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우주우주
집중하는 곳에 에너지가 커진다.
내가 생각하는 것, 바라는 것, 감정을 두는 곳, 마음이 가는 곳에 나도 모르게 빠져들도록 집중할 때가 있다. 계속 이어지던 생각 에너지가 몸을 그쪽으로 이끌었으리라. 자연스럽게 집중했던 상황이 펼쳐진다. 그래서 나는 나쁜 생각이나 감정이 나에게 들어온다고 느낄 때, 바로 인지하고 버리려고 노력한다. 이렇게 외친다.
그만해! 알잖아! 계속 생각하면 안 된다는 걸!
이것도 연습이 필요하다. 하루아침에 되는 건 없다. 더욱이 감정이나 생각처럼 물리적으로 잡아두기 힘든 것들은 보이지 않는 정신적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 플랭크 100번이 허리근육을 강화해 준다면, 생각 버리기 연습은 300번을 넘게 해야 생각근육을 강화해 줄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가만히 생각해 보면, 마음을 자기 마음대로 움직이고 버릴 수 있다면 결국 나에게 펼쳐지는 세상도 내 맘대로 이룰 수 있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이것이야 말고 세상을 성공적으로 살아가는 비밀의 열쇠가 아닐까.
그래서 나는 나보다 어린 친구들에게 명상을 하라고 말한다. 명상은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자연스럽게 조절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 꼭 가부좌를 틀고 스님들처럼 있어야만 명상은 아니다. 춤을 추면서도 할 수 있고, 책을 읽으면서도 할 수 있으며, 글을 쓰면서도 할수 있고, 지금 이 순간 호흡을 하는 찰나에도 할 수 있다. 흥분한 야생마처럼 날뛰는 가슴속 무언가를 빠른 시간 안에 고요하게 잠재울 수 있는 것 - 그것이 바로 명상인 것이다. 이렇게 말하지만 나도 잘 되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명상을 하는 친구들은 확실히 빠르게 명상에 빠져드는 걸 자주 목격한다. 그들에게는 내려놓아야 할 생각, 기억, 감정이 많지 않기 때문에 깊은 명상상태에 빠져들기기가 쉽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명상을 하면 자신의 마음을 능숙하게 다루는 법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는 것이다.
올해 나는 새벽독서를 하고 명상도 하면서 나의 감정과 마음을 다루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나는 기적이라고 생각될 만큼 많이 변했다.
우선 화가 많이 없어졌다. 욱하던 성질머리가 있었는데 신기할 만큼 화가 안 난다. 감정과 생각이 올라와도 금방 거기서 빠져나올 수 있게 됐다. 매일 읽는 철학과 인문학을 통해 죽은 자들의 지혜가 체득됐으리라. 그리고 명상을 통해 버림과 빼기의 의미가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뺄수록 더 많은 걸 얻을 수 있다.
또한 모든 것에 이면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지금 일어나는 좋은 일, 힘든 일을 당장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판단하는 것이 어리석다는 걸 깨달았다. 좋을 수도 있고 안 좋을 수도 있다. 미래에는 지금 상황이 어떤 영향으로 나에게 다가올지 지금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집중하고 생각하는 대로 결정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굳이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그냥 그곳에 두면 된다.
이웃사람이 말하고 행하며 생각하는 것을 알려고 애쓰지 말고,
오직 자기 자신이 하는 일을 올바르고 순결하게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참으로 많은 괴로움을 면하게 될 것이다
-명상록, 아우렐리우스-
마지막으로 내가 아닌 타인도 '나'라는 걸 알게 됐다. 무슨 말이냐.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나는 '나'만 아는 이기주의자였다. 가족조차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항상 제일 먼저였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가족이 행복해야 나도 행복한 거고, 스쳐지나가는 사람도 표정으로 나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내가 있는 곳에 있는 모두가 행복하기를 바란다. 버스를 타도 기사아저씨께 반갑게 인사하고 동네에 쓰레기가 있으면 주워서 깨끗하게 만든다. 지나가는 누군가의 미소가 나에게도 좋은 영향으로 오기 때문이다. 이렇게 세상의 중심에는 나만 있는 것처럼 살았던 내가 우주에는 전체가 함께 있다는 걸 알았다. 그만큼 나의 마음은 넓어졌고 넓어진 만큼 우주처럼 고요하고 편안해졌다.
물론 아직 많이 부족한 나이다. 오늘도 회사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에 신경이 곤두서는 걸 보면 '아직 멀었구나.'라는 생각도 많이 든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러고 있는 나를 인지하고 다시 새로운 나로 돌아올 수 있는 힘이 생겼다는 것이다. 말로만 듣던 내면의 힘이라는 게 이런 건가. 이게 맞다면 나는 내 안에 깊은 곳에서부터 단단하게 변하고 있다. 이 변화를 감지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단단하지만 유연한 내면으로 매일매일 다시 태어나는 새로운 나를 만날 수 있어서 정말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