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보던 야생다큐의 매력
20대 청춘이 지났습니다. (아직도 청춘이긴 함...)
청춘이 지나면 육체적, 정신적으로 변화가 생깁니다. 체력이 빨리 소진되고, 눈밑에 잔주름이 보이고, 상처가 나면 흉터가 오래갑니다. (도대체 언제 없어지나 싶음...) 하지만 이런 신체적 변화는 운동이나 피부시술로 회복이 가능합니다. 본인의 절제력과 의지만 있다면 요즘 기술로 15년 정도는 젊어질 수 있어요.
정신적인 변화는 조금 다릅니다. 육체적인 변화처럼 부정적인 영향보다는 오히려 긍정적인 변화가 옵니다. 왜냐면 '마음 미니멀'을 추구하게 되거든요. 첫 번째로 젊음에 대한 자신감을 조금씩 버리게 됩니다. '나는 젊으니까 다할 수 있어!', '내가 더 젊으니까 이긴 거야' '젊으니까 어디서든 환영하겠지?'라는 젊음 나르시시즘(젊은 나에게 취해있는 것)이 환상이라는 걸 조금씩 깨닫게 됩니다. 요즘은 20대 후배들을 보면서 더욱더 느껴요. 영원한 젊음은 없구나...
두 번째로는 가치관의 변화가 생깁니다. 겉모습보다는 내면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됩니다. 남들에게 보이는 겉모습에 신경 쓰기보다는 내 생각과 마음의 움직임에 집중하게 되죠. 젊음에 취해있고 남의 시선에 신경 쓰는 나를 버리게 되니까 미니멀은 맞네요.
그렇게 좋아하던 TV 예능프로그램과 드라마도 이제는 재미가 없어졌습니다. 왜냐면 다 거짓이잖아요. 예능에서 보이는 연예인들의 행동은 자연스럽지가 않아요. 시선을 끌기 위한 과장된 웃음과 행동, 이 2가지를 끌고 가기 위해 내뱉는 부자연스러운 대사는 모든 게 거짓처럼 느껴집니다. '나 혼자 산다'만 봐도 진짜 저들의 실생활을 날것으로 보여주는 건 아니잖아요. 날것인 것처럼 화면 속에 담을 뿐이죠.
그래서 자꾸 다큐멘터리에 끌립니다. 밀림에서 야생동물들이 물고 뜯고 먹고 먹히는 아프리카 야생다큐, 전 세계 오지를 돌아다니며 사람 사는 이야기를 보여주는 걸어서 세계 속으로, 광활한 우주의 탄생을 보여주는 EBS사이언스 등 머리 굴리지 않은 그대로의 이야기가 점점 더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동물들은 나를 속이지는 않잖아요.
오늘도 세렝기티 초원의 겸둥이 기린과 얼룩말 친구들을 보면서 힐링해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