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학들 - MARCH와 칸칸도리츠
오늘 신문에 한국 최고의 학부라는 SKY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합격자중 무려 1,200명이 입학을 포기했다는 씁쓸한 기사를 접했습니다. 대부분 의과대학을 가기 위해서가 주된 원인이라고 합니다. 심지어 의과대학 중에서도 지방 의대생은 서울의 의대를 가기 위해 다시 공부하는 학생이 많다고 합니다. 우수한 인재들이 의료계에 종사한다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 할 수 있지만 학문의 편향성과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 양성 측면에서 볼 때 우려스러운 면이 없지 않습니다.
일본 사회를 든든히 지탱하고 있는 힘들 중의 하나로 국민 교양 교육과 수준 높은 대학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야 모든 것이 서울로 집중되어 있고 특히 대학은 ‘인 서울 (in Seoul)’ 이라는 표현이 일반적으로 통용될 정도로 집중되어 있습니다. 인 서울이 아니라면 지방대라 하고, 아무리 서울에서 가까운 근교라 해도 인 서울과 구분하여 그냥 수도권 대학이라 부릅니다. 사회적 인식, 취업 등 여러가지 원인으로 지방대는 홀대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이는 국립대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학의 서열화도 우리나라 대학만의 병폐적 특징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나친 학벌주의에 대한 심각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지 이미 오래입니다.
일본 역시 학벌주의와 지연주의가 매우 강하지만 인 서울 같은 표현이 없고 명문대학이라고 도쿄도에만 집중되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일본 최고의 대학이라고 도쿄대東京大만을 얘기하지 않으며 항상 교토대京都大와 병행으로 얘기합니다. 지방대란 표현도 없습니다. 도쿄대는 관료로 진출하는 졸업생이 많았고, 교토대는 학문 수준이 높았습니다. 그래서 예전에는 ‘출세를 하려면 도쿄대를 가고 연구를 하려면 교토대를 가라’라는 표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대학들이 가고 싶다고 쉽게 갈 수 있는 대학들은 아닙니다.
동경을 중심으로한 관동지역의 명문 사학을 흔히 ‘MARCH’라 부릅니다. 원래 ‘3월’, ‘행진’을 뜻하는 영어 단어인데 관동의 5대 명문 사립대를 지칭할 때 사용합니다. MARCH 철자의 앞 글자는 각각 대학의 영문 표기를 의미하는데, M은 Meiji대학(明治大学), A는 Aoyamagakuin대학(青山学院大学), R은 Rikkyo대학(立教大学), C는 Chuo대학(中央大学), H는 Hosei대학(法政大学)을 의미합니다. 굳이 서열을 매긴다면 이 대학들 위에 최상위 도쿄대가 있고 양대 사학 게이오대학慶応義塾大学와 와세다대학早稲田大学이 있습니다.
관동에 MARCH가 있다면 관서에는 ‘칸칸도리츠関関同立’가 있습니다. Kan은 Kansai대학(関西大学)과 Kanseigakuin대학(関西学院大学), Do는 Doshisha대학(同志社大学), Ritsu는 Ritsumeikan대학(立命館大学)을 의미합니다. 물론 상위에 교토대와 오사카대학大阪大学이 있습니다.
또한 도쿄에는 6개 대학이 프로야구 리그처럼 대학 리그를 만들어 ‘도쿄 6대학 야구’ 리그를 벌이는데 자칭타칭 명문대가 이 리그에 들어갑니다. 도쿄대, 게이오대, 와세다대, 메이지대, 릿쿄대, 호세이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야구를 주력으로 하지만 문화, 예술 교류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한편 여자대학으로 3대 명문여대가 있는데 도쿄의 오차노미즈お 茶の水여자대학, 쓰다주쿠대학津田塾大学, 그리고 간사이지방의 나라奈良여자대학입니다. 쓰다주쿠는 사립대고 오차노미즈와 나라는 국립대입니다.
이외에도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상위 5개 국립대학을 5S라 하기도 합니다. 사이타마대학埼玉大学, 신슈대학信州大学, 시즈오카대학静岡大学, 시가대학滋賀大学, 니이가타대학新潟大学(약칭 신다이新大)가 그들입니다. 한국과 달리 지방에 있더라도 국립대학은 명문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위상도 높으며 입학도 쉽지 않습니다. SKY서성한중경외라고 부르는 한국 대학의 서열이 왠지 씁쓸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