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당신 대박이야!

by 나르는꿈

남편과는 동갑이다.

남편의 누나 두 분을 빼고 아래로 네 명의 동생들이 한 살 차이거나 동갑들이다

누나 둘 있는 남편은 장남 나는 동생들만 있는 장녀

남편이 장남이라 했을 때 맏며느리 힘든데 하고 걱정들을 했었다.

밥을 떠 먹여 줄 것도 아니고 내 할 일만 하면 되지 하고 주접을 떨었을 때 애처로운 눈빛을 보았던 거 같다

농사짓던 남편의 시골집에 처음 인사 갔을 때 이웃의 명량한 옆집 아주머니가 옆에 와서 속삭이듯 물었다

ㅡ색시 이 가난한 집에 뭐 보고 시집와?ㅡ

조금 무례한 말이었지만 그냥 웃으며 흘려 넘겼다.

가난의 기준이 무엇인지 약간 헷갈렸었다. 남자 한 사람만 봤지 다른 건 생각할 줄도 몰랐다.

남편의 시골집은 넓었다. 본채에 헛간에 사랑채에 마당도 넓었다. 농사짓는 고추밭도 삼천 평 정도라 했고 논도 얼마간 있었다.

결혼하고 일 년 즈음 지병으로 시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니 그 모든 게 시집의 재산이 아니었다.

삼천 평의 고추밭은 일부는 군유림이고 종중땅이었다. 도지세도 내고 일 년에 한 번의 세분상 시제를 지내는 대가를 치르고 있었다. 그렇게 넓다고 생각했던 남편의 시골집은 명량한 옆집 아주머니네 땅이었다. 가을 수확철에 얼마간의 도지세를 내고 있었다.

남편도 그 사실은 몰랐다 했다. 어릴 적 어려운 가정환경을 숨김없이 말했었는데 집은 자기 집인 줄 알았단다. 남편이 샀다는 논은 첫 시누이 결혼하면서 없어졌다

맏며느리의 고충을 예감하며 바라보던 애처롭던 눈빛 슬쩍 언질을 줬던 명량한 옆집아주머니

그들의 마음이 지금 따뜻하게 여겨진다 나를 위해서였다는 생각에, ㅡ나도 참 맥락 없다


맏며느리가 해야 할 일이란 게 공급 없는 수요 같았다.

결혼하던 해 고등학교를 입학한 하나 있는 시동생에 비하면 시누이들에게 들인 공은 소소하다 싶다.

부모에게 유산으로 동생들을 물려받은 남편은 그의 동생들에게 최선을 다했다.

동생들은 당연한 듯 남편에게 손을 내밀었다. 결혼을 앞두고 시동생은 당당하게 요구했었다.

전세금을 미리 해 줘야 집을 구하지 않냐고..

공부를 시키고 사회인이 될 때까지 뒷바라지한 시동생이 직장인이 되어 결혼할 때까지 생활비 받아본 적 없었다. 결혼하고는 사업을 한다고 자금을 부탁했다. 꼭 갚겠다고 했었다.

남편은 자신은 못해봤다고 동생의 비빌언덕이 되어 주고 싶다고 대출을 해주고 새 차도 사는데 돈을 보탰다.

얼마간 조용하더니 리모델링해야 한다고 다시 부탁을 했을 때 남편은 경기가 안 좋을 때이니 미루자 했더니 시어머니가 나서서 서운해하며 남편을 몰아붙였었다. 얼마 버티지를 못했다. 웨딩사업이었는데 정리하는 업체를 인수받은 거였다. 그들은 사업을 정리하고 차도 팔고 지금의 ㅈ 도시로 아무런 말도 없이 이사 갔다.

대출금과 차의 할부금을 고스란히 넘겨주고서..

청약 일 순위로 당첨되어 대출받아 입주한 아파트를 담보로 한 대출이 시동생의 전세자금까지 합쳐 한도에 닿아있었다. 그 시절 차 할부금은 따로 지로용지가 매달 나왔다. 나는 보지도 못한 차의 할부금을 내려고 매달 은행을 갈 때마다 심장이 순간 멎는 경험을 지로용지가 없어질 때까지 했다.

그때가 IMF였었다.


모아논 현금은 없어도 빚 없는 게 재산이라고 남편을 스스로를 위한다.

ㅡ나 대단하지 않냐?!ㅡ 하면서

맞다 수고한 당신 대단해, 대박이야!


돈이란 게 필요할 때 준비되어 있지가 않다.

미리 당겨 쓰고 메꾸느라 아쉬운 소리 하며 허리 숙여 살았던 나는 대체 무엇이었을까


나는 준비된 쪽박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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