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너의 미래
어릴 때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있었다.
나에게 비슷한 패턴의 사건들이 반복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이다.
사람마다 그 패턴은 다르겠지만 나의 패턴은 똑같은 방법으로 매번 나를 괴롭혔다.
나의 패턴은 다음과 같다.
누군가와 친해지고 마음을 나눈다 ➜ 그 사람과 감정적으로 안 좋아져 멀어진다 ➜ 그사람이 나를 떠난다
➜ 난 혼자된 느낌을 받게 된다 ➜ 나를 혼자 남겨둔 그(녀)에 대해 분노가 폭발한다 ➜ 나만 왜 이렇게 불행할까? 자괴감 ➜ 세상이 나한테만 가혹하다 생각 ➜ 세상에 대한 분노로 바뀜
하지만 나에게 기특하다고 칭찬해 주고 싶은 것도 하나 있다. 이런 몹쓸 패턴 속에서도 나는 내 삶을 망가뜨리지 않았고 이 패턴의 고리를 끊고자 노력했다는 것이다. 방법이 뭔지도 몰랐지만 여러 영성책을 보고 영성모임에 기웃거리기도 하고 명상도 해보고 여러 가지 온갖 '정신을 붙들기 위한 행위'들은 다 찾아다니며 해결해 보려고 했다. 결국 새벽독서를 하고 철학자들의 말씀을 읽고 실천하면서 문제의 답을 알게 되고 인생의 꼬인 실타래를 풀고 있는 중이다.
패턴을 파악하는 건 너무 중요하다. 그 패턴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거창한 감정의 패턴이 아니더라도 작은 습관의 패턴도 지금 나를 갉아먹고 있을 수 있다.
나는 3달에 한 번은 엄마에게 삐진다.
엄마에게 갑자기 화가 날 때가 있다. 그건 엄마에게 서운할 때 이다. 보통은 생리때와 겹쳐서 그런 감정이 찾아온다.
지긋지긋한 패턴이 또 시작된다.
왜 서운 할까?
➜ 엄마는 내가 힘들 때 나 몰라라 한다. ➜ 나는 혼자인 기분이 들면서 고독하다 ➜ 나를 혼자 두는 사람에 대한 분노 ➜ 엄마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의 절망➜ 엄마한테 말을 걸지도 웃지도 않는다 ➜ 침묵하고 2주동안 엄마랑 말 안함
이런 패턴이 반복된다. 이제 엄마는 그냥 그런가 보다 하는 것 같다. 그게 날 더 화나게 만든다.
이번에는 이 패턴을 끊어보기로 했다. 이번에 또 한 번 이 패턴이 나에게 찾아왔다. 패턴을 분석해 보고 어디서 끊어야 할지 찾아본다. 잘 안되지만 우선 침묵을 깨고 엄마에게 말을 걸어봤다. 그리고 엄마에게 나의 힘든 심정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더 이상 침묵하지 않고 대화로 풀었지만 엄마가 바뀐다는 기대는 버렸다.
다음에 또 이 패턴은 올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미 나의 패턴을 분석해 놨다.
그때는 패턴을 끊을 수 있는 힘이 더 강해져 있을 것이다. 끊어내는 힘도 연습이고 반복하면 강해진다. 패턴을 끊어내는 힘으로 나의 미래를 더 이상 '나를 갉아먹는 패턴'으로 집어넣지는 말아야 한다.
인생은 패턴의 반복이다.
안 하던 짓을 하며 패턴도 끊어보고 점점 나를 확장해 나가 보는 것. 그것이 미래의 열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