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여행 #3] 세븐 시스터즈 & 브라이튼
오늘은 일일투어 하는 날.
여행 일정이 긴 만큼 하루 정도는 런던을 벗어나 다른 곳을 보고 오고 싶었다.
여러 옵션 중 우리가 고른 건 "세븐 시스터즈 투어"
원래는 "Get Your Guide"라는 여행사를 통해 가려고 했는데 내가 원하던 투어 상품이 조기 마감 되어 부득이하게 한국 여행사 상품을 택했다. 한국말을 못 알아듣는 남편한텐 미안하지만.
세븐 시스터즈 투어만 해도 다양한 여행사 상품이 있는데, 다른 곳을 다 제치고 내가 굳이 '런던소풍'을 선택한 이유는 바로 '김밥' 때문ㅋㅋ
투어상품에 점심도시락이 포함인데 그 도시락이 바로 김밥이라는 상품 설명 때문이었다.
나는 김밥에 진심이다.
차로 2시간쯤 달려 도착한 세븐 시스터즈.
버스에서 내리니 바로 그 유명한 김밥 도시락을 하나씩 나눠 주신다. 언덕을 조금 올라 경치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다들 우선 도시락부터 먹었다.
그렇게 멤버 전원이 도시락을 먹는 동안 가이드분이 뭔가를 분주하게 준비하셨는데, 그건 바로 "가이드 추천 포토스팟"에 돗자리를 깔고 그 위에 바구니와 소품 등을 세팅하는 일이었다.
여행 내내 뭐를 그렇게 바리바리 싸들고 다니시나 했더니 그게 다 이 세팅용 소품들이었던 것 ㅋㅋ
세팅이 완료되고 나면 한 명씩 가서 자리를 잡고 앉아 열심히 사진을 찍는 분위기였다, 포즈를 요래조래 바꿔가면서.
하지만 이런 '인스타용 연출샷'에 알레르기가 있는 남편이 질색을 하는 바람에 ㅋㅋㅋ 우리는 '인생샷' 대신 '발로 찍은 듯한 셀카'만 여러 장 남겼다.
사진이 뭐 중요한가.
저기서 사진 찍으면 인생샷 하나 건질 것 같았지만 난 괜찮아, 자기만 행복하다면...(훌쩍)
날씨도 좋고 바람도 선선하니 언덕 위를 슬슬 걸으며 둘러본 하늘과 바다는 참 예뻤다.
그런데 아뿔싸!
내 눈과 마음이 힐링되는 만큼 아낌없이 내리쬐는 햇볕을 온몸으로 흡수하는 시간이기도 했나 보다.
그리 긴 시간도 아니었는데, 긴 머리카락을 방패 삼아 목까지 어느 정도 커버가 된 나와는 달리, 머리가 짧은 남편의 뒷목이 처참하게 희생당했다.
그날 밤 숙소에 돌아와 발견한 벌겋게 달아오른 그의 뒷목이 유독 빨개 보였던 건 낮에 본 하얀 절벽과 대비되어 그랬던 걸까 ㅎㅎ
인생샷은 못 건지고 선탠만 제대로 한 날.
하지만 근사한 뷰를 눈과 마음에 가득 담아 온 날.
귀찮아도 선크림은 꼭 바르세요. 저처럼 자기 얼굴만 챙기지 말고 파트너도 좀 챙겨 주시고요. 특히 머리가 짧은 분이시라면 목은 무방비로 노출되니 목까지 꼼꼼하게 선크림 바르는 것 잊지 마세요!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