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추억은 곧 기억이 되고...

추억 만들기에 부족한 나날들

by kany

나는 결혼을 하면 당연히 내가 원하는 때에 아이가 생길 거라 생각했다.

마치 마스터 키는 내 손에 쥐어진 것처럼 너무나 당연하게 말이다.

하지만 결혼 7년이 지나도 아이는 생기지 않았고 마음은 점점 조급해져 갔다.

나이는 마흔이 가까워지고 어느덧 임신은 절실한 바람이 되었다.

병원을 내 집처럼 드나들고 지인의 권유로 다른 이의 속옷까지 입었었고 교회를 나가서 기도했다.

어렵게 이뤄진 임신은 두 번이나 유산을 겪게 되었고 그 이후에는 지인들이 초대한 돌잔치도

가기 힘들 만큼 몸도 정신도 좋지 않게 변한 것 같았다.

다시는 기회가 없을 것 같았던 시기에 기적처럼 아이가 생겼고 아이를 또 잃을까 봐 모든 걸 내려놓고

누워만 있었고 고대하던 출산을 하게 되었다.

힘들게 얻었던 아이와 함께 가고 싶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기에 이곳저곳 다녔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 보니 기억 속에 여러 장의 사진처럼 여행으로 인한 추억이 많아졌다.

나의 추억이 나의 기억이 된다고 생각하니 추억을 많이 만들어야겠다는 생각 든다.

육아의 끝은 임종이라고 하듯이 마치 끝날 것 같지 않고 시간이 멈춰지고 나만 힘든 것처럼 느껴지지만

우리의 체감과는 다르게 아이들은 엄청난 속도로 자란다.

사춘기가 되면 함께 여행도 잘 안 다닌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에게 추억을 만들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뭐 그리 대단한 곳을 가지 않아도 오늘의 기억이 될 만한 것들을 찾아 함께 가고

마음을 나누며 대화하는 시간이 많아야 한다.

나는 아이를 키우면서 나 자신을 치유하는 일들을 경험하곤 한다.

신기하게도 아이들을 보며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오르고 그때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하기도 하고 이해 못 하기도 한다.

내가 어릴 적에 부모님은 바쁘셨고 많이 여행을 다니진 못했다.

생각나는 곳은 도봉산, 남이섬, 설악산이 다였던 것 같고

그 외에는 집 앞약수터에서 배드민턴을 했던 정도이다.

사실 그리 많지는 않다.

그래서일까? 아이들과 추억을 만드는 일이 나는 너무 중요하다.

내가 가지 못했던 곳과 하지 못한 것을 아이들과 함께 할 때에 행복하기도 하고

조금은 슬프기도 하다.






#아크릴 #해변에서 # 카니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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