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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우 Feb 22. 2023

화가 날 땐 방귀를 뀌어

아이의 화는 죄가 없다

아이는 순둥순둥 그저 착하기만 했다. 

친구들에게도 인기도 많고 어른들 말도 잘 들어 부러움을 사는 그저 그만인 아이였다.

그런 아이가 어느 날 벌컥 소리를 지른다.

얼굴이 발갛게 상기가 되어 차오르는 화를 주체 못 하고 울먹이며 나도 화가 난다고 한다.

아이의 착한 얼굴에 그냥 나는 아무 걱정도 없었구나 마음이 갑갑하기도 했다. 말문이 막혀 그냥 가만히 손을 잡았다. 


한참을 잡은 손과 아이의 얼굴을 번갈아 보다, 아이의 울먹임이 잦아들 즈음,

“아이야, 우리 화가 날 때는 방귀를 뀔까? 화가 머리끝까지 차면 방귀를 뀌는 거야. 꽉 찬 화가 방귀가 되어서 나오는 거지. 화가 조금씩 쌓이다가 도저히 못 참을 때쯤 누구 소리가 더 큰지 시합을 하듯 방귀를 뀌자. 이제 네가 큰 소리로 방귀를 뀌면 난 네가 화가 났다고 생각할게. 그럼 이렇게 소리 지르지 않아도 내가 너의 마음을 알 수 있잖아.”

사뭇 진지하게 하는 나의 말에 아이는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화에 차 상기되었던 얼굴보다 더 홍조를 띠며 한참을 웃는다. 그리고 가만히 내 어깨를 감싸 안아주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제 방으로 간다.     

아이에게도 화를 내는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 화는 당연한 감정이므로, 그걸 어떻게 풀어내고 표현하는지 이야기해야만 한다. 그저 착하다고 화가 없는 건 아니니까.


   

- 화가 날 땐 방귀를 뀌어-


참아온 노여움에 눈두덩이가 붉어지고

서러운 마음에 두 어깨가 들썩이던 너에게

가만히 속삭인다  

   

그럴 땐 방귀를 뀌어

화가 점점 차올라서 못 참게 되면

시원하게 방귀를 뀌어버려

네 속의 화를 방귀 속에 가득 담아서

한 번에 뿜어버리는 거야    

 

너를 죽이는 나쁜 화는

냄새가 고약하고

가벼운 화는

소리만 요란할 거야     


그러니까 너무 걱정 말고

방귀를 뀌어.     


네가 웃는다

얼굴이 발게지도록 시원하게 네가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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