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박네는 겁이 난다
끝날 거 같지 않은 이 생활리듬이 무섭게 싫다
정말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한데 쪽박네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도대체 보이지가 않는다
햇수로 오 년이 넘어서는 시어머니의 치매상태는 답보상태인 거 같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거 같다
아니 처음의 치매초기일 때보다 지금은 훨씬 조용하고 편하다면 편한 상태이다
며느리인 쪽박네를 당신의 속옷부터 모든 소지품을 훔쳐가는 도둑으로 몰고 따라다니며 감시하고 해가 지면 퇴근하라고 재촉하고 입안에 벌레 있어 씻어낸다고 밤낮없이 화장실에서 구역질하며 난리부리던 초기 때에 비하면 오 년이 지난 지금은 방안에 웅크리고 앉아 머릿니 잡는다고 머리를 헤집고 옷의 솔기를 헤집고 있으니 보기에 힘든 거 없는 조용한 일상이다
쪽박네는 한 아파트에서 삼십 년째 살고 있다
가끔 엘리베이터에서 오래된 이웃을 만나면 한결같이 쪽박네의 안부를 묻는 게 아니고 집에 있는 시어머니의 안부를 묻고는 혼자 화장실을 다니시니 얼마나 다행이냐며 안도하고 밖으로 나가려 하지 않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이냐고 위로 아닌 조언을 하며 이웃이 안도를 한다 오버랩되는 장면이 있다
오래전 회사를 다닐때 출퇴근 길에 마주치면 시어머니가 살림 다해주니 얼마나 좋으냐고 부러워하던 이웃들이다 그런 말을 들으면 적잖이 당황스럽고 우습기까지했다 스쳐가는 만남속에 뭐라고 할것인가 네 ㅡ청소해놓으시고 밥도 잔뜩 해놓으십니다 거기까지입니다 라고 설명을 할까? 시어머니는 깔끔하기로 소문이 났었다 그것까지다 저녁 때가 되면 며느리 퇴근시간만 재고 계셔셨다
그때 못한 답답함을 지금은 토해낼까? 네ㅡ 대소변 잘가리시고 집밖을 나가면 자신을 버리러 가는줄알고 집안에서만 뱅뱅돈다고 그래서 참 편하다고 감사하다고 답해줄까? 그러나 엘리베이터는 답할 시간을 주지 않고 땡하고 문이 열린다 그때나 지금이나 쪽박네의 표정은 웃는것도아니고 입을 반쯤 벌린채 어정쩡한 표정이다 얼굴 근육이 움찔거린다
밖으로 나가면 아는 얼굴 마주치는 일이 두렵다
십중팔구가 아니고 열이면 열 다들 똑같이 쪽박네를 보고 시어머니의 치매진행을 묻고 더 심한 경우를 들먹이며 자기들이 감사해하며 그나마 다행이다고 웃는 모습을 보는 게 적응이 되지 않는다 이해 안 되는 게 그들이 왜 쪽박네를 보고 서푼짜리 동정을 선심 쓰듯 하는지 그게 그렇게 감사하고 다행한 일인지 도대체가 모르겠다 내가 그들의 자비를 베푸는 대상일까 안돼 보이는 이웃을보며 상대적 우월감을 느끼는 걸까
쪽박네는지쳐가고 있다 그 끝이 안 보이는 늪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가슴이 답답하고 질식할 거 같으면서도 여전히 살아있는 자신이 한심스럽다고 생각한다
벗어날 수 없는 보이지 않는 구속에 침식되고 있는 것 같다
생활습관은 치매도 변화시킬 수 없는 거 같다
가만있다가도 밥상을 받으면 꼭 화장실을 다녀오는 밥상을 대하는 느긋한 태도는 변하지를 않는다 하나의 반찬에만 꽂히면 그것만으로 밥 한 공기를 다 비우고는 차갑게 식은 거 줘서 다른 건 못 먹겠다고 하는 건 치매로 인한 또 다른 맛의 평가이다 그 목소리 카랑카랑하다 그러면 쪽박네는 시어머니의 건강상태를 가늠한다 식욕 여전하고 컨디션 양호하다
너무 당당해서 때때로 소름이 돋는다
언제까지 이러고 살아야 할까 싫다는 생각에 쪽박네는 자신이 무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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