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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파노 Feb 06. 2020

아프리카에서 아들이 어머니께 드리는 편지

전 잘 먹고 잘 삽니다.

 어머니, 당신 아들은 여기서 잘 먹고 잘 살고 있습니다.


 여기가 아프리카지만, 한국보다 한참 못 사는 나라인 건 사실이지만,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고, 한국 교육부에서는 사람 보낼 만하다 싶으니 보냈다고 봅니다.

 어머니, 저는 여기서 잘 먹고 잘 살고 있습니다. 어쩌면 한국에 있을 때보다도 더 잘 먹고, 더 여유롭게, 더 편안한 마음으로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저는 걱정보다는 격려를 듣고 싶습니다.

걱정에는 아무런 생산적인 기능이 없기 때문입니다.

본인 걱정, 자식 걱정, 남 걱정 그 어느 것도 현실에 어떠한 변화를 일으키지 못합니다.

걱정에는 아무런 힘이 실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격려는 다릅니다.

격려는 듣는 이에게 힘을 주고, 듣는 이가 맡은 일 혹은 해야 할 일을 더 잘하게 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나는 종교가 없어 신에 대해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우리는 부처에게든 예수에게든 그들에게 어려움을 헤쳐나갈 힘을 달라고 부탁하지, 부디 불쌍한 내 신세를 걱정해 달라고 빌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미, 걱정과 격려의 차이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부모 자식 간의 관계에서는 그 깨달음이 잘 적용되지 않는 듯합니다.


 부모와 자식 사이의 관계란 당신께는 선택이었겠지만, 저에게는 생득적인 것이어서 아무런 선택권이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천부적 관계란 상당한 당위적 명령을 갖는 것이어서 나는 당신이 하는 말을 외면할 수가 없습니다. 당신이 나를 격려하든 걱정을 하든, 한숨을 쉬든 나는 그것을 듣는 수밖에 없습니다. 아들이니까요.


 그러나 나는, 직업이 선생이며, 제 발로 외국으로 파견을 나갈 줄도 아는, 성인입니다. 이제 곧 우리의 관계는 역전이 됩니다. 보호자인 당신이 피보호자가 되며, 피보호자인 나는 당신의 보호자가 됩니다. 그럼에도 당신은 나를 걱정만 하시니, 그리고 그 걱정이 나를 움츠러들게 하니 때때로 불편하기까지 합니다.


 걱정보다는 격려를 듣고 싶습니다. 당신 아들은 훌륭한 사람은 아니겠으나 썩 괜찮은 사람이라고 봅니다. 저는 어디 가서 사고를 치고 다니거나 무분별하게 행동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나름의 할 일과 발달 과업을 잘 수행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사람이라고 봅니다. 당신 아들은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라고 봅니다. 이건 잘난 척이나 오만함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믿음에서 나오는 건강한 마음가짐이라고 봅니다.


 걱정보다는 격려를 주십시오. 그러면 당신 아들이 좀 더 힘을 얻을 수 있을 것 같고,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을 듯합니다. 당신께서도 걱정하기보다 격려하는 일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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