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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Lee Jul 09. 2023

'예술바보'가 갤러리 구경하는 법

[런던여행 #2] 예술바보를 위한 꿀팁 공개


3일 차 아침이 밝았다.


오늘은 버킹엄궁전 근위병 교대식 보러 가는 날.


근위병 교대식은 오전 11시 시작이지만, 사람이 워낙 많이 몰리는 곳이라 좋은 자리를 잡으려면 10시 반까지는 가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숙소를 일찍 나왔다.


오전 내내 날이 흐렸다


버킹엄 궁전에 가기 전, 근처에 있는 빅벤과 런던아이, 웨스트민스터 사원을 둘러보았다. 날이 좀 흐렸는데도 그만의 운치가 있고 교대식을 보기에는 오히려 너무 덥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10시 반 전에 버킹엄 궁전 도착. 재빠르게 교대식이 한눈에 잘 보일만한 명당자리를 골라 섰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붐비지 않아 굳이 그 자리를 지키고 서 있을 필요가 없어 보였다.


"오전에 비 왔던 것 때문에 사람이 많이 안 온 모양이야, 우리 완전 럭키한데? 히힛-" 좋아하며 남편과 하이파이브까지 했다.


그런데 11시 정각이 되고 5분, 10분이 지나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우리만 그런 게 아니고 다들 궁전 쪽을 응시하며 서있는데... 계속 너무 조용한 것 아닌가.


남편이 좀 이상하다 생각했는지 조용히 폰을 꺼내 뭔가를 검색해 보더니 날 보며 물었다.


오늘 교대식 하는 날 아닌데?


"응? 여름 성수기에는 매일 한다고 했는데?"

"누가?"

"여기저기에서"

"여기저기, 어디?"

"뭐 블로그나... 이런 데서...(목소리 작아짐)"

"혹시 버킹엄궁전 웹사이트는 찾아봤어?"

"......"


그랬다. 나는 그 많은 시간을 들여 사전조사를 하면서 공식 웹사이트에는 한 번도 안 들어가 봤던 것이었다.


와- 바보도 이런 바보가 있나.


여러분, 우리 다 같이 속았어요. 오늘 안 한대요 교대식ㅠㅠ


결국 그 먼 길을 다시 돌아 나오는데 런던까지 와서 근위병 교대식을 못 보고 간다는 게 너무 아쉬워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엑셀에 날짜별로, 시간대별로 빼곡하게 계획표 짜면 뭐 하니. 계획 자체가 완전 허당인데.


남편한테 미안하다는 말을 10번쯤 하고, 괜찮다는 말을 스무 번쯤 들은 다음에야 그 허탈감에서 겨우 벗어나, 오후에는 트라팔가 광장을 지나 미리 예약해 놓은 내셔널 갤러리로 갔다.


Tip!
내셔널 갤러리는 가능하면 미리 예약하고 가세요. 예약 없이도 입장은 가능하지만, 예약한 사람은 따로 줄 설 필요 없이 바로 입장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나는 예술의 ㅇ자도 모르는 예술바보라 사실 내셔널 갤러리에 엄청난 기대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나름 정성을 들여 작품을 구경하고 있는데, 두둥! 아는 작품 발견!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 by 얀반 에이크


잠깐만! 이 작품을 내가 어떻게 알지? 생각하며 남편한테 "자기야!! 나 이거 본 적 있어!"라며 자랑하듯 말했더니... 남편이 "이거 무도에 나왔잖아" 한다. ㅋㅋㅋㅋ


무도 "명화 따라잡기"에서 패러디한 작품


아 ㅋㅋㅋㅋ 그러면 그렇지.

나는 또 내가 웬일로 그림을 아나 했네 ㅎㅎ




작품 몇 개 공유합니다, 잠시 감상해 보세요 :)


<거울 앞의 비너스> by 디에고 벨라스케스


<수련 연못> by 클로드 모네


<해바라기> & <반 고흐의 의자> by 빈센트 반 고흐


<과일 접시 병 및 바이올린> by 파블로 피카소




잠깐!

저 같은 예술바보를 위한 꿀팁 드려요.


"나는 예술, 미술 이런 거 하나도 모르고 관심도 없다. 박물관이고 미술관이고 어차피 안 갈 거다" 하는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런던까지 갔는데 (심지어 공짠데) 대영박물관, 내셔널 갤러리 이런데 다 가실 거잖아요.


그런데 진짜 아무것도 모르고 가면 그냥 인증사진 하나 띡 남기는 것 외에 아무 의미 없는 시간이 됩니다. 그렇다고 우리 다 사는 게 바쁜데 그림을 깊게 이해하고 제대로 된 공부를 할 시간은 없잖아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내가 아는 작품 한 두 개만 있어도 그 시간이 훨씬 즐거워진다는 걸.


추억의 게임, <월리를 찾아라!> 다들 아시죠?


빼곡한 그림 속에서 '월리'라는 캐릭터를 찾아내는 건데, 우리가 그거 하나 찾으려고 그 그림을 엄청 열심히 들여다보잖아요. 그러다가 월리 발견하면 어찌나 반가운지, 찾았다!! 하며 신나게 외치게 되고요 ㅎㅎ


그것처럼 자신만의 월리를 만들어 가세요. 최소 네다섯 월리쯤은 있으면 좋겠죠. 물론 더 많으면 좋겠고요.


저는 저만의 월리를 만들기 위해 여행 전에 다음의 2가지를 보고 갔는데요, 하나는 MBC 프로그램 <일타강사> '그림 읽어주는 남자' 이창용 편이랑, 다른 하나는 조원재 작가의 <방구석 미술관>이라는 책이에요.



미술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어도 충분히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내용이라 부담이 없어 좋았어요. 그리고 저는 덕분에 이번 여행을 하면서 저만의 월리를 찾는 재미가 있었어요.


여러분에게도 자신만의 월리가 가득한 여행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




여행, 나처럼 하지 마라.


근위병 교대식 가기 전에 스케줄 확인은 필수! 날씨가 안 좋으면 취소되는 날도 있다고 하니 계획을 이미 세우셨더라도 최소 하루 전에 공식 웹사이트 들어가서 한번 더 확인해 보세요.


저처럼 안 하는 날 갔다가 허탕 치지 마시고요.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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