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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스팝 거장의 동경 강림

2025년 2월 27일 뉴 오더 도쿄 콘서트

by 염동교 Mar 20. 2025

작년 블루노트 도쿄 재즈 페스티벌이 열렸던 Ariake Arena 가 서서히 외관을 보였다. 바다가 흐르는 노을진 풍경에 금세 맘이 부들부들해졌다. 맥주 한 잔을 들이켜고 공연장 내부로 들어갔다. 간혹 보이는 2-30대 젊은이들 사이로 50-60년대 청중들이 가득했고 외국인도 꽤 많았다. 디스코와 신스팝에 코미디를 엮은 1990년대 일본 그룹 덴키 그루브가 관중을 예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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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의자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그라운드 플로어가 아쉬웠다.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펼쳐지는 대부분의 공연이 이런 형식인 것과 뉴 오더 관객층이 고령인 점도 알고 있었지만 차라리 스탠딩 존이었다면 춤 추며 재밌게 놀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서로 최소한의 리듬 타는대도 옆사람과 계속 팔이 부딪히다 보니 서로 민망했다.  


아레나를 가득 채운 신시사이저 물결과 함께 스크린에 파노마라처럼 흘러가는 뉴 오더의 스냅샷이 밴드 고유의 예술적 색채를 드리웠고 이내 조이 디비전의 ‘Transmission’으로 역사의 시발점을 가리켰다. 디비전의 잔향이 남아있는 ‘Ceremony’도 초반 셋리스트의 중심점이었다. ‘Isolation’은 개인적 최애 트랙이라는 점에서 반가움이 가중했다.



맨체스터 레이브 클럽에서 춤 꽤 췄을 법한 60대 영국인 커플은 ‘State of the Nation’이 나오자두 팔을 번쩍 든 채 흥분감을 표출했고 ‘Autobahn’을 상기하는 백드롭으로 독일 전자음악 전설을 향한 경배를 올린 ‘Krafty’의 일본어 버전은 영국-독일-일본의 묘한 동맹을 알렸다.


2023년 프리마베라 때도 느낀 거지만 뉴오더는 철저히 밴드다. 밴드한테 밴드라는 뭔 당연한 소릴 하냐고 반문하겠지만 ‘Blue Monday’가 대변하는 기계적이고 차가운 신스팝 대신 라이브 퍼포먼스에선 상당히 밴드답고 록적인 전개를 가져간다. 클럽과 아레나의 장소성이 겹치는 듯 묘한 감정이 드는 이유기도 하다.


때론 거칠고 투박한 버나드 섬너의 기타/베이스 연주와 스티븐 모리스의 열정적인 드러밍은 이들의 뿌리에 펑크(Punk)가 있음을 증명한다. 한 치 오차도 없는 프로그래밍된 트랙의 정밀성을 기대한 이들에겐 당혹스러우나 최근 슈퍼볼 켄드릭 라마 사례처럼 “기껏 큰돈 주고 갔더니 녹음된 소리 듣는 게 맞느냐”라는 비난은 피할 수 있다.



40주년을 맞은 < Low- Life >에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The Perfect Kiss’ 대신 뉴오더 시그니처 사운드가 살아 있는 ‘Sub-Culture’가 등장했다. ‘Blue Monday’와 더불어 가장 높은 지명도를 자랑하는 ‘Bizarre Love Triangle’이 열기를 이어갔다. 스크린에 교차하며 등장하는 질리언 길버트(키보드) – 스티븐 모리스(드럼) 부부도 훈훈하고 아름다웠다. 각각 1974년, 1972년생으로 비교적 젊은 두 멀티 인스트루멘털리스트 필 커닝햄과 톰 채프먼이 공연의 활기를 조성했다. 


프랑스 화가 앙리 팡탱 라투르의 회화를 빌린 아름다운 앨범 아트의 < Power, Corruption & Lies > 속 두 트랙이 반가웠다. 통통 튀는 베이스라인의 오프닝 트랙 ‘Age of Consent’에선 밴드의 또 다른 핵심이었던 피터 훅의 부재가 아쉬웠고 질리언 길버트의 키보드가 왠지 모르게 애상적인 ‘Your Silent Face’는 예술성과 세련미의 상징과도 같다. ‘Ture Faith’와 ‘Blue Monday’, ‘Temptation’으로 이어지는 후반부 구성이 공연의 백미였다.


대망의 앙코르에서 조이 디비전과 이언 커티스를 소환했다. 제목처럼 말 그대로 조이 디비전의 음울한 “분위기”가 한껏 살아 있는 ‘Atmosphere’와 모두가 사랑하는 ‘Love Will Tear Us Apart’를 연결했다. 스크린엔 커티스의 얼굴이 점점 줌인 되었다. 작년 7월 노엘 갤러거 하이 플라잉 버즈에게서 들었던 버전에 이어 다시 한번 이 노래가 맨체스터와 영국에서 갖는 의미를 되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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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로큰롤 명예의 전당 후보에 오른 “조이 디비전/뉴 오더”는 곱씹을수록 관계가 재미난다. 서로 음악적 거리가 멀지만 곱씹을수록 당연하게도 유사성과 그리움이 배어 나온다. 섬너와 길버트가 호출한 커티스의 혼령이 무대 한가운데 흐느적 춤이 그려지기도 한다. 오래전 2012년 올림픽공원서 열렸던 슈퍼소닉과 2023년 프리마베라 바르셀로나의 페스티벌 무대에 이어 처음으로 마주한 뉴 오더의 단독 콘서트는 역사의 궤적과 현시점 건재함이 공존했고, DAW 프로그램과 마스터키보드를 둥둥거리며 ‘Blue Monday’ 풍 노래를 만들던 엉뚱한 나날들을 상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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