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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myum Mar 21. 2023

[도시락] 8 식비가 많이 들겠어요

엥겔지수 높은 나에게

음식의 탈을 쓴 쓰레기로 몸을 채웠던 지난날을 반성하며


독립생활을 시작함과 동시에 외식 횟수는 많아지고, 집에서 밥을 먹어도 포장된 음식을 먹었다. 결혼 후 친정엄마와 어머님이 정성스럽게 만들어 보내주신 반찬도 다 먹지 못해 버리는 일이 종종 있었다. 식습관을 바꾸기 전까진 집에서 만들어주신 음식이 얼마나 귀한지 몰랐다.


화학물질 없는 되도록 자연 상태에 가까운 음식을 먹는 행위.

친정과 시댁에서 보내주신 반찬 정리

90년대 어린 시절, 케이크는 생일이 되어야 먹을 수 있었고, 소풍, 운동회 때만 먹을 수 있는 김밥, 치킨과 짜장면, 돈가스는 생일이나 특별한 날에만 먹었다. 시장에 엄마 따라가면 먹을 수 있었던 호떡이 유일한 간식이었다. 지금은 이해가지 않는데, 토마토와 딸기에 설탕을 뿌려 나온 과일 진액을 서로 먹겠다고 다투었던 기억도 선명하다. 그 시절엔 모든 먹거리가 귀했던 것 걑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편의점의 삼각김밥, 라면, 시리얼 등 가공식품 먹는 것에 익숙해지고, 햄버거나 피자, 핫도그 등 정크푸드를 먹는 횟수가 잦아졌다. 영양가 없이 고칼로리 음식을 먹고, 혼자 먹으면 대충 먹던 습관이 익숙해지고, 회식을 하면 마시게 되는 알코올과 칼로리 높은 안주가 몸에 저축되고 있었다.


한 번도 음식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먹고 있는 게 나쁜 식습관이라는 인식도 못하고, 음식이 나의 노화시기를 촉진시키고 있다는 사실은 앞자리 수가 바뀌고, 거울을 보면서 느낀 점이었다. 활기가 사라진 얼굴에는 윤기 없는 건조함, 힘없이 축 쳐지는 머리카락, 탄력 없이 흐느적거리는 피부. 오르락내리락하는 감정기복과 부정적인 생각. 눈 밑은 꺼져가고, 생기 없는 눈동자...

이 모든 게 노화가 다가오는 증상이었다.


피부는 몸에서 가장 큰 기관으로 섭취하는 모든 음식은 피부에 영향을 준다.

피곤하면 마셨던 에너지 드링크와 물 대신 마셨던 커피.

컴퓨터 앞에서 작업할 때 마셨던 알코올.

기분이 우울하다는 핑계로 먹었던 떡볶이와 튀김, 순대, 칼로리가 높고 설탕이 듬뿍 들어간 크림빵, 쿠키, 도넛 종류의 디저트. 특히 쿠키나 케이크에는 동맥을 막히게 하는 지방질이 많아 염증이 잘 생긴다고 한다.


나의 몸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가…


먹는 음식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포장 음식을 줄이고, 샐러드조차 사 먹는 횟수를 줄여나갔다. 용기 내어 장바구니에 브로콜리, 당근, 오이를 담아봤다. 한 번도 스스로 구매해 본 적 없는 비트, 콜라비, 콜리플라워 등 음식의 스펙트럼이 넓어지는 기분에 신이 났다.

살아있는 음식을 처음 접하는 기분. 진짜 음식을 먹는 기분.

점심 도시락
질리지 않도록 다양하게 도시락을 싼다

매번 다양한 도시락을 먹고 있으니,

다양하게 식재료를 싸니 식비가 엄청 들어가겠어요.


이전엔 가볍게 던진 말도 예민하게 받아들였는데, 어느 순간 모든 것이 긍정적으로 들렸다. 내 몸속으로 넣는 음식을 건강하게 먹는 똑똑한 소비.

식비가 많이 들어가긴 하나 한 끼의 배달음식 비용과는 비교가 안된다. 파프리카나 브로콜리 한 개는 5일 동안 먹을 수 있는데, 공장에서 나오는 과자 가격과 비슷하다. 한 끼로 먹는 피자, 치킨보다 같은 가격으로 일주일 동안 여러 종류의 채소를 먹을 수 있다.

아침마다 삶은 달걀, 블루베리, 그릭 요거트, 견과류는 빠지지 않고, 먹는다

'어떤 음식을 먹고 있느냐에 따라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은 달라진다'라는 말이 있다. 섭취하는 음식을 바꿈으로써 피부 노화를 늦출 수 있고, 긍정적인 생각, 신체를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지금이라도 깨닫게 되어 행복하다.


하루가 모여 삶을 이룬다. 오늘이 어제의 반복 같고, 매일 그저 흘러갈 뿐이라고 느꼈다. 음식을 바꾼다고 크게 바뀔까란 생각을 하면서도 묵묵히 계속하다 보니 어느새 2년이라는 시간이 쌓였다. 과도한 계획 없이 세끼 도시락은 나에게 하루를 이어가는 힘이었고, 작은 목표를 이룬 성취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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