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쪽박이란 사실을 남편을 통해 깨달았다.
아! 일하는 투명인간 쪽박이었구나 하고 인정하는 순간 여태 껏의 삶이 부정당하는 충격을 받았고 우주 공간에 부유하는 자신을 보았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치매 오 년 차 어머니를 일하면서 돌보기가 어렵다고 요양병원을 함께 의논해 보자고 남편은 형제들에게 문자를 띄웠었다. 남편과 함께 일을 다니는 여자는 남편일이 바쁜 중에는 치매인 시어머니를 제대로 돌볼 수가 없었다. 삼시 세 끼도 문제였고 그냥 두면 밤낮이 바뀌는 걸 막을 수가 없었다.
생활리듬이 뒤죽박죽이 되고 제때 못 챙기게 되니 구십이 넘은 치매노인의 기력이 많이 떨어졌었다.
오로지 혼자 시어머니를 케어하는 입장에서 한계가 있었다.
이벤트 행사업체의 일을 하는 남편은 오월달은 일이 많다 장거리도 다녀야 하니 남편은 결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ㅡ 어머니 요양원에 모실까 하니 의견들 있으면 연락 바란다.ㅡ
형제들은 이 삼 년 전부터 뜸해지더니 이제 아예 안부인사조차도 없는 상태이니 남편으로서는 그게 최선의 방법이었다.
시어머니의 치매기가 있으면서 일이 바쁠 때면 며칠간 시동생네와 시누이집으로 보호를 부탁했었는데 그런 일이 잦아질까 봐서인지 차츰 바쁘다는 핑계들이 생기면서 아예 자신들의 어머니를 보러 오지도 않은지가 해를 넘기기 시작했다.
이남 오 녀의 형제 중 넉살 좋은 막내시누이만 명절날 인사 오면서 다른 형제들에게 그들의 어머니의 근황을 전해 주고 있는 것이었다.
남편이 문자를 띄우고 한참 후 넉살 좋은 막내 시누이가 전화를 했다.
"엄마가 더 나빠졌어요?" 오빠에 대한 안부인사도 없다.
그러고 며칠 뒤 하나 있는 시동생에게서 문자가 왔다. 요양병원 사진을 첨부해서,
자기네 동네 가까운 곳인데 시설이 좋다고.
자기 어머니 걱정하는 말도 없고 형에 대한 인사도 없고 그냥 요양원이 결정 난 모양새다
남편은 좋게 답한다. 거기는 서울서 조금 멀다. 서울근교에도 요양원은 충분히 찾을 수 있을 거 같다고
시동생은 충남 ㅈ 도시에 산다. 위로 누님이나 다른 시누이는 여전히 점잖게 침묵이었다.
여기까지만 해도 쪽박은 아니었다.
그렇게 밖에 답을 못하는 시집식구들이 어이없었지만 남편이 안쓰러웠다. 장남으로 동생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살아온 사람임을 알기에 불쌍했다.
문제는 그들의 만남이었다. 요양원 이야기까지 나오니 자식들인지라 가만있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당사자인 어머니를 보러 집으로 오는 게 아니고 시누이집 근처 식당에서 모인다는 것이다.
이해가 안 되고 어이가 없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삼촌은 지어미 얼굴 안 본 지가 정확히 이년도 더 넘었는데 환자 얼굴을 보고 상태를 봐야지 밖에서 뭐 하는 거야!!"
남편과 일하러 가는 차 안에서 그 사실을 알고 조금 흥분해서 말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한가족 한식구라 여겼으니..
그랬더니 남편도 소리치며 말했다.
"네가 좀 잘해주지 네가 친절하게 대해주지 않으니 불편해서 집에 못 오겠단다."
아,,, 대박 대박이다. 이 말을 전해주는 당신 , 친절한 당신 대박 대박남편이다.
나? 그렇구나 나 쪽박이었네.
그때 알았다 자신이 쪽박이란 걸
ㅡ달리는 차문을 열고 내리고 싶었다. 그러지 못했다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