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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myum Mar 14. 2023

[도시락] 7 하루씩 꾸준하게

일상의 작은 변화, 도시락

내가 무엇을 먹고 있는지 알아나가는 과정


인간은 먹는 것에 대한 본능을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난, 배가 고프지 않음에도 무의식적으로 음식을 섭취했다.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해 음식을 먹었고, 그림작업을 하는 동안 먹었던 간식은 습관이 되어 무엇이 입 안으로 들어오는지 배고플 틈도 없이 먹었다.


식습관을 바꾸기 전, 식재료나 간식을 구매할 때 영양성분을 볼 생각은 한 적이 없었다. 하루에 섭취해야 되는 칼로리와 상관없이 베이글이나 프레즐로 아침을 먹고, 회사에서 나오는 점심, 퇴근 후 늦은 저녁, 그리고 끊임없이 먹던 간식까지 기록하지 않았기에 무엇을 먹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아마 대부분 사람들도 특별한 음식을 먹을 때만 기록하지 혼자 먹으면 대충 먹기에 바쁠 테다. 꼬르륵 소리를 들은 지가 언제인지...


주말에는 평일보다 자극적인 음식을 먹고, 늦은 시간에 알코올까지 마셨으니 몸 안의 장기들이 고장 날 만했다.


코로나가 시작되고, 확찐자들이 늘었다고 한다. 출퇴근 움직임은 덜하고, 앉아서 손만 움직이면서 먹기만 하니 당연한 결과다. 몸 안에 내장지방이 소비되지 않고, 쌓여 어느샌가 몸이 묵직함을 느낀다.


난 공복을 견디기 힘들어 습관적으로 계속 배 안을 채워 왔다. 그것이 내가 느낀 헛헛함,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것은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먹는 순간의 쾌락일 뿐이고, 내 삶을 1%도 변화시킬 수 없는데 집착하고 있구나…


매일 즐겨왔던 맥주, 와인 그리고 달달한 음식들에 대한 마음이 사라지기까지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려야 했다. 음식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자연에 가까운 건강한 먹거리, 식재료가 몸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책을 사고, 읽고, 자료를 모으면서 나쁜 식습관을 버리는데 집중했다. 습관적으로 먹었던 과자, 빵, 인스턴트, 밀키트, 배달음식 소비를 줄이고, 평소에 먹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먹거리에 시선을 돌리는 시간이기도 했다. 어떤 맛인지 궁금해서 외식으로 먹어보았던 자연재료를 실제로 보니 반가워서 장바구니에 담았다.


늘 완성된 요리로만 만나다가 직접 흙을 털어 씻고, 다듬으면서 엄마의 마음을 느끼고, 식당에서 사 먹는 음식에 대한 감사함을 깨닫게 된다. 식재료의 선택부터 요리하는 과정을 돈으로 사 먹는 행위가 조금 더 신중해진 시간. 그리고, 나 스스로에게 먹일 도시락을 싸는 시간이 힐링이 된다.

지금까지 구매해오던 먹거리를 바꾸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40년을 살면서 나라고 느낀 마음, 생각, 습관이 몸에 살로 붙어 있고, 관절에 쌓여 있고, 오장육부에 오랫동안 한 몸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생각이나 습관이 얼마나 바꾸기 힘들다는 걸 알기에 천천히 오랫동안 꾸준히 해야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시작은 간단했으나, 2년 동안 매일, 매 끼니 무엇을 먹는지, 계절마다 어떻게 먹는지 기록을 통해 내가 다시 만들어지고 있다. 평범한 사람이 뭔가를 해내는 유일한 방법은 오랫동안 지속하는 것 밖에 없다.

새로운 식재료에 대한 호기심, 같은 재료라도 계절마다 다르고, 어떤 농부가 재배했는지 다르다. 하나하나 사각형 안에 담다 보면 풍성해지는 도시락.

당장 하루치는 바뀌었는지 모르지만, 1년 후, 5년 후 천천히 나이 들어가는 미래의 내 모습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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