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씩이나 담겨있다고? 하는 당신에게 바칩니다.
‘배드민턴에는 인생이 담겨있다.‘
이번 글쓰기 주제를 배드민턴으로 정하게 된 이유이다. 배드민턴을 치다 보면 저마다 치는 스타일이 다른데 그게 꼭 그 사람의 성격을 보여준다.
‘느긋한 사람, 급한 사람, 소심한 사람, 나대는 사람‘
셔틀콕이라는 깃털공을 네트 너머로 주고받는 이 운동에 대한민국의 꽤 많은 이들이 미쳐있기 때문에 민턴을 치다 보면 다양한 인간군상을 마주할 수 있다. 필자의 경우 일주일에 두 번 배드민턴 클럽이라는 곳에 나가 20여분 남짓 레슨을 받고, 나처럼 미쳐있지만 실력은 귀여운 이들과 어울려 서너 게임을 치며 보낸 저녁들이 쌓여 2년 정도의 시간이 모였다.
모르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즐기지 않는 편이던 나는 알던 사람, 편한 사람들과만 주로 어울렸었기 때문에 주변엔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많았다. 전혀 다른 환경에 살고 있던 사람들과 어울려볼 수 있는 경험은 지금도 쉽진 않지만 새로운 도전의 의미로 다가와 만족하고 있다.
Point 1) 사회성 level up~!
작고 소박한 민턴 생활을 통해 느낀 건 배드민턴을 잘 치려면 차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 앞, 옆, 뒤로 오는 다양한 공들에 대응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여러 사람들을 관찰한 결과 차분한 사람들이 급한 사람들보다 잘 친다.
Point 2) Calm down~ Relax~
이유는 아마 타이밍에 있는 것 같다. 여기서 또 인생을 들먹여야겠다. ‘인생은 타이밍이다.’ 너무 급해도 너무 느려도 안된다. 그 찰나에 넘어오는 공을 차분히 받아쳐야 한다. 이때, 기본 기량에 부족함이 있어서도 안된다. ‘클리어, 스매싱, 푸시, 드롭’ 등등 다양한 기술을 구사할 줄도 알면서(당연한 말이지만 잘 구사할수록 좋다) 빠르기도 가끔 느리기도 한 가벼운 깃털공을 잘 다루는 자만이 승리를 쟁취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보통 동호인들의 경기는 복식, 4인의 경기로 진행되기 때문에 아군과 적군의 움직임을 잘 파악하고 예측해서 상대의 빈틈에 꽂아 넣는 영리한 두뇌 또한 요구된다.
Point 3) 요령만 부리는 게 아닌 진짜 실력
‘생계가 걸려있는 것도 아니고 민턴 하나에 이렇게까지 한다고?’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사회에서 돈이 많거나 예쁘고 잘생기거나 해서 얻는 인기처럼 배드민턴 사회에서는 민턴을 얼마나 잘 치느냐가 인기의 척도가 된다. 나보다 잘 치는 사람과 더 치고 싶어 하고, 초짜가 다가와 같이 치자 하면 떨떠름해진다.
‘이게 뭐라고~‘를 붙여서 생각하기 시작하면 결론은 배드민턴 씬을 떠나는 것으로 향한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말이 있듯이 싫은 내가 떠나면 된다. 날 대체할 사람은 많기 때문이다. 여기서 마지막 포인트를 이야기하자면 내가 그 씬의 주축이 되지 못한 것에 불만을 뿜고 떠나기보다는 현재 내 처지를 파악하고 인정하는 것. 그리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 중요하다. 난 이런 힘이 배드민턴 치는 데에만 쓰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지금 있는 곳이 어디든 그곳이 내 마음에 드는 곳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결국 배드민턴 판에서 살아남기는 세상 살아남기와 같다. 쓰다 보니 너무 거창하게 적은 것 같기도 하고 참 신경 쓸 것도 많다는 생각이 들지만 나를 이루고 있는 것들, 내 주변에 존재하는 삶의 조각들을 둘러보자. 내 원픽만으로, 내가 고른 것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지 않았는가? 불만이 생기는 지점을 바라보면 결국엔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마지막 필요 요건은 적응하는 힘으로 꼽고 싶다.
Point 4) 수용하고 적응하는 힘
가끔 이 수용과 적응을 넘어서 맹신하는 오버를 범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의 자존심, 인간의 존엄성과 이 씬에 내가 얼마나 동화될지 정도를 양 선상에 놓고 그 가운데에서 내 중심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차분하고 영리한 사람 되기’와 ‘배드민턴 잘 치는 사람 되기’를 비교하면 전자보다는 후자가 되는 방법이 눈에 구체적으로 보인다.
일단 하루하루 휘두르고 뛰어다니며 배드민턴 판에서 생존해나가다 보면 어느샌가 민턴도 잘 치고 차분하고 영리한 사람이 되어있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나는 배드민턴을 잘 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