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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롱피치 May 23. 2023

그림책이라는 세계

엄마의 상처 치유법







" 아이에게 부족한 면이 보이면 엄마는 아이를 사랑하는 만큼 걱정이 많아진다.

서투르고 실수하더라도 남들과 달라고 괜찮다고 말하자.   우리가 아이를 사랑하는 것은 아이가 완벽해서가 아니라,  유일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



<엄마 마음 그림책>








육아를 하면서 이 세상에 내가 모르는 수많은 세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그중 가장 쇼킹한 것은 바로 아이들이 읽는 그림책이었다.  




국, 내외를 포함해서 이 세상에 이렇게 다양한 그림책이 있다는 사실.  그리고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 줌으로써 나의 오래된 상처를 꺼내어 준다는 사실이 나의 일상이 번쩍 일 정도로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 세계를 좀 더 알아가고 싶었다.




내 기억 속 우리 집에 책이라고는 글밥이 엄청난 위인전 전집이 하나가 다였다.  그림책이라는 세계는 내 안에 단 하나의 기억으로도 남아 있지 않았다.


책 육아를 시작하면서 수많은 그림책을 아이들에게 읽어주면서 정말 많이 울었다.

처음에는 내가 왜 우는지 몰랐다.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 줄 때면 어릴 적 상처받았던 나의 내면아이가 늘 나를 찾아왔다. 그중에서 특히, 엄마의 사랑에 대한 그림책을 읽어 줄 때 나는 가장 많이 울었다.


친정 엄마는 어릴 때 나를 그렇게 따뜻하게 대하시진 않았다. 먹고살기가 바쁘셨을 테니까. 자라면서 상처도 많이 받았고, 나는 평생 어릴 적 언니와 동생에게 평생을 차별당하며 살아왔다 생각했다. 나는 그런 피해의식에 휘둘려 청소년기까지도 힘들었고 어른이 돼서도 부모님 원망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 모든 걸 치유했는데 그 이유는 거짓말 같지만 내가 아이들을 잘 키우기 위해 읽은

육아서적과 아이들에게 밤마다 읽어주는 그림책 덕분이었다.



오은영 선생님의 <화해>라는 책과 최희수 선생님이 쓰신 <푸름 아빠 거울육아>라는 육아서를 읽고

내가 부족하거나 엄마가 나를 싫어해서 그런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책을 읽고 의도치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자식에게 상처를 줄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부모라는 사실을 그때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두 번째는 내가 아이들에게

읽어준 바로 그림책이라는 세계였다.



나는 어릴 적부터 눈물이 많았고 힘든 일이 생기면 자주 징징거렸다. 우리 집은 넉넉한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엄마도 일을 하셨고, 늘 삼 남매를 키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빠는 집안 대소사에 전혀 관심이 없었고 모든 일은 엄마 책임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친정 엄마는 단 한 번도 나를 따뜻하게 안아준 적이 없었다. 늘 바쁘셨고 화가 많으셨다. 그런 둘째 딸은 엄마의 사랑이 늘 고팠고 그런 사랑을 받기 위해 더 징징거렸고 더 많이 울었다.  


엄마는 나에게 너는 아기짓을 좋아하니

늘 바보처럼 울고 징징거린다고 자주 화를 내시고

가끔은 나를 때리기도 했다.

그럴수록 나는 더 불안했고 눈물이 났다.



  둘째 아이가 나를 닮아서 어리광을 많이 부린다. 그런 둘째 아이를 볼 때 나는 내 어린 시절이 생각이 많이 난다. 이제는 안다. 그건 아마 아이가 '엄마 저한테도 관심 좀 주세요. 엄마의 사랑이 필요해요.'라고 말하는 거란 걸.



엄마가 한 번만 나를 꼭 안아주고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면 그 눈물을 금방 그칠 수 있었을 텐데..

그랬으면 난 이렇게 나약한 어른으로 자라지 않았을 텐데.. 라는 생각을 늘 했다.

하지만 그 당시 엄마의 삶은 나를 안아주고 보듬어줄 그런 여유가 없었다.


 내가 막상 엄마가 되어 보니 아이가 내 사랑을 고파한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내 몸이 힘드니 아이에게 짜증을 내고 있었다. 내가 그렇게 화를 내고 무관심한 엄마를 원망했는데

 그 모습 그대로 나의 아이들에게 소리치고 있는 내 모습을 보게 된 것이다.


 






어느 날 아이들에게 <고함쟁이 엄마>라는 그림책을 읽어 주게 되었다. 소리 지르는 엄마 펭귄을 보고

 '우와 우리 엄마다' 하는 아이의 말에

어찌나 얼굴이 화끈거리고 죄책감이 드는지

나도 모르게 그만 '엄마도 엄마에게 상처를 받아서 그래.'  라는 뜬금없는 말을 했다.


그 외에도 아이들과 <그래도 엄마는 너를 사랑한단다>, <엄마 약>, <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나>,

<함께라는 걸 기억해> 등의 수많은 세계들을 읽으면서 죄책감을 가지기도 했고 어릴 적 생각에 눈물을 짓기도 했다.



 어릴 적 사랑받지 못했던 기억은 어른이 되어서도 나를 늘 괴롭혔다.  나는 그런 기억으로 오랫동안 상처받고 엄마를 원망했다.



엄마의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해서 나의 삶이 불행하다고 생각 한 내가, 엄마에게 늘 상처만 받았다고 생각하는 내가, 그런 고통을 안고 살았던 바로 내가.


그런 내가 내 아이한테 똑같이 하고 있는 것이다

내 자신이 한심했고 아이들에게는 미안했고 부끄러웠다.




 그림책을 읽어 줄 때면 나의 상처들에 소금을 뿌리듯 따가웠고 콕콕 찌르는 듯이 아팠다.

하지만 나는 피하지 않았고 그 상처가 무뎌지도록 매일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었다.



이제는, 지금은 그때 엄마를 충분히 이해한다. 우리 때보다 훨씬 살기 어려웠던 시절, 정말 엄마는 죽지 않고 살아내야 했다. 그래야지 우리 삼 남매를 키울 수 있었다. 엄마는 그 고통의 시간에 우리 삼 남매를 키워내셨다.




 '어떤 부모든 최선을 다해. 하지만 자식에게 상처를 줘. 그건 어쩌면 인간의 운명 같은 걸 거야.

그래서 많은 심리학자들이 어린 시절을 연구하는 거고. 어른들도 완전하지 않아.

더구나 처음 낳은 자식에게는 언제나 실수투성이야.  부모연습을 해본 적이 없어서.'




공지영 작가님의 <즐거운 나의 집>에서 주인공이 딸에게 하는 말이다.  


 나는 여러 육아책, 그림책을 통해 나는 부모님을 완전히 용서할 수 있었고, 용기를 내서 엄마와의 대화를 시도했다. 그 대화를 통해서 서로에게 오해가 있다는 걸, 부모님은 나에게 상처를 준 기억이 전혀 없으신 걸 알게 되었다. 엄마는 나의 어릴 적에 내가 얼마나 귀엽고 예뻤는지 행복했던 이야기만 하셨다.


그러면서 엄마가 상처를 준 적이 있다 하더라도 전혀 의도치 않은 거라고, 살기 바빠서 너에게 신경을 많이 못 써준 것일 뿐이라고 미안하다고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 기억 속 어릴 적 사진첩에 엄마는 단 한 번도 쉬고 있는 장면이 없었다.

늘 동생을 포대기에 업고 설거지를 하는 장면만이 외로이 달랑 한 장, 출렁거리고 있다.




오은영 박사님 책에 그렇게 적혀 있다. '부모는 아이가 어릴 때 아이와 행복했던 기억만 한다고 하고 자식은 부모에게 상처받았던 것만 기억을 한다.' 라고. 부모님도 나에게 최선을 다했지만, 어쩔 수 없이 상처를 준 것을 깨달았을 때 눈물이 났다. 엄마도 어쩔 수가 없었다. 늘 다른 곳에 정신이 빼앗겨 있는 아빠 대신에 엄마는 우리를 지켜내야 했다.


지금은 부모님이 그 누구보다 나를 사랑하는 게 느껴지는데 어릴 적에 비하면 시대가 많이 변하기도 했고 심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많이 좋아졌기에 환경적인 부분도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여유와 부모님이 나를 위해주는 마음. 이 모든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나도 아이들을 낳고 키우면서 그만큼 성숙을 하기도 했기에 저는 이제 부모님을 온전히 용서할 수 있게 되었다.



너무나 슬프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누구보다 소중한 내 아이들에게 커서도 기억될 상처를 남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도 더 좋은 부모가 되고, 더 나은 엄마가 되기 위해 또는 아이들에게 최소한의 상처를 주는 엄마가 되기 위해서 노력한다.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부모로 기억되고 싶은가?


'엄마가 가끔은 나에게 화를 냈지만 늘 조용히 안아주고 사랑해라고 말해주는 따듯한 사람이었다고

그림책을 읽으면서 같이 웃고 눈물을 짓는 그런 엄마였기에 나는 엄마를 사랑했다. '

라고 아이들이 말해주기를 나는 소망한다.

  


나는 이런 부모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이렇게 확신할 수 있는 것은  ' 나는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매일 조금씩 나아지고, 나아가는 엄마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내 감정을 돌보고 치유하는데 큰 도움이 됐던

그림책의 세계.  나를 위로해   세계에 나는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앞으로도 잘 부탁해



그림책아,

나의 세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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