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인정을 받기 위해 내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한 것이 아니다!
"나는 정말 편입생은
우리 학교 사람이라고
인정해줄 수 없어!"
공강 시간에
왕돈가스를 먹기 위해
후문 앞 식당에 갔다.
옆 테이블에서
큰 소리로 들려오는
그 이야기는
동행한 내 친구를
불편하게 만든다.
그 이유는
내가 그 이야기를 듣고
상처 받을까 봐
편입한 나보다 본인이
더 민망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나에겐 그 얘기가 그리
임팩트 있게 들리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옆 테이블
너의 인정을 받기 위해
이 학교에 들어온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수능 시험 보는 내내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전 날 먹은
매운 라볶이가
탈이 났던 것이었다.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는
명목 하에 급하게 많이 먹은 지라
그 음식이 얹혀버린 것이었다.
시험을 마치고 난 후
나를 덮친 두통은
내가 살면서 느꼈던 것들 중에
제일 강력했다.
항상 모의고사에서 1등급이었던
수학 점수가 실제 수능에선
4등급이라는 처참한 결과로
둔갑했기 때문에
나 스스로도 그 점수를 보고
충격을 먹은 듯했다.
재수를 하라는
엄마의 끈질긴 권유가
이어졌다.
하지만
그 숨 막히는 순간을
또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
1년 동안 다시
미친 듯이 준비해 간다고 해도
트라우마처럼
다시 숨이
안 쉬어질 것만 같았다.
사실 재수를 안 한 가장 큰 이유는
20살의 자유를
만끽하고 싶어서이다.
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기 때문에
쭈글이 같은 수험생활을
다시 할 순 없었다.
그렇게 내가 선택한
방종의 나날들은
겹겹이 쌓여갔고
한참이 지난 후에서야
철부지 애어른만이
갈림길에 홀로 서있다.
한쪽 길은 원래 가고 있었던
빈 껍데기행이었고
다른 쪽 길은 후회라는 것의
반대방향이었다.
자의식 과잉에 빠져있던
10대 소녀는
자신이 오랫동안
노력해서 거머쥐었던 것들을
자기 존재에 대한
우월성이라 착각한다.
그러면서
점점 예전과 같은
노력을 하지 않으며
살아가게 된다.
멋모르고 한
선택의 결과는
처참했다.
속 빈 강정과 같은
자신과 마주하는 일만큼
괴로운 것은 없었다고 한다.
그 10대 소녀는
20대가 되어
패셔니스타인 척은
혼자 다 하며
화려하게 거리를
종횡무진했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매번 그녀는
단추가 잘못 끼워진
옷을 입고 있었다.
그래서
소녀는 제대로 된 자리의
단추를 채우기 위해
잘못된 단추를 풀어 나갔다.
그러다 보니
인생에서 유일하게 세웠던
목표와 마주했다고 한다.
그 목표부터
성취해야 했다.
과거의 그것부터
스스로 해결해야지
앞으로의 인생도
제대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제 더 이상
과거를 후회하며
주저앉아 있었던
그 소녀는 없다.
과거의 내가 목표로 설정했던
대학에 입학하는 순간
그녀는 물거품이
되어 사라졌다.
소녀는 사라지고 늦게나마
나와의 약속을 지킨
내가 있을 뿐이다.
그래서
이런 나를
네가 인정하지 않는다고 한들
나는 상관없다.
어차피
너의 인정을 받기 위해
내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내 인생에서 편입은
나에게 계속
'양날의 검'이 될 것이다.
내가 사회에서
뛰어난 기량을 발휘하게 되면
'예전에도 바늘구멍 같은
관문에 독하게 들어가더니!'
라고 평가받을 것이고
내가 형편없이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해야 할 때 제대로 하지 않고
나중에 뒷북치더니!'
라는 말을 듣게 될 것이다.
무엇이든
내가 하기 나름이지
좋은 학교 네임 밸류에 묻어가려고
눈물을 쏟으며
그곳에 간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