젊은 신체는 잘 버텼다.


독립생활도 마찬가지였다. 오랫동안 앉아 일하는 습관, 컴퓨터나 핸드폰을 보며 대충 먹는 습관, 아침, 저녁은 떡이나 빵으로 영양가 없이 먹는 습관, 남은 음식 아까워서 배가 불러도 먹는 습관, 늦은 시간까지 작업하는 날이면 커피, 맥주를 마시면서 버티는 시간들이 누적되어 나에게 정성스럽게 차려먹은 기억이 없다. 엄마, 그리고 요리 잘하는 신랑이 차려주는 음식을 먹는 일이 아니고서야 나에게 시간을 투자해서 접시에 담는 일은 없었다.


이 모든 생활습관들이 누적되어 나의 모습이 점차 바뀌고 있었나 보다.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 이대로 계속 살아도 되지만, 먹는 사소한 것부터 나를 소중히 대하지 못했던 것에 반성하면서 조금씩 바꾸기로 했다.

아침엔  그릭 요거트와 삶은 달걀로 시작한다. 주말에도 8~8 30분에 식사시간을 지키려고 하고, 접시 사이즈는 20cm 미만으로 그릇에 가득 담는다.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그리고, 제철 과일과 나물도  챙겨 먹는다. 하루  끼지만,  몸속으로 들어가는 음식이니 질리지 도록 다르게 담으려고 노력한다.


단백질 닭가슴살만 먹기보단 두부, 삶은 달걀, 여러 종류의 , 팔라펠로 다양하게

탄수화물도 고구마, 단호박만 먹기보다는 현미밥을 볶아먹기도 하고, 유부초밥을 만들어서 먹고, 가끔 통밀빵& 호밀빵 & 베이글 정말 다양하게 먹는다. 나 스스로를 손님인 것처럼 플레이팅도 정성스럽게 하고, 여유로운 음악을 틀어놓고, 테이블에 앉아 제대로 식사하는 소중한 시간.


식단도 중요하지만, 식사시간도 중요하다. 아침에 일어난 후 바로 섭취하지 않고, 한두 시간 기다렸다가 먹고, 이 시간을 일관성 있게 유지하는 습관을 만들도록 했다.


햇반이 아니라 현미와 쌀을 섞어 밥을 하고, 야채를 넣어 볶음밥을 하고, 흙을 털어내고 당근을 살짝 쪄내고, 브로콜리를 살짝 데치고, 씻은 무화과, 사과를 썰어 접시에 담기까지 시간을 아까워하지 않고,

밥을 차리고 먹는 과정 몸속으로 들어가는 모든 과정들나를 위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집에 초대한 친구, 신랑에게 음식을 차릴 땐, 정성스럽게 담으면서 내가 먹을 음식은 접시에 대충 담거나 테이블에 올려놓고 먹기보다 서서 먹는 경우도 많았다. 아마 부모님 세대에게 여자는 남은 음식을 먹거나 대충 먹는 걸 보고 자라와서 그런가 보다.


현대에서의 식사는 단순히 '생존'이 아니라 한 끼를 먹으며 즐거움을 느끼는 행위이다.

이제부터라도 혼자만의 고요한 시간을 즐기면서 건강하고, 다양하게 식사 시간을 잘 지키며 먹어야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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