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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파노 Mar 12. 2020

올해 가르칠 애들은 350명, 이름 외울 수 있을까?

선생이면 마땅히 학생 이름을 외워야 한다.

 선생이면 마땅히 학생 이름을 외워야 한다.


 때때로 학생 이름을 불러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 때문에 외워야 한다. 하다 못해 앉아서 졸고 있는 애를 깨울 때도 '야 너 거기' 보다는 이름을 부르며 깨우는 게 옳다.


 나아가, 학생에 대한 평가를 내리거나 수준별 자료를 만들다 보면 그 이름과 얼굴, 성향, 성취도 등을 한꺼번에 떠올려야 하는 순간이 오기 때문에 이름은 꼭 외우는 게 좋다.


 선생에게 학생은 밥을 벌어 먹이는 고객인지라, 고객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라도 이름 정도는 외워야 한다. 이름도 안 외우고 다니면 고객 서비스가 엉망인 집이다.


 근데, 썅, 이번에는 350명이다.




 교장과 부장 교사들에게 빨리 시간표 만들어서 내놓으라고 2주를 보챘다. 올해는 ICT 수업을 하기로 했는데, 보츠와나 초등 교육에서 ICT는 정규 교과가 아닌 탓에 CAPA(예술 및 체육)에서 한 시간씩 빼서 가르치기로 했다.

 "5, 6 학년 대상으로 한 학급당 일주일에 두 번씩 만나게 해 주세요. 그러면 딱 시수도 맞고 좋아요."라고 요청했으나, 4, 5, 6 학년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4학년 3개, 5학년 4개, 6학년 3개 학년을 맡으니 10개 학급이고, 학급당 30~40명 선이므로 대충 350명의 학생을 가르치게 되었다.


 한국에서도 전담을 해보지 못한 탓에, 같은 수업을 10번이나 도돌이표를 돌아 반복해야 한다는 사실이 참 낯설다. 월요일에 했던 얘기를 화요일에도 하고, 이걸 금요일에 또 해야 한다는 게 참 어색하다. 수업 준비가 간편해지니 편하기는 한데, 7번째쯤 되니 내가 물려서 못하겠더라.

 4학년과 5, 6으로 쪼개서 두 개의 수업을 준비하는 편이 좋을 듯하다. 5, 6학년은 비교적 영어로 소통이 되니 엑셀이나 파워포인트 등을 활용하는 쪽으로, 실용적인 내용으로 구성하는 게 좋을 듯하다. 반면, 4학년은 아직 영어가 부족해 보였고, 전반적으로 반응이며 호응이 늦었다. A4 종이를 찢어서 이름 쓸 카드를 만들라고 했더니, 종이를 야무지게 가르는 아이들이 적었다. 아직 아기 같은 모습을 벗지 못했다. 4학년은 가볍게 게임을 많이 하고, 영어 작문 훈련을 시키는 편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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