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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롱피치 Jul 06. 2023

내가 사랑한 냄새

후각과 관련된 기억



책 향기. 나는 새 책 냄새를 정말 좋아한다. 그래서 서점에 꾸준히 가는 건지도 모른다.

서점에 가면 변태처럼 킁킁거리며 새 책의 냄새를 맡는다.





후각 신경은 뇌신경의 1번으로 냄새감각을 전달하는 감각 신경이다.


후각은 아주 기본적이고 본능적인 기능이지만 본격적인 발달은 경험을 통해 기억된다고 한다.


나는 늘 예전부터 왜 후각은 저장하지 못할까라는 고민을 가지고 살았다.

예를 들면 시각은 우리가 사물을 카메라로 바로 찍어 저장해 아이들의 예쁜 모습을 다음에 또 꺼내 볼 수 있다. 청각은 꼭 듣고 싶었던 노랫소리나 중요한 목소리를 녹음기로 저장할 수 있다.  하지만 후각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


후각이 예민한 편인 나는 좋은 냄새를 참 좋아한다.

책냄새, 아기 냄새,  여름의 치자꽃, 가을의 금목서 향기, 복숭아향기, 새벽공기, 비 냄새, 나무 냄새,  그리고 첫사랑의 풋풋했던 향기.

 

 이 모든 것을 저장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과학이 더욱 발전한 다음에 언젠가는 내가 기억하고 싶었던 냄새를 저장해 놓고  다시 그 냄새를 맡고 싶다면 끄집어내서 맡을 수 있는 기계가 발명되지 않을까?


우리 아이들을 처음 만났던 곳 병원 소독약 냄새, 우리 아이들의 갓난아기의 달콤한 분유냄새, 토 냄새 모든 것들이 그립다. 다시 한번 꺼내서 맡을 수는 없겠지?


누군가는 그럼 똑같은 경험을    하면 되지라고 말하기도 하겠지만 그건 싫다.


난 우연히 내가 맡았던 향기를 다시 맡는 것이 좋다.

단지, 그저 우연히.



  모두 기억하지 않아도, 하지 못해도 우연히 냄새를 맡게 되었을 ,  추억들이 머릿속에 지나가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 바로  냄새.. 하면서 그때  기억을 소환하는 일들을 사랑한다.



 냄새를 저장하지 못해도 후각을 기억하는 뇌가 있어서  다행이다.







예전에 내 친구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너의 가장 큰 매력은 따뜻함이라고.

그때 나는 그게 무슨 뜻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이제 잘 안다.


나도 나만의 향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나만의 향기는 따뜻한 냄새다. 사려 깊고 따뜻한 햇볕 같은,   손을 따뜻하게 녹여주는 손난로 같은 냄새가 나의 체취다.



나는 힘들게 살고 있는 그들에게 손 내밀어줄 수 있는 진정으로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고 그런 아이들에게 새 책 냄새와 나의 체취를 함께 전달해주고 주고 싶다.


그 누군가에게 나의 따뜻함으로 오랫동안 기억될 좋았던 향기로,

 어떤 후각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언제가는 나의 향기가  세상 은은하게 피어오를 것이라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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