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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날SU Oct 02. 2021

행운을 가져온 아이

일상 그리고 그림책

“엄마 이거 행운을 주는 은행잎이야. 받아 선물이야.”

집에 오는 길 은행잎 하나를 주워서 들고 온 딸아이는 대단한 행운을 발견한 것처럼 들뜬 목소리로 큼직한 은행잎 하나를 건넸다. 아이의 말에 행복한 마음을 숨길 수가 없어 볼이 움푹 들어가며 보조개가 생겼다. 모든 행운이 나에게 올 것 같은 기분에 아이를 꼭 안아주며 “고마워. 엄마한테 좋은 일만 생길 것 같은데.” 진한 고마움이 깊은 곳에서 올라왔다.


안 좋은 일이 연이어 생길 때가 있었다. 탄력받은 기운은 도미노가 쓰러지듯이 집안을 휩쓸고 지나가 버렸다. 그 이후 ‘무탈하게 살 수 있도록 해주세요.’는 전 세계 신들에게 특별히 부탁드리는 한 문장이 되었다. 특별히 나쁜 일만 생기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딸아이가 건넨 행운의 은행잎에 그만 마음이 꿈틀거린다. 나에게도 행운이 가득한 좋은 일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욕심도 생긴다. 분수에 맞지 않은 괜한 욕심을 부려 일상의 평범함도 잃어버릴까 봐 마음을 단속하며 살았는데 다가올 행운은 욕심이 아니라 삶을 일으키는 동력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림책<샘과 데이브가 땅을 팠어요>을 보면 샘과 데이브는 멋진 물건을 찾기 위해 땅을 열심히 판다. 멋진 물건이 코앞에 있는 것을 모른 채 방향을 바꾸는 그들은 끝내 삽질만 하게 된다. 삽질만으로 허무해질 상황에 그들이 주고받는 대화는 희망적이다. 행운을 만날 거라는 기대와 잠깐 잠든 사이 아래로 떨어져 도착한 곳에서도 그들은 어마어마하게 멋졌던 시간을 떠올린다. 초콜릿 우유와 과자를 먹기 위해 집으로 들어가는 그들 손에는 빈 삽뿐이지만 마지막까지 위풍당당해 보인다.



삽질만 하는 삶

내 삶도 비슷하다. 샘과 데이브처럼.

그들과 다른 점은 삽질하며 쌓이는 흙더미 앞에서 답답함만 느꼈지, 과정에서 겪는 즐거움, 도전, 멋진 상상을 하지 못했다. 아이가 건넨 행운의 은행잎, '반짝 반짝 응원해주는 은행잎'이라 이름을 지어 휴지 이불까지 덮어준 아이를 보며 행운의 시작은 마음에서부터 시작됨을 다시금 느낀다.


샘과 데이브가 삽질만 하다 끝난 하루를 “정말 어마어마하게 멋졌어.”라고 말하는 페이지 한 장에 나를 그려 넣었다. 하루에 진심을 담고, 긍정의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살아가다 보면 우연히 지나가던 행운도 내 발에 걸리거나, 손에 잡히는 날도 있을 거라 믿는다. 오늘도 그런 마음으로 하루를 채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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