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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라카 Braka Feb 24. 2022

대면 수업이 취소되었다

밀워키의 겨울

어제 학교로부터 한 이메일을 받았다.



길이 얼어서 미끄러운 관계로 학교의 당일 대면 수업이 모두 취소된다는 내용의 이메일이었다. 


나는 아침 수업을 가기 위해서 한창 준비하다가 스윗 메이트를 통해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밀워키의 겨울이 길고 춥다는 것은 이곳에 오기 전부터 익히 들었고, 또 와서 몸소 느꼈지만 추위로 인하여 수업이 당일에 전부 취소되는 일은 겪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조금 들떴다. 왜냐하면 어제, 그러니까 요일로 치면 화요일인 날은 내 시간표 중 수업이 가장 많이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가장 지칠 수 있는 날에 갑작스럽게 수업이 모두 취소되니 하루를 통째로 휴가를 얻은 듯 마음이 여유로워졌다. 


초등학교 때 기억이 문득 떠올랐다. 그날도 추운 겨울 날씨에 학교에 가기 위해서 꾸역꾸역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막 집을 나서기 전에 관리사무소 알림 방송이 울렸다. 나는 이른 아침부터 무슨 방송을 하나 싶었는데, 밤새 쌓인 많은 눈으로 인하여 초등학교 학생들은 등교를 취소한다는 내용이었다. 당연하게 가던 학교를 안 간다고 생각하니 어린 마음에 막 신이 나고 즐거워했던 기억이 난다. 


대학생이 된 나는 춥고 길이 미끄러운 날 그 길을 지나야 하는 사람들이 걱정되는 마음에 그 시절 나처럼 마음 놓고 신나 하진 못하지만, 상황 파악 못하고 스멀스멀 올라가는 내 입꼬리를 막을 순 없었다.




밀워키의 겨울은 길고 춥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춥다.


내가 확실히 한국보다 춥다고 느낀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론 어떤 양말이나 신발을 신을 때 꼭 발목 위까지 올라오는 것을 먼저 찾게 된다. 나는 원래 뭐든 짧은 것을 좋아하던 사람이었다. 양말이든 신발이든 복사뼈를 넘기는 길이는 모두 답답하게 느껴졌다. 그랬던 내가 밀워키에 오고 나니 뭐든 무조건 길고 따뜻한 것만 찾게 되었다. 


두 번째는 나갈 때 목을 꼭 가릴 수 있는 옷을 입는다는 것이다. 양말과 신발을 답답하게 여겼듯이, 마친가지로 나는 목티나 후디같이 목 주위에 뭔가 있는 옷이 싫었다. 특히나 이런 종류의 옷을 입으면 차를 탔을 때 답답해서 꼭 멀미를 했다. 하지만 이제는 목티, 목도리 없이 살 수 없게 되었다. 밖에 나갈 때 목이 휑하면 아무리 롱 패딩을 입고 옷을 단단히 입어도 추운 느낌이다.


마지막으로 산책을 자제하게 되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나는 산책 마니아다. 같이 다니는 언니가 나에게 너는 산책을 너무 좋아한다고 할 만큼 많이 좋아한다. 산책을 하다 보면 잡생각으로 가득 차 있던 머리도 정리되고,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흘러가는 풍경을 볼 때 힐링을 얻는다. 지난 학기에는 거의 매일 산책을 나갔는데, 밀워키에 겨울이 오고 난 후로는 평일에 산책하는 날을 손에 꼽을 정도이다. 수업이 끝나고 건물 밖으로 나오면 일단 실내로 들어가야 살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그 정도로 춥다.


듣기로는 3월에도 가끔 눈이 온다던데, 2월의 끝자락을 지나고 있는 지금도 이렇게 추운 걸 보면 그냥 하는 말은 아닌 듯하다.


추위만 생각하면 좀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밀워키는 겨울에도 하늘이 참 높고 맑다.


맑은 날에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으면 그 자체로 힐링이다. 내가 살고 있는 기숙사 방이 동향이라서 아침이 되면 앞에 있는 체육관 뒤로 해가 올라오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나무들에 가려서 오랜 시간 빛을 받을 순 없어도 아침마다 밝아오는 해를 보면서 피로를 쫒곤 한다.




어제 하루 나름 과제도 하고 푹 쉬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아침에 일어나는 게 다른 날보다 훨씬 피곤했다. 뜻밖에 찾아온 휴일로 하루 쉬고 나니 평소 생활패턴을 다시 찾기가 더 힘든 것 같다. 하지만 다음 주부터 중간고사가 시작되기 때문에 이대로 풀어질 수는 없다. 


중간고사 뒤에 나를 기다리고 있는 꿀 같은 봄 방학만 기다리며 또 열심히 달려야겠다.



눈 내린 학교의 모습


날씨가 추워서 미시간 호도 얼어있다 


얼음으로 만들어진 레스토랑 프런트


추운 날에는 핫초코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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